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유인원이기에 힘을 갖는 영화


루퍼트 와이어트의 2011년 작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수 많은 리부트 작품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었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시저라는 유인원 캐릭터를 완벽하게 공감가도록 만들어 낸 동시에, 이 시리즈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 역시 도출해 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루퍼트 와이어트의 손을 떠나 맷 리브스가 맡게 된 속 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전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승계한 동시에 시저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 작에서 'No!!'라는 시저의 한 마디가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면, 이번엔 거의 초반 부에 말을 할 수 있는 시저의 모습과 더 나아가 인간 세계처럼 집단을 이루고 발전한 유인원 세계를 보여주며, 좀 더 집단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 Chern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앞서 말했다시피 전 작에서는 시저가 말을 한 마디 하게 된 것이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을 정도로, 동물로만 여겨졌던 침팬지가 인간에 가까운 유인원이 되어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속 편에서는 그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자신 만의 세력은 물론 의사 소통과 사회를 이룬 시저와 유인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바이러스로 인해 멸종에 위기에 처한 인간 세계도 다른 한 편으로 등장한다. 사실 '반격의 서막'의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전혀 다른 경쟁과 적대 관계의 두 세계가 등장하지만, 그 각각에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 있고, 이를 못 마땅해 하는 캐릭터 역시 각각 존재하며, 뭔가 잘 해보려고 할 때 이 캐릭터들이 문제를 일으켜 결국 더 큰 사건과 사고로 이어져 버리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각각의 가족에 관한 설정 역시 존재한다. 전개는 물론 끝날 때 까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흘러가지만, 그럼에도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편이다. 그 이유는 이 한 편의 주인공이 바로 유인원이기 때문이다.



ⓒ Chern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솔직히 관객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시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유인원인 시저에게 느끼는 감정은 정확히 공감이라고 하기 보다는 동정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즉, 극 중에서 시저는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있지만, 관객인 우리가 보기에는 시저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건 유인원으로서 대단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앞서 말한 전형적인 전개와 구성은 이 영화에 큰 단점이 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감정선들이 주된 테마를 이루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캐릭터들이 바로 유인원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전 편에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 (아마도, 내가 침팬지를 보고 반할 줄이야 라고 했던...)로 등장한 시저의 연속되고 더 강해진 카리스마는 그가 인간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더 임팩트있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으며, 더더욱 전형적이었던 시저와 아들의 관계 역시 감정이 동했던 건, 아들의 그 눈빛이 정말로 묘하게 감정을 흔드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 Chern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즉, 만약 이 영화가 '혹성탈출' 아닌 다른 작품의 속 편이었다면 (물론 그렇다면 전 작도 달랐겠지만) 조금은 실망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시저와 유인원 무리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그의 반해 말콤이 주가 된 인간들의 이야기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였으며, 사실상 매력을 어필할 충분한 기회도 제공되지 못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아도 괜찮았던 건,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직은' 이 시리즈가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이유(매력)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기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엔딩을 보아 이 시리즈는 또 다른 속편을 암시하고 있는데, 속편에서는 단순히 이러한 기본 매력만 가지고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는 예상도 해보게 되었다. 시저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세 편 연속으로 주 된 롤을 맡기엔 힘에 부칠 것 같다는 생각. 그래도 속편을 기대해 본다.



ⓒ Chernin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1. 인간들과 유인원들의 관계를 보면서, 미국인 개척자(혹은 침략자)들과 인디언들의 관계도 떠오르더군요.


2. 재미있는 건 이번에는 시저의 얼굴을 처음 스크린으로 본 순간,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냥 연상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였다는 점이에요. 그의 표정 연기와 그 과정을 담은 메이킹 영상을 워낙 많이 봐서 그런지, 시저의 얼굴에서 앤디 서키스의 얼굴이 그대로 보이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Chernin Entertainment 에 있습니다.





프리퀄의 모범 답안 –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대표되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2001년 팀 버튼이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 작까지 포함하여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작품이다. '혹성탈출, 1968' – '지하도시의 음모 (Beneath the Planet of the Apes, 1970)' – '제3의 인류 (Escape From the Planet of the Apes, 1971)' – '노예들의 반란 (Conquest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2)' – '최후의 생존자 (Battle of the Planet of the Apes, 1973)' – 그리고 TV시리즈를 편집하여 개봉했던 '혹성탈출 : 혹성 귀환 (Back to the Planet of the Apes, 1981)'과 – 팀 버튼의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 2001)'이 바로 그 작품들인데, 이 시리즈의 프리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는 단순히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프리퀄 제작의 흐름에 맞춰 기획된 작품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제임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브라이언 콕스 등이 출연한다고는 하지만 (여기는 앤디 서키스가 간과되어 있는데 이것이 왜 '간과'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연출을 맡은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이름은 비교적 생소한 것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이러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기분 좋은 잘못된 예측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몇 년간 히어로 영화들을 중심으로 프리퀄 열풍이라면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만족할 만한 작품들도 많았지만 프리퀄이 마땅히 담고 있어야 할 요소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시작'이라는 그 부제처럼 프리퀄이라는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한 동시에 독립적인 작품으로서도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었다.

