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23 ~ 25 TOKYO

#1 늑대아이를 찾아서



지난 3월 내게는 아주 의미있고 중요한 여행이었던 도쿄 여행. 떠나기 전에 몇 가지 계획 한 바가 있었는데 하나는 국내 출시될 (현재는 출시되었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블루레이 한정판에 수록될 실제 장소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매우 개인적이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일생일대의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나혼자 이것저것 준비하고 계획 짜고 정말로 바쁜 회사 생활 중에 겨우 금요일 하루를 휴가내어 햇수로 3년 만에 다시 도쿄를 찾게 되었다.


이 여행기는 기본적인 여행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므로 '늑대아이'와 관련된 본격적인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


늑대아이, 그 곳을 가다

http://www.realfolkblues.co.kr/1774






요 몇 년간은 일본 여행을 죄다 저가 항공으로만 가다보니 오랜만에 탄 아시아나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 내 첫 일본 여행은 JAL을 타고 다녀왔었는데, 그 때는 아마 그 이후로 이렇게 저가항공만 타게 될 줄은 몰랐겠지... 어쨋든 오랜만에 좌석에 화면도 구경하고 (최신 영화들도 많았는데 '라이프 오브 파이' 더빙 판으로 조금 봤음), 자리도 넓어서 다리도 쭉 뻗고 ㅎㅎ






역시 오랜만에 저가항공이 아닌 비행기를 타서 좋았던 건 기내식. 특별히 맛이있다기 보단 기내식이라는 흥분됨과 따끈함이 맞물려 알파의 맛을 내는 듯. 항상 그렇지만 기내식을 다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듯. 빵은 그대로 남겼다가 나중에 먹어야지 하는데, 결국 나중에 안먹는다는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아예 가방에 넣지 않았음.







그리고 도착한 숙소. Tokyu Stay 니시신주쿠였는데, 일본 숙소가 평균적으로 정말 작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 숙소는 지금까지의 여행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운 수준. 이 정도면 방도 넓고. 단 역시나 2층이다보니 뷰는 없는 걸로.









기존 갔었던 숙소와 또 다른 점이라면 레지던스 호텔이라는 점인데, 나름 세탁기도 한 번 써봤고 (엄청 시끄러워서 잠 못잠 --;;), 전자렌지도 활용해보고. 뭐 이 정도면 니시신주쿠 역과도 멀지 않고 깨끗해서 만족.






도큐스테이 호텔 앞 풍경들. 예전에 갔던 숙소들은 호텔 앞 풍경들이 다 괜찮아서 외울 정도였는데 여긴 너무 평범해서 외우지는 못할 듯.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근처에 대형 편의점이 없다는 점. 일본 여행의 백미는 역시 늦은 밤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구매해서 숙소에 돌아와 먹는 야식이다보니.






숙소에 짐을 내려두고 해가 지기 전에 바로 '늑대아이' 관련 취재를 하러 나섰는데, 첫 번째 장소이자 이 날의 마지막 장소는 바로 중앙선 구니타치 역 근처였다. 이 곳에 있는 히토츠바시 대학을 가려고 오게 되었는데, 내리는 순간 흐드러지게 만발한 벚꽃에 바로 넋을 잃고 말았다. 이 때만해도 아직 한국에는 벚꽃이 피기 전이었는데, 여긴 정말 '늑대아이'와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은 와볼 만한 벚꽃 명소였다. 거리를 수놓은 벚꽃 가로수는 그야 말로 장관.







벚꽃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쯤, 작품 속에 등장했던 과자점 발견! 본래는 저녁을 먹고 와서 이리로 다시 돌아와 커피 한 잔 하려고 했었는데, 스케쥴이 맞지 않아 결국 안에서 사먹는 건 못했다.








여기저기 '늑대아이'의 흔적을 뒤적거리며 거리를 천천히 걷기를 20여 분. 드디어 히토츠바시 대학 입구에 서게 되었다. 이 날은 마침 졸업식날이어서 졸업식을 끝내고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졸업생들과 가족 일부가 사진 촬영을 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히토츠바시 대학은 대학 일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할 만큼 고풍스러운 양식의 건출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본 게임이 '늑대아이'이다보니 이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는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그리 여유롭게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학교와 구니타치 역 근처의 '늑대아이' 실제 장소들을 만나 흥분하며 사진에 담은 뒤, 슬슬 고파오는 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에 도착.






저렇게 하나씩 시켰는데, 일단 아래 내가 시킨 제육 비스므리 한 건 그림과 달라서 실패! 그래도 '밥'이 맛있어서 먹는 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아, 여기서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주문받고 계산하시는 여점원 분이 일본인이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오버스러운 하이톤의 극친절이었던 것. 식당을 나오며 '어디나 돈 버는 건 참 힘든 일이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슬슬 해가 지고 있었고, '늑대아이' 실제 장소의 백미이자 사실은 그 보다 더 중요한, 개인적으로 프로포즈의 장소로 점찍어 두었던 영화 속 '고백의 언덕' 찾기가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의 실제 장소 찾기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는데, 주소도 한 줄 없어서 아이패드를 통해 구글 위성지도를 확인하고 등고선 등을 봐가며 언덕을 찾아 한참을 찾아 해매였다. 거의 못 찾을 수도 있겠다싶어, '늑대아이'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 고백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지를 걱정하고 있던 그 때. 기적같이 짠 하고 나타난 고백의 언덕.






