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범죄와 현실의 가운데서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쉬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숨쉬는 모든 순간이 위험한 이곳에서 이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출처 : 다음 영화)


드니 빌뇌븨 감독의 '시카리오 (Sicario, 2015)'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을 배경으로 거대한 마약 조직인 카르텔과 이를 소탕하려는 CIA를 비롯한 미국 정부 조직을 중심으로 한 소탕 작전을 그린다.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 작전의 한 가운데에 마약국 소속은 아니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FBI 요원인 케이트를 등장시킨다. '시카리오'에서 케이트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범죄 조직도 이를 소탕하려는 정부 조직도 서로의 이익을 위한 현실적인 것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종의 이방인 격이자 아직 이상적인 바를 주장하는 케이트는, 이 현실을 다시금 바라보고 질문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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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은 권력이나 힘, 혹은 균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했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팔아 넘기는 마약 범죄 조직은 잔혹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를 소탕하고자 하는 정부 조직의 행동이나 방식이 과연 그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조금 진부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참혹한 살인을 지시하고 행하는 범죄 조직원들이나 우두머리도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이거나 가족에게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주인공의 편에 서 있는 이들의 냉정함을 들어 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또한 주인공 케이트에 대한 시선 역시 냉정함을 유지한다. 그녀가 꿈꾸는 합법하고 이상적인 방법들이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 법과 이상대로 범죄 조직을 어떤 피해나 시간이 들더라도 모두 소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한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결국 소탕하지 못한다면 관리 하에 두는 일종의 타협안을 수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영화는 답하기를 유보한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럼에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담론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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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시카리오'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범죄 스릴러다. 마치 리들리 스콧의 '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를 연상시키는 범죄 조직과 현실의 공포와 무게감, 그리고 캐서린 비글로우의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못지 않은 작전 과정의 치밀함과 디테일한 묘사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고 있는 범죄조직과 첩보조직과의 관계와 사건들을 실제하는 현실이라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든다. 에밀리 블런트, 조쉬 브롤린, 베니치오 델 토로의 연기는 과장됨이 없어 더욱 섬뜩하고 현실적이며, 최근작 '스카이폴'에서 정말 멋진 영상을 선사했던 로저 디킨스의 촬영 역시 이 작품의 손꼽을 만한 매력 포인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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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The Thieves, 2012)

최동훈 세계의 집대성 그 장점과 단점



언제부턴가 국내에서 영화를 소개할 때 '웰 메이드 (well­ made)'라는 표현을 유독 자주보게 되었는데, 어쨋든 전반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는 의미라면 국내에서 '웰 메이드'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 중 하나가 바로 최동훈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범죄의 재구성 (2004)' '타짜 (2006)' '전우치 (2009)' 까지, 최동훈 감독의 영화들은 개인마다 호불호는 나뉠 수 있지만 영화적 완성도로 보았을 때는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완성도가 높은, 배우, 연출, 액션, 시나리오, 대중성 등 다방면에서 준수함을 보여주었기에 이 작품 '도둑들' 역시 적지 않은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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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은 전반적으로 최동훈의 세계관을 집대성 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두 명이 극을 이끄는 것이 아닌 여러 명의 캐릭터가 집단으로 등장해 유기적으로 얽히는 설정은 물론, 범죄의 세계에 대한 디테일 (주로 대사에서 오는)을 챙기는 한 편, 액션에도 볼거리를 선사하고 반전을 거듭하는 동시에 드라마까지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도둑들'은 이미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 확연한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조금만 더 간결했더라면 훨씬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언제나 영화의 배경을 묘사할 때 단순 묘사나 한 두 가지의 디테일로 승부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그 세계를 그려내는 데에 공을 들였던 감독이었다. '범죄의 재구성'은 전문 사기꾼들이 쓰는 찰진 대사들을 통해 실제 그 세계를 러닝 타임 동안만이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타짜'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도박꾼들을 넘어서 그들 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도둑들' 역시 최동훈 감독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듯 하면서도 한 편으론 우리가 사는 이 곳의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가끔 이런 이면의 세계를 그릴 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경우들이 있는데, '도둑들'은 현실성과 영화적인 부분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단편적으로 정리하자면, 부산을 배경으로 건물 외벽을 와이어에 매달려 벌이는 총격전이 한편으론 판타지스럽기도 하지만 만족스럽기도 하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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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계관을 구현하는데에 있어 '도둑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은 캐릭터와 로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집단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경우 장점과 단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10명에 가깝게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 각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기보다 안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절반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몇몇 캐릭터의 경우 딱 그 캐릭터의 비중에 맞게 설정되어 그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앤드류-오달수, 예니콜-전지현 등), 몇몇 캐릭터에게는 범위 이상의 이야기가 할애된 듯한 느낌 역시 받았다. 김수현이 연기한 '잠파노'의 경우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예니콜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조금은 모호함이 없지 않았던 것 같고, 임달화 형님이 연기한 '첸'과 김해숙이 연기한 '씹던껌'의 이야기의 경우는 무언가 전체적인 이 영화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어울리지 않다기보다 모호하게 위치한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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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도둑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시, 임달화 형님의 출연 때문 ㅠ)


