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Maze Runner: The Scorch Trials, 2015)
미로를 빠져나온 다음의 이야기
지난 해 개봉했던 시리즈의 첫 편인 '메이즈 러너 (The Maze Runner, 2014)'는 여러 모로 부족한 작품이기는 했지만, 딱 봐도 3부작의 첫 편이라는 성격에서 봐줄 만한 설정과 떡밥들이 아주 신선하지는 않아도 흥미로운 편이었고, 무엇보다 그 주인공들이 소년소녀들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활기가 느껴진 나쁘지 않은 액션 시리즈의 서막이었다. 이 말을 반대로 얘기하자면 3부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첫 편만 독립적으로 본다면 역시 좋은 평가를 하기엔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무지와 미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전편은 딱 그것이 어느 지점에 달했을 때 끝나버렸던 것과는 달리, 속편인 '스코치 트라이얼'은 전 편의 이런 점을 빠르게 만회하려는 듯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의 전개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리고 그것은 '스코치 트라이얼'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 20th Fox. All rights reserved
일단 액션과 오락적인 측면에서는 무언가 이야기가 궁금증만 잔뜩 풀어놓고 제대로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전편에 비하자면 확실히 속도감도 흥미도 높아진 편이다. 131분으로 제법 긴 러닝 타임임에도 그다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이런 전개와 속도감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쉬운 건 다음 작품을 위해 빠르게 속도를 내야해서 였는지 몰라도 오히려 전편과는 전혀 다르게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낸 듯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전편에서는 이야기가 너무 진전이 안된 측면은 있어도 그렇기 때문에 미로라는 설정에 집중하여 더 타이트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스코치 트라이얼'에서는 갑자기 더 큰 세상으로 나와 다양한 설정들이 이전 설정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등장하고 지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그저 등장 이상의 비중을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주인공 무리 역시 토마스의 이야기로 더 집중되고 좁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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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치 트라이얼'이 액션은 더 강해지고 공포와 스릴러까지 더해지는 흥미 요소는 더해졌음에도 오히려 기대감이 있었던 전작에 비해 좀 아쉽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이야기가 주인공인 토마스 중심으로 훨씬 더 좁혀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른 영화 같으면 이러한 아쉬움이 들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여겨졌을 확률이 높다), '메이즈 러너'의 경우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가 바로 소년소녀들이 등장하여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공동체적인 성향을 띈다는 점이기 때문이었는데, 새롭게 무리에 속하게 된 아리스는 물론이고 기존 무리에 속해있던 민호와 트리사, 뉴튼 등의 캐릭터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행동이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액션 영화의 구조를 갖게 된 것 같아 매력이 덜해진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메이즈 러너'는 설사 액션이나 스릴러 등 모든 측면이 다른 유사 영화들에 비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중심에 소년소녀들이 놓여있다는 설정 만으로도,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더 의미를 둘 수 있었는데, 속편에 와서 대중적 인기의 포인트는 더 가져갔을 지언정 유니크한 매력 포인트는 놓치게 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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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3부작으로 애초부터 기획 된 작품들의 전작들을 이야기할 때 하곤 하는 말인데,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끝내주게 마무리하면 전작들의 아쉬운 점들은 대게 상쇄되기 마련이다.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아슬아슬 하기는 하지만 아직 그 희망의 끈을 놓게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3편을 또 한 번 기다려본다.
1. 후반부에 가서는 제법 유명한 배우들이 한꺼번에 여럿 등장하더군요.
2. 잰슨 역의 에이단 질렌과 해리엇 역의 나탈리 엠마뉴엘은 '왕좌의 게임'으로 익숙한 배우라 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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