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일본 큐슈 여행기 #2 _ 유후인, 그곳은 지상낙원
큐슈 여행 둘 째날은,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이자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유후인을 찾는 날이었다. 유후인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바로 '휴식'과 '여유'를 만끽하기 위함이었는데, 온천까지 즐겼다면 더욱 환상적이었겠지만 주머니 사정상 당일 코스로 다녀온 것 만으로도 이런 휴식과 여유를 느끼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유후인으로의 여행.
선스카이 호텔의 자태는 그야말로 마징가스러운데, 정말로 전망대가 열리거나 아니면 건물 자체가 갑자기 일어나 우뚝 설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객실이 조금만 더 넓었다면 하는 아쉬움만 제외하면 그럭저럭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곳이었음.
유후인으로 가는 특급열차 유후인노모리를 타기 위해 어스름한 아침 일찍부터 호텔을 나섰다. 조용하고, 한적하고, 까마귀 우는 풍경은 일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일듯.
토요일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문 고쿠라역 근처. 우린 항상 일본가서도 일본인들도 잘 안하는 짓들을 하는게 특징 ㅋ 별로 관광객스럽게 다니지 않는 것이 포인트 ㅋ
하카타 역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승차. 일본은 자주 얘기하지만 그야말로 열차의 천국!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 대표이미지이기도 하다. 다양한 열차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 그래서 조금 편한 측면도 있는데, 굳이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열차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일본인들도 항상 주변에 있기 때문.
하카타 역에서 잠시 시간이 남아 근처를 둘러보았는데, 확실히 고쿠라 역과는 다른 풍경. 좀 더 규모가 있고 사람들도 더 북적이는 모습이랄까. 건물에 쇼핑몰도 있고 다양한 가게들이 많았는데 시간 관계상 그냥 슬쩍 구경만 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영화를 볼 예정은 아니었지만 그냥 반가운 마음에 무인 시스템을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ㅋ 예전에 한 번 무인발권기를 통해 예매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술술 한 번에 잘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건 이 때 상영중인 영화를 모두 이미 본 작품이었다는 것. 우리 영화 '7광구'를 비롯해 '머니볼' 등이 상영중이었음.
드디어 눈 앞에 등장한 유후인노모리! 무언가 굉장히 클래식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확실히 특색이 있는 열차였는데, 역시나 모두에게 인기가 대단했다! 전혀 느낌은 다르지만 왠지 999호를 연상시키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유후인이라는 곳에 걸맞게 잘 짜여진 테마 열차라는 느낌이었다.
내부도 외부의 컨셉과 크게 다르지 않는 통일된 느낌으로 아늑하고 따듯한 분위기였다.
하카타 역에서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가면 약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면 역시 도시락! 하카타 역에는 이렇게 열차에서 먹거나 선물용으로 좋은 도시락을 파는 가게들이 참 많은데, 오히려 종류가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침을 안먹고 나온터라 조금 든든한 메뉴로 결정!
2시간여를 달려 유후인 역에 도착! 아,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예정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좋아도 너무 좋은 날씨였다. 유후인의 멋진 풍경을 파란 가을 하늘이 완성해주고 있었다.
가운데 난 큰 길을 주욱 따라가다보면 양 옆으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계속 만나볼 수 있었는데, 하나 같이 들어가보고 싶게끔 생긴 곳들이었다. 적당히 시간을 봐가며 가게들을 선별하여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일본을 다니다보면 각 동네마다 조금씩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는 토토로와 원피스를 제외한다면 이곳 큐슈는 호빵맨이 대세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호빵맨과 세균맨을 만나볼 수 있었음!
이 곳은 고양이를 비롯해 반려동물용 아이템들을 직접 조각해서 만들어주는 가게였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찌나 유쾌하고 말씀이 많으신지, 딱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모습이셨다 ㅋ
우린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틈을 벗어나 조금 뒤에 출발한 탓에 올라가는 길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말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사람이 많기는 했음.
아, 사진만 봐도 다 이 길을 걷고만 싶구나 ㅠ
이 가게는 온통 고양이 관련 제품들로만 채워진 가게였는데, 그야말로 고양이 천국이었다 ㅠ 이 가게에서 아무것도 안사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울 정도! 참고로 바로 옆에는 강아지 관련 제품만 파는 가게가 세트로~
그렇게 쭉~ 길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도착한 긴린코 호수. 사진에서 보던 바로 그 곳이었다!
호수를 삥 둘러 뒤 쪽 길로 걸어 다시 입구로 돌아왔다. 전체적으로 이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정말로 한적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샤갈 미술관에 있는 커피숍에서 여유있게 커피를 한 잔 하려했으나 자리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유후인을 구경하다가 어느 한 카페에 들어가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아메를 시켰는데, 첫 째날 모스버거에서 마신 아이스아메도 그랬지만, 일본 카페에서 나오는 UCC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특히 맛이 진해서 좋았다. 물론 따듯한 아메리카노 역시 이 고즈넉한 풍경과 딱 맞아떨어지는 깊은 맛이었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는 여유로운 순간~
유후인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대표적인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금상고로케'인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가게라는 곳을 찾아 맛을 보았다. 친절하게 한글 프린트로 '진짜 금상고로케'라고 ㅎ
그렇게 유후인에서 보낸 짧지만 여유로왔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에게 들었던 정보가 떠올랐다. 역에서 100엔을 내면 간단하게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였는데, 마침 열차시간도 남아있어서 역의 끝쪽으로 가보니 조그맣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번 일본 여행을 통틀어 이 순간이 가장 평화롭고, 여유롭고, 천국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 순간에도 나중에 이 순간이 이 정도의 추억이 될 줄 직감적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는데, 얼마나 '좋다~' '지상낙원이야 ㅠㅠ' 등등의 얘기를 자주 했었는지 모른다. 그저 역에서 발을 잠깐 담근 것 만으로도 이 정도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데, 만약 온천을 본격적으로 즐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무한한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꼭 다음에 오게 된다면 돈을 모아서라도 유후인의 온천을 제대로 즐겨봐야겠다 라는 결심도 했고.
그렇게 유후인에서의 일정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그 짧은 시간에 느낀 행복감으로서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다시 가고 싶은 지상낙원 '유후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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