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
우연이 만들어 낸 외로운 이들의 판타지
아무런 정보 없이 저 포스터에 이끌려 보게 된 '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는 오랜 만에 만나는 작지만 따듯하고, 심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품 같은 영화였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어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금지된 40대 독신남 스테른코비츠. 밤에만 몰래 외출하던 그는 우연히 나이트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포토그래퍼 행세를 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그녀를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우리 함께 영화 봐요’ 옆 집에 새로 이사온 여자가 궁금한 10대 소년 샬리. 시크한 그녀는 알고보니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 라고 하지만 샬리는 그녀를 알 길이 없다. 그 둘은 잔이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다.
‘오늘 저녁으로 쿠스쿠스 해줄게’ 낡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된 나사 소속의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 도움을 받기 위해 우연히 방문한 집에는 알제리 출신의 ‘하미다’가 살고 있었다. 불어를 모르는 미국인 우주 비행사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함께 쿠스쿠스 저녁을 먹기로 한다.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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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벤쉬트리 감독의 '마카담스토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예상과 달리 이야기 그 자체였다. 우주복을 입은 마이클 피트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 미니멀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물론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그 보다는 같지만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유려하고, 각기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되어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진 다는 것 이상의 메시지도 공유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를 좀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 장점이라 하겠다. 세 가지 이야기를 짧은 시간 내에 시작하고 끝내는 것까지 하다보니 불친절한 것이 아닐까 오해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불친절하기보다는 필요한 것 외에는 전혀 추가하지 않은 아주 미니멀한 구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또한 이런 미니멀한 영화는 자칫 이미지나 감성에 너무 기댄 나머지 영화가 스스로 취해 과잉으로 흐르는 경우가 잦은데, 감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페이소스는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각자 마무리 될 때 이 세 커플의 이야기 모두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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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비슷한 영화를 기다렸던 이들에게는 딱 맞아 떨어질 그런 영화임은 분명하다. 생각보다 여운이 더 길게 남을 듯한 영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상하기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1. 화면비가 풀스크린(4:3)으로 제공됩니다. 아마도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느낌을 더 극대화하고자 풀스크린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2. 원제는 '아스팔트 (Asphalte)'인데 국내개봉 제목은 '마카담스토리'라 무슨 뜻일까 했는데, 마카담은 아스팔트 발명가의 이름이자 공법 이름으로, 프랑스 피카소 단지에 있는 한 낡은 아파트의 애칭이라고 하더군요.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아파트가 '마카담 아파트'가 되는 것이죠.
3. 극중 이자벨 위페르가 소년과 함께 보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크래딧에 나오기는 했는데 (1970년대 작품인걸로), imdb에도 정확한 정보가 나오질 않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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