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나래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2015)

마음이 삼켜버린 폭탄의 잔해들



예전에도 몇 번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포스터 이미지다. 간단한 시놉시스도 미리 알고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최대한 영화의 정보를 모른 채로 영화 보기를 즐기는데, 그렇기 때문에 포스터 이미지는 더더욱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 영화 '라우더 댄 밤즈 (Louder than bombs, 2015)'는 최근 몇 년 사이 포스터 만으로 가장 기대를 갖게 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고, 제시 아이젠버그가 나오는 정도만 알고 있었으며, 이자벨 위페르나 가브리엔 번 같은 배우들이 나오는 줄도 모른 채로 극장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라우더 댄 밤즈'의 저 포스터 이미지는 영화의 내용과는 조금 관련성이 떨어지는, 즉 이미지 적으로는 황홀하게 아름답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연관성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이미지이긴 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영화는 나쁘지 않았으니 포스터는 성공이라고 봐야 할까? ㅎ



ⓒ 그린나래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이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종군 기자로 활약하던 이사벨 (이자벨 위페르)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남겨진 남편과 두 아들이 겪게 되는 상실의 아픔 혹은 상실로서 드러나는 것들에 대한 아주 조용조용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두고 '상실'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리는데, 나는 '상실' 보다는 오히려 '부재'가 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으로 이 가족은 이사벨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에 아파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사벨의 죽음(상실)이 그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을 뿐, 이 가족의 갈등은 벌써 오래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가족의 폭탄보다도 더 큰 갈등과 상처는 이사벨의 부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100% 공감하기는 어렵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충분한 공감대가 느껴질 만큼의 것들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텐데, 한 편으론 이 잔잔하기만 한가운데 폭발할 듯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폭발하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평범하고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의 갈등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쉽게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데,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폭탄보다도 더 큰 무언가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소리치고 있음을 '라우더 댄 밤즈'는 그려내고자 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끝까지 폭탄이 터지는 장면, 그러니까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일종의 클라이맥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마음속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버린 폭탄의 잔해들을 하나 씩 늘어놓으며 감정을 추슬러 간다.




ⓒ 그린나래미디어. All rights reserved


1. 극 중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한참 동안 응시하는 클로즈업 장면이 있는데, 이른 아침 시간 극장에서 혼자 관람했던 터라 정말로 다른 여럿(?)이 아닌 나만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심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진짜 1:1로 마주 보는 기분.


2. 레이첼 브로스나한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단번에 알아보겠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영화사 그린나래미디어 에 있습니다.




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

우연이 만들어 낸 외로운 이들의 판타지



아무런 정보 없이 저 포스터에 이끌려 보게 된 '마카담스토리 (Asphalte, 2015)'는 오랜 만에 만나는 작지만 따듯하고, 심플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품 같은 영화였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보고 싶어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수리비를 내지 않아 엘리베이터 타는 것이 금지된 40대 독신남 스테른코비츠. 밤에만 몰래 외출하던 그는 우연히 나이트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포토그래퍼 행세를 하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그녀를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우리 함께 영화 봐요’ 옆 집에 새로 이사온 여자가 궁금한 10대 소년 샬리. 시크한 그녀는 알고보니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 라고 하지만 샬리는 그녀를 알 길이 없다. 그 둘은 잔이 출연한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다. 


‘오늘 저녁으로 쿠스쿠스 해줄게’ 낡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된 나사 소속의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 도움을 받기 위해 우연히 방문한 집에는 알제리 출신의 ‘하미다’가 살고 있었다. 불어를 모르는 미국인 우주 비행사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함께 쿠스쿠스 저녁을 먹기로 한다. (출처 : 다음 영화)




ⓒ 씨네룩스. All rights reserved



사무엘 벤쉬트리 감독의 '마카담스토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예상과 달리 이야기 그 자체였다. 우주복을 입은 마이클 피트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 미니멀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했는데 (물론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그 보다는 같지만 다른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유려하고, 각기 이야기가 완전히 독립되어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공간에서 이뤄진 다는 것 이상의 메시지도 공유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를 좀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 장점이라 하겠다. 세 가지 이야기를 짧은 시간 내에 시작하고 끝내는 것까지 하다보니 불친절한 것이 아닐까 오해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불친절하기보다는 필요한 것 외에는 전혀 추가하지 않은 아주 미니멀한 구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겠다. 또한 이런 미니멀한 영화는 자칫 이미지나 감성에 너무 기댄 나머지 영화가 스스로 취해 과잉으로 흐르는 경우가 잦은데, 감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페이소스는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하지 않은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각자 마무리 될 때 이 세 커플의 이야기 모두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 씨네룩스. All rights reserved


대단하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비슷한 영화를 기다렸던 이들에게는 딱 맞아 떨어질 그런 영화임은 분명하다. 생각보다 여운이 더 길게 남을 듯한 영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상하기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1. 화면비가 풀스크린(4:3)으로 제공됩니다. 아마도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느낌을 더 극대화하고자 풀스크린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2. 원제는 '아스팔트 (Asphalte)'인데 국내개봉 제목은 '마카담스토리'라 무슨 뜻일까 했는데, 마카담은 아스팔트 발명가의 이름이자 공법 이름으로, 프랑스 피카소 단지에 있는 한 낡은 아파트의 애칭이라고 하더군요.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아파트가 '마카담 아파트'가 되는 것이죠.


3. 극중 이자벨 위페르가 소년과 함께 보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크래딧에 나오기는 했는데 (1970년대 작품인걸로), imdb에도 정확한 정보가 나오질 않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씨네룩스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