참고로 첸과 씹던껌의 이야기를 통해 최동훈 감독이 말하고자 한 '도둑들'의 정서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이렇게 중간에 흩어져 버리는 것이 좀 아쉬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그 둘이 남긴 대사들이 주는 범죄 영화의 감성적인 정서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정서가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한 켠에 머무르지 않고 차라리 중심에 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면 현재의 '도둑들'에서 어울리지 않는 정서들도 여럿 있을 테니 총체적인 정리가 필요했겠지만... 아무래도 이 정서의 중심에 임달화 형님이 있다보니 이렇게 사이드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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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최동훈 감독의 야심이 집대성 되다보니 발생된 단점이라면, 일단 안그래도 집단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이야기가 집중되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그 각각의 인물들에게 비교적 더 많은 이야기를 주려고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힘을 잃은 경향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도둑들'의 메인 스토리라면 마카오박을 중심으로 태양의 눈물을 두고 벌이는 이른바 '꾼'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여기에 팹시(김혜수)와 뽀빠이(이정재)가 연관된 과거사가 포함된 것까지는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첸과 씹던껌의 독립적인 이야기는 물론, 무언가 더 할 것처럼 하다가 애매하게 남겨져 버린 잠파노 그리고 추후 비중있게 등장하는 웨이 홍의 이야기까지, 모두 하나의 줄기에 엮여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열매가 조금은 무거웠던 탓에 전반적으로 복잡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사실 이렇게 복잡한 관계 설정을 가지고 노는 것이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에 장점 중 하나이긴 한데, 이번에는 조금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스티븐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처럼 시리즈로 계획되었다면 조금은 부담이 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워낙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다보니 각각의 비중을 설정하는 데에 조금은 애를 먹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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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후반부 부산에서 펼쳐지는 건물 외벽 와이어 액션을 들 수 있을 텐데, 어떤 영화와 비슷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시퀀스만 봐도 액션 콘티를 얼마나 신경써서 작업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장면이었다. 사실 그 동안 마카오박에 대해 영화가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갑자기 이던 헌트처럼 와이어를 타고 자유자재로 날라다니는(?)가 하면 홍콩 조직원들과도 1:1로 결투까지 벌이는 마카오박의 모습에 조금 갑작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어쨋든 그 갑작스러움만 제외한다면 이 영화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리듬감을 만나볼 수 있는 시퀀스였다. 두기봉 영화와 성룡 영화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부산 로케이션을 배경으로 (이 장면의 또 다른 승자는 바로 그 건물이다), 와이어를 최대한 적절하게 활용한 이 액션 시퀀스는 '도둑들'이 단순히 머리쓰고 뒤통수 치는 영화가 아니라 볼거리로도 만족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나중에 블루레이가 나온다면 한 번 본편을 감상한 경우 바로 이 장면을 선택해 다시 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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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그의 영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요소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으로서,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그 각각의 매력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이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매력적인 요소들이 조금은 과하게 담긴 탓에 넘쳐 아쉬움으로 남게 된 점도 없지 않지만, 우리가 흥분했던 홍콩 범죄 영화의 장점을 우리 것으로 잘 소화해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으로 아마 어렵겠지만 '오션스 일레븐' 처럼 시리즈로 제작되어 다음 편에는 정말 조지 클루니가 일원으로 출연한다던지 아니면 양자경 누님 정도가 출연해주신다면 더 멋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바램도 가져본다.