힘겹게 찾은 동시에 떨려오는 마음. 미리 준비해두었던 반지를 코트 주머니로 옮겨 담고, 준비했던 말을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리기 시작. 하지만 머리 보단 심장이 더 빨리 구르기 시작하고, 아닌 것처럼 다른 말로 시작. 본래 계획과 100% 동일한 실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90% 정도는 계획대로 이야기했고, 나머지 10%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그냥 계획한 건 '짠~'하면 '짠!'하고 끝나는 영화 같은 구성이었는데, 현실은 '음......짠~' 했고, 그 이후는 8년 넘게 사귄 커플 만이 아마도 할 수 있을 법한 대화를 한참 나눴다. 결과적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고백의 언덕 바로 옆에 위치한 저 벤치. 일본이 침몰하거나 자연재해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꼭 이 곳을 다시 찾아와 지금을 추억하며 또 한참을 얘기하면 좋겠다.






그렇게 다시 언덕을 내려와 구니타치 역으로. 위의 장면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의 한 장면 같이 나왔다.







이제는 익숙한 신주쿠의 풍경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오모이데요코쵸에서 맥주나 한 잔 할까 싶었는데, 다들 자리가 북적여서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는 걸로.







좁은 가게에 가득가득 사람이 들어차 있는데, 분위기 좋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2009년에 갔던 오모이데요코쵸 방문기는 여기로 (http://www.realfolkblues.co.kr/1125)






오모이데요코쵸를 지나 숙소 근처에 이자까야를 찾았는데, 재미있는 건 여기가 몇 년 전 도쿄에 왔을 때도 왔던 집이라는 것. 그 때랑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테이블에 앉아 모니터로 주문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그 때와는 달리 졸업시즌이라 통째로 단체 손님이 있는 바람에 엄청 시끄러웠다는 점. 결국 간단하게만 먹고 바로 나왔다.


2010년 이 가게를 왔을 때의 리뷰는 여기 (http://www.realfolkblues.co.kr/1382)

심지어 2010년과 똑같은 안주를 시켰어 ㅋㅋ







일본에서도 역시나 걷기 좋아하는 이 커플은, 또 한참을 걷고 비를 피하기를 반복, 숙소 앞에 도착. 숙소 앞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들 구입.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그리고 역시나 많이 걸었던 도쿄에서의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

2탄에 계속...




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일본여행 셋째날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메이지 신궁을 둘러본 뒤 그 근처에 있는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로 향했습니다. 걸어서 다 멀지 않은 거리들이라 한 번에 둘러보기 좋더라구요.




하라주쿠역. 저희는 하라주쿠 역에 내려서 메이진 신궁에 들렀다가 오모테산도를 거쳐 시부야로 나왔습니다.





하라주쿠 입구에 떡하니 위치한 롯데리아! 일본 롯데리아의 새우버거가 맛있다고 해서 꼭 가보려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못 가보았네요. 그 뒤에는 마그도나르도. 아, 마그도나르도 얘기 나온 김에 조금 얘기해보자면, 일본에서 일본말 할 때는 상관없지만 가끔 영어를 쓸 일이 있었는데, 음반샾에 가서 '마이클 잭슨 LP없나욧?'하고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단번에 알아듣진 못하더라구요. 마이클 잭슨을 덜 굴려서 천천히 말한 뒤에야 알아들으시더라는 ^^;




조식으로 나온 오네기리를 (이 호텔은 조식이 제공된다더니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다가 식권 비슷한 표를 주면 오네기리(삼각김밥)와 음료수 등을 주더군요) 먹을 틈이 없다보니, 아침 겸 점심으로 먹게 된 하라주쿠의 한 식당.





돈부리와 돈카츠를 먹었는데, 오랫만에 양껏 식사를 했습니다 ^^





하라주쿠는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더라구요. 조금 규모가 작달까. 신촌과 비슷한 분위기가 나긴 하는데 골목이 좁고 사람은 많아서 좀 복잡하더라구요. 예상과 맞은 점이 있다면 역시 제 취향은 좀 아니었다는것 ^^;





하라주쿠를 나와 메이지진구마에 역을 지나 오모테산도로 향했습니다.





