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범죄와 현실의 가운데서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FBI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쉬 브롤린), 그리고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극한 상황 속, 세 명의 요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숨쉬는 모든 순간이 위험한 이곳에서 이들의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출처 : 다음 영화)


드니 빌뇌븨 감독의 '시카리오 (Sicario, 2015)'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역을 배경으로 거대한 마약 조직인 카르텔과 이를 소탕하려는 CIA를 비롯한 미국 정부 조직을 중심으로 한 소탕 작전을 그린다.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 작전의 한 가운데에 마약국 소속은 아니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FBI 요원인 케이트를 등장시킨다. '시카리오'에서 케이트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범죄 조직도 이를 소탕하려는 정부 조직도 서로의 이익을 위한 현실적인 것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종의 이방인 격이자 아직 이상적인 바를 주장하는 케이트는, 이 현실을 다시금 바라보고 질문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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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은 권력이나 힘, 혹은 균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했던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팔아 넘기는 마약 범죄 조직은 잔혹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를 소탕하고자 하는 정부 조직의 행동이나 방식이 과연 그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조금 진부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참혹한 살인을 지시하고 행하는 범죄 조직원들이나 우두머리도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이거나 가족에게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주인공의 편에 서 있는 이들의 냉정함을 들어 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또한 주인공 케이트에 대한 시선 역시 냉정함을 유지한다. 그녀가 꿈꾸는 합법하고 이상적인 방법들이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 법과 이상대로 범죄 조직을 어떤 피해나 시간이 들더라도 모두 소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한 가능한 것인지를 묻고, 결국 소탕하지 못한다면 관리 하에 두는 일종의 타협안을 수용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영화는 답하기를 유보한다.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럼에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담론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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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시카리오'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단 한 순간도 놓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범죄 스릴러다. 마치 리들리 스콧의 '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를 연상시키는 범죄 조직과 현실의 공포와 무게감, 그리고 캐서린 비글로우의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못지 않은 작전 과정의 치밀함과 디테일한 묘사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익숙하게 접하고 있는 범죄조직과 첩보조직과의 관계와 사건들을 실제하는 현실이라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든다. 에밀리 블런트, 조쉬 브롤린, 베니치오 델 토로의 연기는 과장됨이 없어 더욱 섬뜩하고 현실적이며, 최근작 '스카이폴'에서 정말 멋진 영상을 선사했던 로저 디킨스의 촬영 역시 이 작품의 손꼽을 만한 매력 포인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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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 (Blu-ray : Edge of Tomorrow)

슈팅 게임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한 흥미로운 작품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 액션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물론 이 작품은 따로 있고 그 것은 게임이 아닌 일본의 라이트 노벨인 'All you need is kill'인데, 원작에서는 루프나 외계인의 침공 등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다른 스토리 적인 측면이나 기타 설정들은 다른 측면이 많은 편이다 (※ 참고로 이 작품은 헐리웃에서 일본 라이트 노벨을 영화화한 최초의 작품이다).




▲ (좌) 영문 소설 표지 / (우) 만화 중 한 장면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죽으면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로운 점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 대부분이 갖는 특성 중에 하나는, 드라마 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는 것 만으로 일종의 설득력이 있는 드라마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그가 주연한 영화들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점인데, 일종의 영화 외 적인 효과라고도 볼 수 있고 반대로 배우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궁극의 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관객들은 다른 사람이 아닌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연기력 + 연기력 외적인 이미지로 인해 (여기서 연기력 외적이라는 건 친절한 톰아저씨의 이미지가 아닌, 그가 위험한 스턴트를 대부분 직접 수행한다는 정보처럼, 그가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적으로는 빈약한 드라마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이야기 외에 영화 속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얼굴을 보면, 그 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자동적으로 생겨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고약한 상상이네. -_-


Blu-ray : Menu







Blu-ray : Video


블루레이의 화질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 영상을 블루레이 만의 장점으로 인해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우수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으며, 블랙 레벨의 깊이에서도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어 전반적으로 최신작 다운 훌륭한 화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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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배우 외에 거의 모든 것들을 CG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 작품인데, 실제로는 외계인이나 액션 시퀀스에서 활용된 CG 외에는 최대한 실제하는 세트와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한 작품으로 좀 더 블루레이의 고화질에서도 덜한 이질감은 물론, CG와 실사가 겹쳐지는 장면에서의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이 최대한 실제 촬영을 하려고 한 감독의 방향성은 영상에 있어 좀 더 질감이 느껴지는 깊이를 표현하는 데에 근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장기와 엑소슈트의 질감 그리고 여기에 진흙과 모래가 뒤 섞여 있는 손에 만져질 듯한 이 질감은 확실히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디테일이라 하겠다.