독립적 작품으로서의 매력 부분에 대해 먼저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프리퀄 작품들 스스로가 놓치기 쉬운 부분과 기존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첫 관객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점이 바로 전편, 그러니까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볼 만한(혹은 볼 수 있는)작품인가 라는 점일 텐데, 그런 면에서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가운데서도 연대기적으로 가장 처음에 위치하는 작품이라는 장점을 제쳐두더라도, 이 작품을 '혹성탈출' 시리즈의 첫 번째 감상 작품으로 선택하기에 제법 괜찮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진화의 시작'이 매력적인 건 프리퀄로서 존재할 때다. 일단 기존 시리즈의 팬들을 배려하고 의식하는 데에 있어서 영화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인용과 은유를 담아내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오마주나 인용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정작 독립된 작품으로서의 힘을 잃게 마련이고 반대로 전작들과의 이러한 연결고리가 부족할 경우, 프리퀄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이러한 미묘한 줄타기에 성공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화의 시작'에서 혹성탈출 이전 작품들에 대한 인용들은 여러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단순하게는 캐릭터의 이름들부터 시작해, 장면이나 대사 등의 인용은 전작을 인상 깊게 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인용에 대한 부분은 부가영상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음으로, 이후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프리퀄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던 전작들의 부족한 점들까지 돌아보게 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여기에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다시 말해 '혹성 탈출'이라는 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음에도, '진화의 시작'이 보여준 이 시리즈의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이전 작품들까지 찾아보게끔 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프리퀄이 지난 작품들의 아쉬운 점들을 채워준다는 얘기를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을 통해서 느꼈던 시저에 대한 공감대가 결국 전작들에 등장했던 유인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잘못하면 단순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캐릭터들에게 입체적인 면을 부여한 것이야 말로 '진화의 시작'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의 시작'은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와 시저의 성장 드라마(그 안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 공감한 지수로만 따지자면, 아마도 '시저'는 그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유인원으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앞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와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저는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공감대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처(이 작품에서 사용한 기법으로 표현하자면 '이모션 3D' 기법)를 통해 연기한 연기자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아니, 앤디 서키스가 반드시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미 반지의 제왕(골룸)과 킹콩(킹콩)을 통해 모션 캡처 연기에 새로운 장을 열었던 앤디 서키스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을 통해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기술'이 아닌 '예술'의 단계로 결국 승화시켰다. 앤디 서키스는 단지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지 않을 뿐, 어떤 배우보다도 연기가 뛰어난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의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잘 짜여진 작품인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모션 캡처 영역에 있어 한 단계 더 성장한 결과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인간이 인간 외 동물 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억압 받는 것들에 대해 '안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주인공을 통해 보편적이지만 의미 깊은 교훈마저 받을 수 있었던 올해의 명작이었다.


Blu-ray 메뉴






Blu-ray : Picture Quality


블루레이의 화질은 올해 개봉한 최신작답게 우수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모션 캡처와 이후 CG가 결합된 캐릭터가 주를 이루고, 배우가 연기한 장면과 모션 캡처 배우와 함께 연기한 장면을 합성한 장면들이 많지만, 합성에 의한 이질감이나 불편함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인원들의 몸에 난 털의 표현에 있어서는 실사와 거의 차이점이 없는 디테일을 화질로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두운 장면들도 많은데 암부의 표현 능력도 괜찮은 편이다. 장면에 따라 날카로움이 강조한 장면과 부드러움이 강조된 장면들이 있는데,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을 클로즈업 할 때는 전자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한 편, 인물들을 클로즈업 할 때에는 좀 더 부드러운 면 화질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은 CG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작품임에도 SF적인 질감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질감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블루레이의 자연스러운 화질을 만끽할 수 있을 듯 하다.


