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1971)

줄거리

젊은 여인이 심야 라디오 DJ를 남몰래 사모하여 "Misty"라는 곡을 매일 신청한다. 데이브는 캘리포니아에서 심야 째즈 디스크 자키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여인인 에벨린은 데이브를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게속해서 음악을 신청하는 것이다. 급기야는 편집증적으로 그에게 구애를 한다. 디제이인 데이브는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에벨린 때문에 괴로워한다. 광적인 그녀의 행동에 놀라면서, 그녀의 그물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에벨린은 자신의 사랑이 받아 들여지질 않자 죽음에 이를만큼 그를 괴롭힌다. 데이브는 그녀의 살의에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려 한다.



이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제목 자체로 더욱 익숙한 영화 중에 하나였다.
1971년 작으로, 배우로 감독으로 너무도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처음으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직접 멜파소 프로덕션(A Malpaso Company Production)을 설립하기도 하였는데,
이 프로덕션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속에 무표정한 무법자 이미지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한다면, 그의 첫 번째 감독 작품으로는 조금은 의외로 다가왔던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이미지대로 그가 주연으로 무언가 해결해 나가는 주체가 된 마초 영화를 쉽게 예상했었는데,
전혀 다른 공포 싸이코 스릴러 영화가 그의 첫 번째 감독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로 소개되었지만, 원제는 'Play Misty For Me'로, 영화 속 라디오 DJ로
등장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여성 팬인 에블린이 'Misty'란 곡을 신청할 때 하는 대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미스티를 틀어주세요' '미스티 신청합니다' 정도가 될 텐데,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라는
제목이 어쩌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사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역시 본 터라, 이 영화는 제목만
보고는 그저 공포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 영화라기 보다는, 광적인 여성 스토커를
등장시키면서 복잡한 스토커의 심리 상태와 더불어 의외로 고어스런 장면 연출과 음악과 분위기 전환으로
템포를 조절하는 연출이 돋보이는, 첫 번째 감독작으로는 손색이 없는 스릴러 영화라 해야할 것이다.

극 초반부에는 '아, 이 여자 성깔있구나'정도로 에블린 캐릭터에 맛을 보여주었다면,
그녀가 본색을 드러내는 중반부부터는 점점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이끌다가, 그녀가 결국 구속되고
남녀주인공이 따뜻한 음악을 배경으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나,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 장면이 나오면서
잠시 얘기가 다 끝난듯 숨을 돌린 뒤,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공포물에 가까운 분위기로 그녀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극중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데, 그간 출연했던 영화들에서는
총잡이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정작 자신이 연출한 첫 번째 영화에서는 거의 대항하지 못하고 여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도 이채로운 점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음악, 특히 재즈에 대한 조예와 애정은 이후 그가 보여준 마틴 스콜세지의
프로젝트인 <더 블루스>시리즈와 <델로니어스 몽크> <버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첫 번째 감독 작품인 이 영화에서도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주인공의 직업이 라디오 DJ라는 것 부터 시작해서, 'Misty'라는 유명한 스탠다드 팝넘버를 소재로
사용한 점, 그리고 영화 만큼이나 유명한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이 부른 사운드트랙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은 물론,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몬트레이 재즈 페스티벌을
촬영한 장면이 제법 긴 시간 비중있게 수록된 것만 봐도, 그의 음악에 관한 애정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나이로 봐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보다는 <미저리> 세대라고 봐야 할 텐데,
이 영화 속 에블린 역할을 맡은 제시카 워터(Jessica Walter)의 싸이코 스토커 연기는 이후 싸이코페스가
등장하는 영화들의 캐릭터 연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였다. 그야 말로 순간 '정색'하며
욕설을 퍼붓거나 칼질(?)을 해대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를 공포 영화로 불리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지금이야 워낙에 유명하고 좋은 작품을 많이 연출한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이지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의 후기 좋은 작품들을 먼저 관람한 이후에 보게 된 첫 번째 작품이지만,
만약 이 영화를 1971년에 만날 수 있었다하더라도, 그저 배우로서의 유명세로 어설프게 시도한 작품으로 생각되기
보다는,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보는 심정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 영화 팬이긴 하지만, 따져보면 클래식이라 불리는 예전 영화들이나, 유명한 배우들의 대표작 혹은
      매우 유명한 예전 영화들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래서 신작들을 챙겨보는 틈틈에 오래된 명작들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첫 번째 시간으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명작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가 더 익숙할 정도로, 그의 예전 영화들, 즉 노인이 아닌 젊은이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거의 보질 못했는데 이 기회에 차근차근 찾아 보아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