오모테산도는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일본스럽다기보다는 유럽풍 혹은 맨하튼의 느낌이랄까요 (마치 맨하튼과 유럽에 가본냥;;;). 건물들의 건축양식이나 거리의 디자인 구조가 서구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커다란 GAP매장을 보고서는 비싸겠지 하고 안들어 가려다가 40주년 기념 행사를 한다길래 구경이나 해볼 심산으로 들어갔는데, 저렴한 가격에 아주 이쁜 옷들이 많더군요!!!(이미 여기서부터 쇼핑 폭풍은 시작되고 있었음 ㅠㅜ) 그래서 체크 칠부 셔츠와 반팔 셔츠, 그리고 가을 자켓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다들 너무 예쁘고 괜찮은 가격이긴 했으나 예상에는 없던 지출;;윽;;;

쇼핑을 했더니 또 허기져서 (왜???!!) 길 건너 라바짜 커피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일본에서 좋았던 한 가지는 국내처럼 커피숍에서 자리 찾기 어려운 것과는 달리, 저런 도심에서도 비교적 쉽게 남는 자리를 발견할 수 있더라구요. 저 처럼 커피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주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키디랜드에도 갔었는데,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는 정말 하나 정도 지르고 싶더군요. 하지만 잘 참아냈음. 일본과 국내의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국내에서는 '마녀배달부 키키'의 대중적 인지도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상품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데, 일본에서는 저렇듯 토토로, 포뇨와 겨뤄서도 당당히 한 코너를 맡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는 듯 했습니다. 키디랜드 말고 지브리에서도 그랬고 다른 피규어 샾에서도 키키 관련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더군요.




오모테산도에서 키디랜드를 지나 올라가던 길에 우측으로 난 이길로 빠지면 상당히 고가 브랜드 샾이 위치한 골목이 등장합니다.






본토에서 즐기는 타코야키! 뜨거운 줄도 모르고 막 먹다가 입천장은 또 벌겋게 디게 되고....








고대하던 일본 나이키 매장과 아디다스 매장도 여기서 만날 수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그냥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아니라 나이키 컬쳐와 아디다스 클래식이다 보니 가격들이 전부 후덜덜 하더군요. 아무렇지 않은 듯 수십만원 하는 셔츠와 자켓을 보고서는 '색이 맘에 안드네'하며 유유히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등줄기에 흐르는 한 줄기 식은 땀은 어쩔 수 없었죠 윽;;






눈에 익은 브랜드들의 샾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사기에는 다들 벅찬(!) 가격이었지만요;;






그리하여 입성한 시부야! 저 유명한 횡단보도를 근처 건물 2층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제대로 찍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워낙에 바쁜 터라 바로 시부야 속으로 고고!





시부야에 가면 꼭 가보려고 했던 대표적인 곳이 바로 HMV였죠. 너무 커서 오히려 다 둘러보기 벅찰 정도였는데, 저는 여기서도 CD와 블루레이 한 장씩 그리고 책자와 티셔츠도 하나씩 구매했습니다. 날라온 카드 승인 문자를 보고서는 0하나가 잘못 붙었나 0.2초 정도 착각. ;;;





만다라케! 여기도 오타쿠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죠! 정말 많은 만화책들과 다양한 피규어들이 '정말'많이 구비되어 있는데, 빼곡하게 꽂혀있는 만화책들 사이에서 아주 어렵게 에반게리온 관련하여 120엔 짜리 작은 일러스트 설정 북을 신지, 레이, 카오루 이렇게 3권 구입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극장, 그리고 우리영화. 사실 이번 일본여행의 도전과제 중에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시간 문제상 해보질 못했네요. 티켓 가격도 우리돈으로 2만원 정도 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구요. 이 극장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외에도 <워낭소리>를 상영하고 있더군요! 참고로 저 배두나가 나온 영화는 우리 영화가 아니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입니다.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회전 스시는 한번 먹어봐야 할 것 같아서 적당한 곳을 한 곳 골라 들어가보았습니다~







정신 없이 만들고 계셨는데 정말 손놀림이 빠르시더군요. 점원이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는 한국어로 되어 있는 메뉴판을 따로 주시더군요. 배부르게 먹진 못했지만 맛만 음미하고는 다시 숙소 근처인 신주쿠로 돌아왔습니다.





몇 번 왕복했더니 이제는 우리 동네처럼 느껴지기까지한 신주쿠! (귀국하고나서도 이 환상에서 한참이나 못 벗어났었죠 ;;;)





신주쿠 역 근처 뒷골목에 보면 '오모이데요코쵸'라고 작은 선술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이 있는데, 일본 영화에서나 자주 보던 분위기를 느껴보려 이 곳에서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좁은 골목에 정말 가게들이 많더군요. 가게마다 10명 안밖의 인원 밖에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았는데, 바로 앞에서 잔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운치있더라구요.





저희가 갔던 가게는 이 곳. 내부가 얼핏보면 투다리스럽기도 한데, 저희도 분위기를 좀 더 느껴보려 테이블에 앉지 않고 바에 앉아서 오뎅과 사케, 맥주 한 잔을 시켰습니다.




이것이 오뎅인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그 '오뎅'은 오히려 들어있지 않구요, 계란이랑 무, 유부 등으로 국물과 함께 담겨 있습니다.







바로 옆에서 구워대는 꼬치!





꼬치와 오뎅을 안주삼아 사케도 한 잔~
이렇게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도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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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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