Blu-ray : Sound Quality


DTS-HD MA 5.1채널의 사운드는 박력 있는 효과음은 물론,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이끄는 스코어를 부족함이 없이 전달하고 있다. 초반 드라마 적인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배경음악의 활용도가 높다면, 후반부 유인원들이 여럿 등장하는 장면부터 액션 시퀀스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좀 더 다양한 사운드의 활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효과음의 묵직함과 스코어의 묵직함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특히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들은 블루레이의 날카로운 차세대 사운드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된다. 후반부 다리 위에서의 대규모 액션 씬에서는 말발굽 소리, 유인원들이 내는 발소리와 음성, 그리고 이들과 인간들 간의 결투 과정에서 오는 타격 음 그리고 헬기 소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운드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사운드가 선명하게 수록되어 있어 사운드 적인 쾌감은 물론 극적 클라이맥스의 쾌감 또한 느낄 수 있다. 아,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 중 하나인 'No'가 울려 퍼질 때의 그 쩌렁쩌렁함 (그리고 그 뒤에 동반되는 적막감)은 직접 들어보고 느껴보는 것 만이 정답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블루레이의 부가영상으로는 감독인 루퍼트 와이어트의 음성해설과 각본가 릭 자파와 아만다 실버의 음성해설을 비롯해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들이 가득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전작과의 접점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들과 앤디 서키스의 연기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로 만나볼 부가영상은 삭제장면인데, 총 11가지의 삭제 장면이 흥미로운 첫 번째 점은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CG처리를 완성하지 않은 버전이라 '시저'가 아닌 '시저'를 연기하는 앤디 서키스의 모습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렇게 완성된 버전이 아닌 삭제장면을 보게 되면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앤디 서키스의 연기가 어찌나 완벽한지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시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이 미완성의 삭제 장면이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을 반증하는 증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했다. 그리고 본편에 수록된 엔딩 장면 외에 얼터너티브 엔딩 장면에 가까운 삭제 장면이 수록된 점도 흥미로웠는데, 후속편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혹성탈출'의 새로운 신화 창조'에서는 앞서 이야기했었던 전작들과의 연관되는 점들을 비롯해, '혹성탈출'이라는 작품에 대한 소개와 프리퀄로서 갖는 의미에 대해 유익한 정보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 작품에 사용된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와 인용들에 있어서는 IMDB의 트리비아 섹션을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구체적인 예들을 들어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전작과 이번 작품의 장면을 한 화면에 수록하여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용에 있어서 과하지 않으면서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내려고 했었던 노력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만나볼 '앤디 서키스 집중 조명'은 블루레이에 수록된 부가영상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섹션이었다. 사실 기존 모션 캡처라는 영역은 단순히 기술적인 면으로만 인식되었었는데, '반지의 제왕'과 '킹콩'을 거치며 이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로 두각을 나타냈던 앤디 서키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혼신의 연기'가 그대로 담긴 이모션 3D 기술을, 그리고 연기를 완성해 냈다. 단순히 움직임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선택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외의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위해 선택된 옵션 중의 하나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은 놀라운 것이었으며 이는 그대로 '시저'라는 캐릭터로 영화 속에 녹아 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저'라는 침팬지 캐릭터에 관객이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 것은 그 줄거리 때문 만이 아니라, 정말 감정이 느껴지도록 열연을 펼친 앤디 서키스의 공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부가영상은 앤디 서키스가 왜 대단한 배우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유인원의 진화'에서는 극 중 시저를 비롯한 유인원 캐릭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한 이를 연기한 배우들이 유인원 동작 연구에 있어서 전문가들로 이뤄진 특별한 이들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연기 측면에 있어서는 실제 유인원의 동작을 아주 디테일하게 연구하여 CG가 입혀지지 않더라도 유인원으로 느껴질 정도의 동작을 만들어 냈으며, 컴퓨터 그래픽 측면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통해 더 자연스럽고 진짜 같은 CG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개한다.






'장면 해체'에서는 PIP와 함께 하는 최종 장면, 초기 애니메이션 그리고 퍼포먼스 캡처 장면으로 나누어 영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시저의 얼굴 뒤에 숨겨져 있던 앤디 서키스의 얼굴은 물론, 초기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했던 부분과 본편이 얼마나 동일하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모션 캡처의 경계를 허물다'에서는 '진화의 시작'이 거둔 기술적 성공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 모션 캡처가 모두 스튜디오 내에서만 가능했던 것과는 달리, 최초로 자연광 속에서의 야외 촬영에서도 모션 캡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금문교의 실측 모형을 만들어 이 곳에서 모션 캡처 부분을 촬영한 것을 집중 소개하고 있는데, 스튜디오를 벗어난 모션 캡처 촬영 기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음악을 맡은 패트릭 도일이 말하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영화 음악 이야기와 캐릭터 컨셉 아트 갤러리, 대형 유인원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에 대한 정보를 담은 메뉴도 만나볼 수 있다.