1. 오랜만에 극장에서 여자 분들의 함성소리를 들었어요. 확실히 김수현이 대세이긴 한 것 같아요 ㅎ 그의 등장과 대사 하나하나에 반응하시더라는 ^^;


2. 그동안 자신의 이미지를 비튼 전지현의 '예니콜' 캐릭터는 확실히 인상적이더군요. 염정아나 김혜수가 내뱉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같은 대사들이었어요 ㅎ 이름부터가 '예니콜'이라는 것에서 피식하기도 했고요 ㅋ


3.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많다보니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마카오박(김윤석)의 비중이나 깊이는 조금 덜해진 느낌이더군요. 이건 김윤석 씨가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상대적인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나중에 부산 가면 그 건물과 그 골목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홍콩 영화에서나 보던 장소 활용이랄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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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판으로 더 깊어진 깔끔한 범죄영화


척 호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벤 애플렉 감독의 작품 '타운 (The Town)'은 '디파티드', '히트' 등을 비롯해 범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에 매우 충실한, 클리셰 그 자체로 보아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무리는 은행강도를 일삼는 범죄자이고, 배경이 되는 '찰스타운'은 대대로 범죄가 가업처럼 되물림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동네이며, 이러던 가운데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려 애쓰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이곳 (찰스타운)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마지막 범죄를 계획하게 된다. '타운'은 위의 내용이 전부라고 봐도 좋을 만큼 범죄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이들도 쉽게 짐작할 만한 이야기로 전개되며, 그 가운데 범죄 영화의 클리셰도 거의 모두 수행하고 있다.






'타운'이 괜찮은 영화일지 아닐지는 철저하게 이 영화에 기대하는 바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겠다. 만약 서두에 언급했던 '디파티드'나 '히트' 등을 기대했다며 정말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에 허탈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반대로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고 장르영화로서 범죄영화를 만나려고 했던 관객이라면, 적절한 클리셰와 괜찮은 무게감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블루레이를 통해 재 관람하니 새삼 영화의 깊이가 은근하게 풍겨져 나와 범죄영화 특유의 공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은 작품이었다. 사실 다른 장르영화들도 그렇지만, 범죄영화의 경우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그저 범죄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게 감과 희열을 느끼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타운'은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아니 좋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다른 범죄영화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배경적인 소재 선택에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찰스타운'이라는 보스턴의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하며 팬웨이파크를 범죄의 무대로 삼는 다는 점과 더불어 주인공이 벗어나려는 굴레를 지역과 가족으로 구체화 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야기를 가족과 특히 지역적인 것으로 한정하면서 좀 더 지역적 특색을 갖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것이 한계로 작용하기 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타운'이 '찰스타운'을 벗어나는 더 큰 메시지를 그리려 했다면 정말로 기술적인 클리셰만이 남는 영화가 되었을 텐데, 감독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의 이야기로 한정 지으면서, 오히려 욕심을 덜어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지역적 한정성은 실제 찰스타운에서 벌어졌었던 은행강도 사건 및 도주 사건을 묘사함에 있어 더욱 치밀함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주민들의 참여는 물론, 당시를 기억하고 관련한 자들을 통한 자료조사를 통해, 아마도 당시를 기억하는 찰스타운 주민들이 이 영화를 보더라도 허점을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현실성'에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타운'에 가장 큰 자부심이 되었으며, 영화의 색깔을 나타내는 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라면, 극 중 조직의 대부로 등장하는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때문이었다. 올해 1월 세상을 떠나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는데, 스크린을 통해 그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건 '인셉션'이 마지막일 줄 알았지만, 결국 이 작품 '타운'이 국내에서 만나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올해 4월 영국에서 개봉예정인 'Killing Bono'라는 작품이 유작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아마도 이 작품은 개봉이 어려울 듯해 국내 극장에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건 '타운'이 될 것 같다). 배우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은, 이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히스 레저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역시 영화와는 별개로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인셉션'과 이 작품 모두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역시 분량과는 상관없이 별다른 장치나 과장 없이도 조직의 대부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타운'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범죄영화지만, 피터 포스틀스웨이트로 인해 조금 더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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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ray : Pictures & Sound Quality

