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2] 알카트라즈 탈출 (Escape From Alcatraz, 1979)

줄거리

때는 1960년. 샌프란시스코만 앞의 작은 섬에 자리하고 있는 알카트라즈 교도소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만을 수감하는 곳으로 철통같은 방어망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 수감되게 된 죄수 프랭크 모리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첫날부터 탈출할 생각에 골몰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탈출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교도소장의 말처럼 쉽게 허점을 발견하기가 힘들다.그러나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모리스는 교도소 건물이 많이 낡았고 바다의 염분과 습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이 많이 삭아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죄수들과 함께 탈옥 계획을 세운 모리스는 환기통을 뚫은 다음 천정을 통해 탈출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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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해리>로 유명한 돈 시겔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또 하나의 화제작 <알카트라즈 탈출>.
이 영화는 영화 끝부분에 등장하는 자막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알카트라즈 감옥을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제목 그 자체가 스포일러인것 처럼 '탈출' 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이다.



일단 탈출 영화하면 <쇼생크 탈출>이 익숙하고, 더 가까운 얘를 들자면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가
구미에 맞고, '알카트라스'라 하면 <더 록>이 더 먼저 떠오르는 세대이지만, 이 영화를 접하고 보니,
그 기원에는 아마도 이 영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와서 보게 된
이 영화는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서 다 봐온 수법으로 탈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대로 뒤집어 생각하면, 그 모든 방법이 이 영화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에선 연대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영화가
이 영화. 혹시 더 이전에 제작된 영화 가운데 참고할 만한 영화가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특히 <프리즌 브레이크>의 팬으로서, 이 영화를 보고 <프리즌 브레이크>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감방 벽을 긁어내어 뒷쪽으로 난 벽 속을 올라 탈출하는 것이나, 동료들을 한 둘 모아 각각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얻고 도망가는 수법 등등 만약 이 영화를 먼저보고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았다면,
'아, 이거 영화에서 본 거잖아'라고 바로 생각했을 정도로 동일한 수법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뭐 아무래도 탈옥 관련한 영화를 만들자면 적어도 이 영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하다.
주인공인 프랭크가 스코필드처럼 매우 머리가 좋은 인물로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그렇고, 쥐를 갖고 있는
동료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일이 거의 된 듯 할때 결정적으로 얘기치 못했던 상황이 등장하는 것 등,
우리가 근래에 보아왔던 탈옥관련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았던 기본 설정들이 사실상 모두 등장하고 있다.

물론 1979년 작이다보니 21세기에 나온 작품들과 비교해보자면 세련미가 떨어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특히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알카트라즈의 명성에 비해, 탈출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나 장비를
구하는 일들이 너무도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부분은, 매우 치밀한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이들에게는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가 다른 탈옥 영화와 근본적으로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주인공의 입소배경인데, 대부분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옳은 일을 하다가 잡혀온
주인공들이 탈출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그저 다른 교도소에서도 탈출을 감행했었다는 전력 뿐, 그가 무슨 일을 당해서 감옥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 잣대는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욱 더 '탈옥'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는 구성을 띠고 있다.

이 영화는 일종의 반전이 주는 재미가 주가 되는 스릴러물처럼,
탈출의 과정에서 갖게 되는 갖은 수법에 대한 발견이 주된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 말은 <프리즌 브레이크>나 <쇼생크 탈출>등을 보지 않았다면, 프랭크가 벽을 갈아내고, 스푼과 동전으로
용접을 하고, 비옷으로 보트를 만들고, 잡지로 석고를 떠 인형을 만들었을 때, 참으로 기발하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당시에 이 영화를 접했다면 굉장한 센세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탈옥 영화 하면 이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은 감흥을 주었겠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본 수법들을 토대로
최첨단 수법들까지 더해진 최근 탈옥물들을 먼저 접한 많은 이들에게는, 그 만큼의 큰 인상을 받기엔
어려운 작품이 되어버린 듯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탈옥물의 대부분의 소스를 가장 먼저 제공한 작품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 이번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또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는 언제 보았느냐 만큼이나 무엇을 먼저 보았으냐가 전체적인 관람 자세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 이 리뷰를 하면서 가장 걱정된 점은 이 영화보다 더 먼저 이런 형식으로 그려진 영화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본문에도 있지만 만약 다른 영화를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2008/03/06 - [Moive] -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1]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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