[총평]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기존 혹성탈출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프리퀄로서의 기능을 다함은 물론,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매력까지 갖춘 흔치 않은 작품이었다. 또한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다운 우수한 화질과 사운드 그리고 영화를 보며 궁금했었던 뒷이야기와 스크린 뒤에서 열연을 펼친 모션 캡처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만족감을 느낀 관객들에게는 물론 극장에서 아쉽게 놓친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주의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dvdprime.com'에 있으며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무단 전재나 재가공은 실정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단, 컨텐츠 중 캡쳐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해당 저작권사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

전편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프리퀄



찰톤 헤스톤 주연의 SF영화이자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의 하나로 꼽히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1968)'로 더욱 유명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프리퀄 성격인 영화 '진화의 시작'을 보았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앞서 언급한 1968년 작을 비롯 총 7편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는데, 이 가운데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사실 처음 이 시리즈의 프리퀄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에는 팀 버튼의 악몽이 불현듯 스치기도 했고, 요 몇 년 간 붐처럼 지속되고 있는 프리퀄 열풍에서 얼마나 개성있게 빛날 것인지를 장담하기 힘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극장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1968년 작 '혹성탈출' 외에 다른 시리즈들도 다시금 주욱 훑고 싶은 생각이 진심으로 들 만큼 (물론 여기에는 팀 버튼의 작품도 포함된다. 그 정도!), '혹성탈출'이라는 커다란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제대로 된 프리퀄이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 답게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설정이 아닌, 보통의 현대 인간사회를 배경으로 유인원 침팬지 '시저 (앤디 서키스)'의 이야기를 맨처음부터 차근차근 들려준다. 침팬지인 시저가 인간들을 지배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는 이유로 영화는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윌 (제임스 프랭코)의 이야기로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프리퀄이라는 성격을 버리더라도 즉, 처음 이 시리즈를 만난 관객이 즐기기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의 치료를 목적으로 생겨버린 인연이지만, 윌과 시저, 그리고 윌의 아버지와 시저의 관계는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분위기로 그린 점도 이런 공감대 형성에 크게 한 몫을 했다. 처음 시저가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자신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과 다르다는 정체성의 혼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데에서 발단했다는 점에서 이 '시저'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한층 깊게 했다.


누가 뭐래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주인공은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캐릭터를 단순히 (인간과 상대되는 개념으로서의)침팬지로 한정 짓지 않고, 남다른 가족사와 성장기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담아내며 훨씬 더 깊이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전 시리즈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의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이처럼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나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작들에서 미처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깊이과 과거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올바른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또 하나 이 작품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전편들에 대한 오마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의 이름의 근원은 물론 (이전 작품들에 등장한 배우나 캐릭터들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조합하여 만든 경우가 많았다), 인상적인 대사들을 그대로 활용한다던지 'Take your stinking paws off me you damn dirty ape!', 전작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윌이 약물을 통해 눈동자의 색이 달라진 시저를 부르는 'Bright Eyes'라는 명칭은 원작에서 유인원인 지라 박사가 인간인 테일러 (찰톤 헤스톤)의 눈을 보고 했던 명칭으로 정확한 대구를 이루며, 시저가 자유의 여신상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 역시 직접적인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추가된 장면에서 역시 노골적인 오마쥬와 단순 오마쥬를 넘어서는, 이전 작품들과 앞으로 이 시리즈의 후속편에 직접적으로 단서가 되는 장면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한 번 더 생각을 해봐도 이 '시저'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감정처리와 주인공 만의 포스를 갖고 있어서, 시저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이후부터의 장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정말 멋진 (카메라 앵글이나 배경음악은 거들 뿐) 장면들을 쉴새 없이 선사한다. 실제로 몇몇 장면에서 입 밖으로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장면들도 있었는데, 이처럼 관객들이 사람이 직접 (표면적으로)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CG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 작품의 완성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에서 우스게 소리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가 유인원들 보다 연기를 못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시저를 비롯한 여러 유인원들의 연기(혹은 묘사)가 워낙에 뛰어났기에 나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연기상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아니겠는가. 정말 언젠가 모션 캡쳐를 통해 연기한 CG캐릭터가 연기상을 수상할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프리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편을 기대하게 하는 여러 여운도 남겨놓았는데, 이번 작품의 완성도 정도라면 속편을 기대해보는 정도가 아니라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막 자신을 깨닫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온 시저의 앞날이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는 사실상 신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헐리웃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작품 연출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불쑥 나타나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이 되어버렸네요.

2. 별로 비중없는 윌의 여자친구 역할이 아직도 기억나는 유일한 이유는 프리다 핀토가 연기했기 때문일 겁니다.

3. 이 작품은 제목 자체가 진화의 '시작'이라 그런지, 포스터나 홍보문구에 '~~가 시작된다'라는 말이 없는 것 같더군요;;

4. 말포이 날 또 실망시켰어!

5. 기회가 되면 아마존에서 할인할 때를 노려 혹성탈출 블루레이 컬렉션을 구매하려구요. 이전 할인 때는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할인행사가 되었네요 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