Blu-ray : Audio







DTS-HDMA 7.1의 사운드는 주저 없이 레퍼런스라 부를 만 하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연상 시키는 해변 전투 시퀀스에서는 그야말로 '휘몰아 치는' 사운드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는데, 변화 무쌍한 촉수의 움직임과 전장의 아수라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음과 잡음, 비명 등의 복잡한 사운드들은 극장 못지 않은 공감감을 느낄 수 있었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 부가영상인 'Operation Downfall'의 'Adrenaline Cut'에서는 다운폴 시퀀스를 좀 더 액션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더 역동적인 리듬으로 즐길 수 있다. 'Storming the Beach'에서는 해변 액션 시퀀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2차대전을 참조해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가미하였으며,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공상과학보다는 전쟁 영화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작업하였으며 그로 인해 일종의 미래 버전의 2차 대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최대한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더그 라이먼 감독의 성향 탓에 영국에 대형 해변 세트를 제작하여 좀 더 현실적인 액션 시퀀스를 촬영하였으며, 폭발 등의 액션 역시 CG에 의존하기 보다는 특수 효과를 통해 구현하였으며 배우들의 액션 역시 와이어를 이용해 좀 더 고전적인 액션 시퀀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Weapons of the Future'에서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것 중 하나인 엑소 슈트에 대한 소개를 만나볼 수 있는데, 실제로도 40킬로가 넘는 슈트를 배우들이 입고 촬영에 임해야 했기에 슈트를 입고도 모든 액션 연기가 가능하도록 디테일한 개발 연구를 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 과정의 뒷 얘기가 수록되었다. 출연진 모두 액션을 위한 사전 훈련을 진행할 때도 대부분 슈트를 입은 상태로 훈련에 임했기에 이후 촬영 때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배우들은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엑소슈트에 적응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미션이었던것.


부가영상을 보면서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SF적 측면보다 전쟁 영화의 측면에 더욱 신경 쓴 작품이라는 점과, CG로 가능한 해결하고자 했던 영화가 아니라 특수효과, 로케이션, 스턴트를 통해 현실감을 주려한 ‘현장’의 영화였다는 점이다.






'Creatures Not of This World'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컨셉과 기획,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아무래도 최근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의 공통된 고민이겠지만, 더 새로운 외계인의 외형을 만들어 내기가 이제는 정말 힘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진도 이 크리쳐의 새롭고 독창적인 움직임을 개발하는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촉수를 활용한 액션을 통해 훨씬 더 복잡하고 화려한 시퀀스 연출이 가능했으며, 또한 엄청난 속도로 인한 역동적 동선들도 매력적인 액션을 표현할 수 있었다.






'On the Edge with Doug Liman' 에서는 부지런한 톰 크루즈와의 작업을 준비하면서 톰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감독 스스로도 사전 제작 과정에서 체력 단련을 하는 독특한 영상으로 시작된다. 감독인 더그 라이먼이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초반, 사전 제작과정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감독과 처음 작업을 해보는 톰 크루즈의 소감을 비롯해 배우들과 스텝들이 전하는 더그 라이먼의 연출 스타일을 전해 들을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작품의 감독인 더그 라이먼은 여러 번 소개했던 것처럼 현실감을 중시하는 감독이라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약 8분 가량의 삭제 장면 역시 부가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총평] 더그 라이만이 연출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선보이기가 어려워 지는 SF영화들 가운데, 작은 아이디어와 고전적인 영화 기법을 가지고 색다르게 표현해 낸 나름 신선한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가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부족함을 톰 크루즈라는 신뢰가 넘치는 배우가 부족함 없이 채움으로서, 드라마로서도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화질과 사운드 측면에서 블루레이 유저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 역시, 이번 타이틀을 마무리 하며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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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IMAX 3D, 2014)