MPEG-4 AVC 포맷의 1080p 화질은 보스턴의 풍광을 분위기 있게 담아내고 있는데, 칼 같이 선명한 화질과 외곽선의 표현은 아니지만, 범죄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장면보다는 보스턴 찰스타운을 하늘에서 바라본 장면들처럼, 배경을 묘사할 때 좀 더 디테일 한 블루레이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레퍼런스 급의 최신작들과 비교하여 조금은 아쉬운 화질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극장에서 디지털 소스로 관람했을 때에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던 원본을 감안한다면 BD의 화질이 특별히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범죄 영화답게 '타운'에는 다양한 총기들의 격발 음, 자동차 추격전에서 발생하는 긴박한 효과음들과 폭발음 등을 만나볼 수 있는데, 총기들도 중화기에 가까운 수준에 총기들이 등장하고 대규모 총격 씬이 진행되는 만큼 차세대 사운드를 맘껏 즐겨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팬웨이파크에서 벌어지는 총격 씬의 경우 사운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공간감 있고 임팩트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극장에서 감상했을 때는 그렇게 사운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자면, 블루레이의 사운드가 좀 더 체감하기에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타운' 블루레이를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이유라면 123분이었던 극장판과는 다르게 총 153분의 확장판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무려 30분에 가까운 분량이 추가되었는데, 삭제 장면이 추가된 경우가 아니라 기존 장면이 확장되거나 추가된 경우라 장면에 따라 전혀 볼 수 없었던 시퀀스가 통으로 추가된 장면도 있고, 전체 시퀀스에서 짧은 장면들이 새롭게 추가된 장면들도 확인할 수 있다.





블루레이에는 극장판과 확장판이 각각 수록되었는데, 확장판의 경우 확장된 장면이 나올 때 마다 화면 좌측 상단에 아이콘으로 표기하여 추가된 장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확장판의 내용들은 극장판과 비교하자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짝 벗어나는 장면들도 있는 한편, 각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근거를 탄탄히 해줄 장면들도 담겨 있어 결과적으로 좀 더 풍부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확장판의 경우 좀 더 주인공 더그와 클레어의 관계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벤 애플렉의 음성해설 역시 극장판과 확장판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는데,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들어보면 단순히 극장판 버전에 확장된 장면에만 코멘트를 추가한 개념이 아니라, 확장된 시퀀스의 경우 그 앞 뒤까지 고려하여 다른 전개로 음성해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벤 애플렉이 얼마나 많은 세심한 연출을 하고 있는지 과장 없이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음성해설 트랙에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가영상은 'FOCUS POINT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본편을 보다가 관련된 장면이 있을 때 안내가 나오면 확인할 수도 있고, 별도로 부가영상만 따로 볼 수도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 'Pulling Off The Perfect Heist'에서는 극 중 등장하는 첫 번째 은행강도 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추구하는 현실성에 대해 들려준다. 실제 찰스타운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을 재현하면서, 찰스타운 사람들이나 FBI에서 보았을 때에도 가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을 엿볼 수 있다.






'The Town'에서는 작품의 배경이 된 '찰스타운'에 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범죄가 세습되고 보스턴의 대부분 범죄에 연루된 곳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치 유럽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거리로 이뤄진 곳들도 존재하는 지역적 특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Nuns With Guns : Filming in the North End'에서는 극 중 수녀 가면을 쓰고 벌이는 노스엔드의 추격전에 대한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연출을 위해 동원된 자동차 스턴트에 대한 촬영장 모습과 감독과 스텝들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The Real People of The Town'에서는 실제 찰스타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주요 캐릭터를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의 경우 실제 찰스타운 주민들을 캐스팅하였고, 직접적인 캐스팅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자문을 얻는 역할 등으로 작품에 참여시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부가영상을 보다 보면 '타운'은 마치 재현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Ben Affleck : Director and Actor'에서는 '타운'에서 감독과 각본 그리고 주연을 맡은 벤 애플렉에 대한 동료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물론 다양한 벤 애플렉의 재능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감독으로서 그의 면모를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동료들의 인터뷰와 수록된 짧은 촬영장 영상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프로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The Cathedral of Boston'에서는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에서의 촬영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펜웨이파크에서 다른 촬영도 아니고 총격씬의 촬영 허가는 관계자들이 전하는 것처럼, 레드삭스의 골수 팬인 벤 애플렉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텐데, 그라면 단순히 세트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펜웨이파크에 대한 존경을 담아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시퀀스 하나는 실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장면이 되었다.


