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리의 꿈 (グスコーブドリの伝記, 2012)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의 '부도리의 꿈 (グスコーブドリの伝記, 2012)'에 끌리게 된 것은 미야자와 겐지라는 이름과 고양이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었다. 미야자와 겐지는 잘 알다시피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된 '은하철도의 밤'를 쓴 작가로 유명하고 개인적으로도 '은하철도 999'는 물론 '은하철도의 밤'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이 작품 '부도리의 꿈'에도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다. 온통 더빙 판 밖에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어렵게 자막판 상영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부도리의 꿈'은 2012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클래식한 화법과 영상으로 채워진 독특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이었다. 판타지를 담은 듯 하지만 결국에는 '은하철도의 밤'이 그러했듯이 근본적이고, 특히 대지진 이후 고통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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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리의 꿈'은 별로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특히 후반부 클래이맥스 부분은 삭제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생략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더빙판은 삭제된 분량이 있으나 자막판은 없다), 이를 비롯해 몇몇의 내러티브는 논리적으로는 헛점이 많고, 도대체 부도리는 동생인 네리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는 전체적으로 커다란 슬픔과 위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본래 인간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고양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변경한 것이나, 더할 수 없이 처절한 상황에 놓인 부도리의 상황을 판타지와 판타지에 가까운 현실로 풀어나간 것은 영화가 바라보는 위로의 시선이 느껴지는 지점이라는 얘기다. 사실 영화 속 부도리와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따지고보면 도저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어린 부도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상황이다. 보통은 이런 이야기를 다룰 때 그럴 수록 부도리의 편에서서 부도리가 이 어려움을 해쳐나가기를 응원하고 돕지만, 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어쩌면 어린 부도리가 이 상황을 잊을 수 있도록 망각이라는 장치를 제공하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단락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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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면 동생인 네리는 이름모를 이에게 납치된 것으로 나오지만, 어쩌면 납치된 것이 아니라 납치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부터 부도리의 꿈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배고픔을 이야기하던 네리가 '이제 배고프지 않아'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죽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최악의 기근을 해쳐나가기 위해 집을 나가버린 부모님 때문에 어린 동생과 남겨진 부도리에게, 하나 밖에 없는 네리의 죽음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후 부도리는 어쩌면 결코 찾을 수 없는 네리를 찾기 위해 환상을 꾸게 된 것은 아닐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동생을 아끼던 부도리의 행보라고 보기엔, 아무리 부도리 역시 아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그가 겪는 일들 가운데 네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었다. 어쩌면 이미 기근이 오고 부모에게 버려졌을 때 부터 부도리는 꿈을 꾸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에 놓여졌다는 걸, 영화는 부모의 마음으로 안쓰럽게 바라보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이후 부도리는 여러 사람들과 장소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관계를 맺어가지만, 그 과정들이 발전적이라거나 희망적이라기 보다는 어딘가 애잔해 보이는 일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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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클래이맥스에 왔을 때 부도리는 조금은 갑작스런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영화는 이 부도리의 선택을 위로하듯 노래를 한 곡 들려준다. 그리고 이 순간 영화는 부도리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듣고 있던 관객들 (특히 일본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부도리의 이야기와 이 곡을 듣는 순간, '아, 이 영화는 확실히 메시지가 강한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지진을 겪은 이후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자신과 같은 일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는 부도리의 전기를 보여주며, 주변을 위로하고 함께 무엇이든 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가 결코 세상을 구하려는 한 작은 소년의 영웅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창한 영웅담으로 보기엔 부도리가 누군가를 구하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 수 밖에는 없었던 부도리를 더 위로하게 되는, 그런 안쓰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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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구스코 부도리의 목소리는 오구리 슌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2. 국내 홈페이지가 아주 잘되어 있네요. 볼거리가 많네요 budori.co.kr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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