켠 김에 왕까지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또 다른 SF액션 영화 정도로 생각했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게임을 영화화 한,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FPS게임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영화화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흔히 게임을 영화화 했다고 하면 게임의 배경이 되는 내용이나 그 스토리를 그대로 영화화 한 경우를 떠올릴 수 있겠는데,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경우는 이와는 달리 1인칭 슈팅 게임인 FPS 게임을 유저가 실제로 플레이하는 과정 그 자체를 영화로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 여행의 개념이 아닌 리스폰, 혹은 리플레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아이디어였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인 빌 케이지 (톰 크루즈)는 외계인과의 전투 중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되어 매일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Groundhog Day, 1993)'을 떠올릴 수 있겠는데, 이 작품은 정확히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가져온 작품인 반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타임 루프라기 보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즉,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르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됨으로 인해 오늘은 가지 못했던 그 다음을 조금씩 계속 전진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확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과 겹쳐진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게임을, 특히 FPS 싱글 모드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이들이라면 영화 속 케이지의 이야기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졌을 것이다. 유저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게임이 익숙해 졌다고 생각될 때, 노멀 난이도가 아닌 극한의 난이도로 싱글 모드를 다시 플레이 해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수십번을 반복하고 여러 날을 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플레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사실 게임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지는 현실보다 더 어려운 경우인데, 근래의 FPS 게임들은 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할 때마다 정확히 100% 그대로의 상황이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플레이를 해야 만이 여러가지 경우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공감하게 되었던 순간은 케이지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패드를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이 떠올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수십 번을 반복한 탓에 더 이상은 시도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되던 순간, 우연한 실수 혹은 시도가 드디어 다음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의 쾌감도 영화의 전개에서 그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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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이 반복되는 게임 설정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몇 가지 제한된 부분들도 있었는데, 지구를 지배하려는 외계인들의 설정이나 이에 대응하는 최첨단 수트를 기반으로 한 병기들의 활용 등도 딱 필요한 만큼만 노출될 뿐 추가 설명이나 활약상은 제한적인 편이라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도 이 내용이 실제 게임이었다면 좀 더 자세한 배경이나 활용이 가능했지 않았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영화 속 주인공인 케이지 입장에서는 리스폰 될 때마다 세이브 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되는 형태이긴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를 시작해 최종 보스 전까지 한 숨에 달려야 하는, 즉 켠 김에 왕까지 깨버리는 그런 영화였다. 그래서일까.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혼자서 고약한 생각을 했다. 맨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하루에 케이지가 '아 몰라, 이제 안해안해'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허무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아니면 '아놔, 저장 안했네'하며 황당하게 끝나는 그런 엔딩. 그랬다면 정말 극장에서 환불 소동 벌어졌으려나. 고약한 상상이네.



1. 게임의 세계관과 외계인 등 설정을 보니 자연스럽게 몇 년 전 참 재미있게 했던 게임 '기어즈 오브 워'가 떠오르더군요. 여러가지로 겹쳐요.


2. 톰 크루즈 주연 영화를 소개할 때 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 영화 역시 관객을 이끄는 요소 중 절반 이상은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힘이죠. 톰 아저씨가 하면 모든지 그럴싸 합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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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
참 선하고 믿음직한 로맨스


뒤늦게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영화 '컨트롤러 
(The Adjustment Bureau, 2011)'를 보았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인데, 연출을 맡은 조지 놀피는 이 작품을 SF로 그려내기 보다는 오히려 로맨스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그려냈다. 만약 필립 K.딕 스타일의 SF작품을 기대하였더라면 많이 실망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로맨스에 가깝다는 평들을 여럿 들어온 터라 상당히 너그러운(?) 시각으로 보게 된 '컨트롤러'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로맨스였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미 상원위원인 남자 주인공과 그가 우연히 만난 한 여성, 그리고 이 만남 때문에 알게 된 미스테리한 '조정국'이 벌이는 음모와 결말을 그린다. 이 '조정국'이라는 설정은 SF적으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컨트롤러'는 SF적인 것에 큰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로맨스에 더욱 집중한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이 영화를 SF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쉽게 풀려버리는 터라 부족한 측면이 많다는 얘기. 어쨋든 무언가 그럴싸하게 모든 것을 조정하는 조정국의 이야기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맷 데이먼이 연기한 데이빗 노리스의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람 됨됨이'가 더 든든한 배경이 된 작품이라고 해야될 듯 하다. 맷 데이먼은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이 믿음직한 이미지는 또 한 번 발휘된다. 맷 데이먼을 믿게 되면 이 작품은 제법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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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이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 데이빗 노리스는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단순히 '운명'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우직할 정도로 믿음직스럽고 선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함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 황당한 상황에 놓인 데이빗 노리스의 행동과 의지를 보고 있노라면, 내러티브의 헛점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의 선함에 저절로 힘을 실어주게 된다. 더불어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선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당으로 볼 수 있는 조정국의 사람들에게서도 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주인공이 골치 거리이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하면 될텐데, 이 조정국 사람들은 그저 감시하고 일이 터질 것 같으면 막는 것 밖에는 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돕는 인물 역시 이런 선함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치고는 너무 동떨어진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소스 코드'와 비교하여도 이 작품은 완전히 로맨스다.  만약 이 영화를 포장하고 홍보할 때 SF라던지 필립 K.딕이라는 설정들을 완전히 배제한채, 운명적인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소개했더라면 오히려 이런 SF적인 설정이 몹시 흥미로운 뒷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서 SF적인 기대치는 딱 이 정도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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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스 프로야스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면 아마 훨씬 재미있는 SF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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