[총평] 벤 애플렉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타운'은 찰스타운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현실성을 범죄영화라는 장르에 잘 녹여낸 깔끔한 범죄영화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으로 미뤄보았을 때 '타운'은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며 또한 극장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확장판은, 이 괜찮은 범죄영화에 좀 더 풍부함을 더해주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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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The Town, 2010)
클리셰 그 자체의 나쁘지 않은 범죄영화

척 호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벤 애플렉 감독의 작품 '타운 (The Town)'은 '디파티드', '히트' 등을 비롯해 범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에 매우 충실한, 클리셰 그 자체로 보아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무리는 은행강도를 일삼는 범죄자이고, 배경이 되는 '찰스타운'은 대대로 범죄가 가업처럼 되물림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동네이며, 이러던 가운데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려 애쓰던 중 우연한 기회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이곳 (찰스타운)을 떠나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마지막 범죄를 계획하게 된다. '타운'은 위의 내용이 전부라고 봐도 좋을 만큼 범죄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이들도 쉽게 짐작할 만한 이야기로 전개되며, 그 가운데 범죄 영화의 클리셰도 거의 모두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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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타운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그 아이들이다)

'타운'이 괜찮은 영화일지 아닐지는 철저하게 이 영화에 기대하는 바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겠다. 만약 서두에 언급했던 '디파티드'나 '히트' 등을 기대했다며 정말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에 허탈함을 느끼게 되겠지만, 반대로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고 장르영화로서 범죄영화를 만나려고 했던 관객이라면, 적절한 클리셰와 괜찮은 무게감에 만족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다른 장르영화들도 그렇지만, 범죄영화의 경우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과 동시에 그저 범죄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무게감과 적당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작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타운'은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가 다른 범죄영화와 조금 다른, 아니 이 영화가 선택한 소재라면 '찰스타운'이라는 보스턴의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하며 팬웨이파크를 범죄의 무대로 삼는 다는 점과 더불어 주인공이 벗어나려는 굴레를 지역과 가족으로 구체화 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야기를 가족과 특히 지역적인 것으로 한정하면서 좀 더 지역적 특색을 갖게 되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것이 한계로 작용하기 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다. 만약 '타운'이 '찰스타운'을 벗어나는 더 큰 메시지를 그리려 했다면 정말로 기술적인 클리셰만이 남는 영화가 되었을텐데, 감독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의 이야기로 한정지으면서, 오히려 욕심을 덜어낸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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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포스틀스웨이트. 그가 없는 헐리우드는 분명 조금은 심심해 졌을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극 중 조직의 대부로 등장하는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때문이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나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그의 출연사실을 몰랐던 터라 더욱 그랬는데, 스크린을 통해 그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건 '인셉션'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결국 이 작품 '타운'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올해 4월 영국에서 개봉예정인 'Killing Bono'라는 작품이 유작이라 할 수 있을텐데, 아마도 이 작품은 개봉이 어려울 듯해 국내 극장에서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는 건 '타운'이 될 것 같다). 배우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얼마지나지 않아 그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은, 이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히스 레저를 통해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역시 영화와는 별개로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가 맞게 되는 상황 때문에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역시 분량과는 상관없이 별다른 장치나 과장 없이도 조직의 대부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타운'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범죄영화지만, 피터 포스틀스웨이트로 인해 조금 더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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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터 포스틀스웨이트 외에 크리스 쿠퍼도 매우 짧은 분량 출연하지만 강한 인상을 줍니다.

2. 제레미 레너의 연기가 좋더군요. 범죄 영화에 저런 캐릭터는 꼭 하나씩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별로 나쁘지 않았어요.

3. 엔딩 크래딧에 실제 찰스타운에 대해 관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뭐 찰스타운의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은 저렇지 않다는 얘기에요 ㅎ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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