레드라인 (Redline, 2010)
사이버 펑크 같지만 고전스러워


올해 신주쿠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상영 전 인상적으로 본 예고편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고이케 타케시 감독의 신작 '레드라인 (Redline)'이었다. 이 예고편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이버 펑크스러운 작화와 자극적인 영상 그리고 예고편 내내 쿵쿵 거리게 했던 영화음악 때문이었다. 일본에서는 곧 개봉이었지만 일정상 보지는 못하고 국내에 돌아왔는데, 메가박스에서 주최한 일본영화제 'JMEFF'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작품에게 기대한 것은 예고편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에너지'였는데, 확실히 그 에너지 하나 만큼은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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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은 기본적으로 레이싱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레이싱만에 관한 이야기다. 레이싱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승부 조작 및 배후세력, 레이서의 트라우마 그리고 불꽃튀는 결승전까지. '레드라인'은 이 이외의 것들은 건드리지 않는 제법 충실한 레이싱 영화다. 아, 물론 다른 레이싱 작품에서는 보기 드문 요소도 등장한다. 결승전 무대 겪인 '레드라인' (옐로우라인, 블루라인 등 다양한 대회에서의 우승자들이 최종적으로 레드라인에 참여하는 방식이다)의 장소로 이 레이싱 대회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치고 있는 행성이 결정되면서 이들의 군사적인 (혹은 이를 넘어서는 가공할 만한 외부 요인의) 공격마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넓은 의미로 본다면 이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기 보다는 레이싱의 외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레드라인'은 무엇이든 과잉의 연속이다. 부스터를 쓸 때 자동차와 레이서가 모두 비상식적으로 늘어나는 장면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이 작품에서 상식의 범위는 그리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애초부터 그런 분위기를 일관적으로 유지해온 터라 이것을 문제 삼을 일도 없다. 또한 레이싱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레드라인'에게 무언가 다른 그 이상의 레이싱 영화를 기대했다면 예상한대로 그대로 마무리 되어버리는 결말과 전개에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 작품의 미덕은 내러티브보다는 그 마초스러움의 뚝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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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JP (기무라 타쿠야)의 경우 이 세계관을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지극히 만화적인 동시에 마초적인 캐릭터로서, 그의 무모함은 멋지기 보다는 유치한 느낌이 들지만 희한하게도 마지막에는 멋진 이미지로 기억될 것만 같은 그런 캐릭터다. 이 작품이 만약 TV시리즈 같은 여러 작품으로 기획되었더라면 이런 레이싱이 가능한 세계관을 설명하고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에 공을 들여 좀 더 사이버 펑크스럽고 우주 지향적인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단 한편의 극장판으로 표현하기에는 오히려 이런 심플함과 무모하리만큼 밀어붙인 에너지가 더욱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스 프루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확연한 '끝'인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기에는 헛 웃음이 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통쾌한 웃음이 번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진정한 쿨함이 바로 '레드라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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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기무라 타쿠야나 아오이 유우, 아사노 타다노부 등 유명 배우들의 영향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 연기가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에 비한다면, 이번 JP는 목소리를 제외한 캐릭터가 너무 강한 탓에 반감된 느낌이 있었다. 

2. 마치 클럽에 온 듯 시종일관 극장 좌석이 들썩일 정도로 '쿵쿵' 거렸던 강한 비트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레이싱이라는 소재와 어울려 그 속도감을 잘 살려주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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