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Godzilla, 2014)
또 다른 히어로 영화의 시작
롤랜드 에머리히의 1998년작 '고질라'는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었다. 일본 원작 '고질라'에 대한 자세한 내용까지는 모르지만 전해들은 바만 해도 원작과의 먼 거리는 알 수 있었고, 그렇다고 이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이나 재미 측면 역시 특별히 매력적이지는 않은 평작이었다. 특히 이번 가렛 에드워즈의 2014년 '고질라'를 보고 나면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혹은 오판 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일본 원작 고질라의 팬들이라면 더더욱 그랬으리라.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입장에서 2014년 버전 '고질라'에게 바랬던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오로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볼 때와 비슷한 기대 정도랄까. 대화면의 극장용 영화로서 평소에는 체감하기 힘든 스케일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왕십리 아이맥스 3D 포맷을 선택하기도 했고. 결과는 만족이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원작 고질라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번 '고질라'는 신선했다. 일단 처음에 등장한 이름 있는 배우들이 너무 쉽게 사그라드는 것에서 그랬고, 전개 과정도 고질라가 전면에 나오기 전에 무토라는 또 다른 괴수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즉, 일반 관객 입장에서 '고질라'라고 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구인들이 어떻게 고질라를 무찌르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 영화는 그 손가락을 무토로 돌리고 있었고 고질라의 존재를 애매하게 등장시키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간들 중심의 드라마는 약해질 수 밖에는 없었다. 사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드라마는 다른 재난, 괴수 영화에 비해 약한 편인데 그래서 아쉬웠다는 것이 아니라 신선했고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박사나 군인 등 주요 인물들의 드라마를 더 걷어 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그렇다면 흥행은 더 어려웠겠지만) 생각도 했다. 일단 이렇게 조금은 일반 재난 영화들과 다른 구성이 나쁘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이야기의 무게가 가벼웠음에도)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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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마치 재난 영화로서 고질라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질라가 주연인 히어로 영화로서 성립하는 듯 했다. 보통의 히어로물이 그렇듯 주인공이 자각하고 영웅이 되기 까지 한참이 걸리는 것처럼, '고질라' 역시 고질라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더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고질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의 행보(?)는 더 히어로스럽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반농담을 섞어서 눈물이 찡할 정도의 감동까지 느끼게 되는데, 정말 완벽한 '다크나이트' 급의 뒷 모습을 고질라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질라와 무토의 대결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고질라가 화염을 쏟아 부을 땐 이 영화를 왜 보게 되었는 지에 대한 확실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흡사 이 영화가 고질라를 다루는 방식은 '킹콩'이 킹콩을 다루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적어도 속편까지는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영웅 고질라가 또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 균형을 가져오게 될지 궁금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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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고질라를 보니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본 일본 원작 팬들은 얼마나 실망스러웠을지 짐작이 뒤늦게 되더군요.
2. 마지막에 TV뉴스를 통해 고질라의 활약이 나오는 장면은 오히려 대놓고 유치해서 불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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