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전리오 저)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실현가능 판타지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이라는 책의 제목과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나는, 이 책이 당연히(?) 글래스턴베리에 다녀온 저자의 여행기 혹은 체험을 통한 소개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당연히 여행기 인 줄 알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을 안하고 있다가 불현듯, '잠깐, 책 속의 주인공의 이름은 김철민인데, 저자의 이름은 전리오 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판타지에 가까운 러브로망 뮤직소설 정도로 쓰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데 다시금 생각해보니 기존 정보가 없던 탓에 오히려 가장 좋은 책 읽기를 경험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애초부터 소설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는 내내 '와, 이런 소설같은 이야기가 다 있나' 하면서 혀를 내둘렀고, 책 속 김철민과 헐크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조금 다른 상세한 이야기적 묘사가 이 책에는 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소설 임을 인지하고 보아도 어색하지 않은 공감대를 전달하고 그 속에 '글래스턴베리'라는 록 페스티벌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록 밴드 '오아시스' 때문이 아니라 그저 '글래스턴베리'라는 너무도 유명한 록페스티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여행기 인줄 알았기 때문에 생생한 글래스턴베리에 대한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의 구조는 오히려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그 속에 담겨 있는 음악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마음으로 전하고 있다.




최근 책 읽는 연습이 통 부족했음에도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은 정말 술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 다음,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하는 구조와 더불어 글래스턴베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그곳의 이야기는 매우 가깝게 전하고 있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곡들의 제목과 가사의 의미로 정리한 목록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특히 최근에는) 팝송을 노래로만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가 좋아하고 좋아했던 곡들의 진정으로 위대한 경우는 그 가사가 주는 의미에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시금 그 가사와 의미의 중요성을 잠시나마 환기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책 속에서 이런 이점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곡은 역시 Oasis의 'Live Forever'인 듯 싶고. 

누구나 록 음악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글래스턴베리를 한 번쯤은 꿈꿔 보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한참 빠져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글래스턴베리를 비롯해 어떻게든 영국으로 건너가 록의 홍수 속에 바져보리라 계획 했던 적도 있었고, 실제로 근접할 뻔도 했으나 결국 여러가지 사정(핑계)을 이유로 한국 땅을 못 떠난 적도 있었다. 이 책을 보니 오랜만에 그 때로 돌아간 듯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모든 것을 재쳐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만 간다. 그렇기 때문에 극 중 김철민의 이야기가 판타지로 느껴지는 씁쓸함도 있었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뜨거움이 뭉클거렸다. 그래서였나. 나는 처음 썼던 이 글의 제목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판타지'를 지우고, '록페스티벌에 녹여낸 실현가능 판타지'라고 고쳐썼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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