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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자이언트 (The BFG, 2016)

아이들을 위한 스필버그 영화



오랜만에 만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라 좋지 않은 흥행 성적과 평에도 제법 기대를 했었던 '마이 리틀 자이언트 (원제는 The BFG, 즉 Big Friendly Giant (우리말로는 '착한 거인 아저씨'정도)인데 그냥 국내에 출판 된 적이 있었던 로알드 달의 원작 제목인 '내 친구 꼬마 거인'을 그대로 썼어도 되지 않았나 싶다)'를 보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치 스필버그가 80년대 만들었던 영화들,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영화들과 유사한 구성을 취하고 있었는데, 실사와 그래픽이 결합된 기술적 측면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 느슨하고 헛점이 많은 전개와 유아적인 표현 들이 다분한, 조금 아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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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고아원에서도 왠지 친구가 많지 않을 것만 같은 소녀가 거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거인 역시 거인들의 세계에서는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는 존재. 이 두 사람이 친구가 되면서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인간 아이들을 잡아 먹는 거인들과 이런 거인들을 막지는 못하는 대신 인간 아이들에게 꿈을 전해주는 작업을 하는 BFG의 설정은, 영화 만드는 작업에 대한 은유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리 깊게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의미를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확실히 이건 해석을 위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적 깊이에 신경은 덜한 모습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즉 호기심과 웃음을 유발시킬 수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돌아가 잠이 들기 전에 '혹시 우리 동네에도 거인이 늦은 밤 돌아 다니는건 아닐까?' '내가 꾸는 꿈도 거인이 불어 넣은 것이 아닐까?'라고 한 번쯤 상상하게 되도록 말이다. 실제로 영화를 본 아이들은 이 세계와 영화 속 유머에 집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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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래도 성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조금 대책없이 낙천적인 전개들이 헛점으로 느껴졌다. 또한 캐릭터들도 지극히 평면적이어서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거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거인들의 세상을 다룰 때는 나쁘지 않았으나 영국 왕실이 등장하는 인간 세계 파트는 너무 유아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 그간 들려주었던 매력적인 꿈 이야기의 만족도마저 조금 식어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 만찬 장면의 가스 배출(?)장면에서는 극장 내 너나 할 것 없이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ㅎ). 스필버그의 영화라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까. 아이들을 위한 스필버그 영화는, 내겐 조금 아쉬웠다.



1. 스필버그의 첫 번째 디즈니 영화군요.


2. '스파이 브릿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마크 라일런스가 거인 BFG를 연기하는데, 그 인자한 웃음과 눈 주름은 여전하더군요.


3.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렇게 느끼지 않은 것 같지만 저는 왜인지 영화 속 빨간 자켓과 관련된 이야기에 마이클 잭슨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몹시 짠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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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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