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더 재밌을 수도 있었던 전쟁의 서막



주인공이 존재하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유명한 소설 '존 카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앤드류 스탠튼의 영화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을 보았다. 사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고 단지 이런 비슷한 설정을 갖고 있는 SF영화들의 선조 격인 이야기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던 다른 이유는 '니모를 찾아서'와 '월-E'를 연출한 앤드류 스탠튼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과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픽사 특유의 스토리 텔링과 감동을 주는 연출이, 어쩌면 21세기 관객들이라면 대부분 다 잘 알고 있을 이 이야기에 어떤 리듬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가 기대되었고, 디즈니가 제작한 12세 관람가라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본 제목은 '화성의 공주'인 '존 카터'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이 배경으로하고 있는 세계관이나 설정, 인물, 종족, 역사 등, 더 재미있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 2011 Disney. JOHN CARTER ERB, Inc. All rights reserved


남북 전쟁 시대의 주인공 존 카터가 우연한 기회에 화성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흥미로웠다. 지구에서의 일 역시 불필요한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하는 것도 좋았고, 교차해서 보여지는 부분들도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것들이라 이야기가 분산되는 것을 덜고 있었다. 지구인 존 카터가 화성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은 그 자체로 흥미있었는데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분명 나쁘지 않았다), 화성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고 있는 각 종족들에 대한 설명과 역사에 대한 설명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좀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관객 역시 지구에서 갑자기 화성으로 온 존 카터처럼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하긴 존 카터는 그의 비해 너무 금방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하긴 했다;) 너무 그러려니 하고 쉽게 넘어갔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이렇게 간략하게 넘기기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할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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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타르크 족은 그 생김새 만으로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요소였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저 존 카터가 화성에 와서 처음 만나게 되는 이계의 종족 정도의 비중을 갖다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원작은 잘 모르니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를 시리즈로 기획한 것이라면 1편에서는 존 카터라는 지구의 캐릭터가 화성으로 넘어와서 타르크 족을 만나, 첨에는 애완동물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지만 나중에는 이 종족 자체를 이끌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도 충분히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추후 다른 종족들과의 이야기가 겹쳐질 때도 무언가 구심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뭐 앞으로 만약 속편이 제작된다면 이런 면들을 차차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더욱 부족했는데, 종종 이런 초월적 힘을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들에서 이런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부족할 경우 뜬금없는 방향으로 빠지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존 카터'의 경우도 아슬아슬 했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까지는 오락영화에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설명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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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들을 나열하긴 했지만 글의 제목에 쓴 것처럼 '더 재밌을 수 있었는데'에서 시작한 얘기들이다. 오히려 설명들이 부족해서 여지가 남아서인지, 존 카터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 때문보다는 화성과 그 세계의 종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흥미를 더 재미로 연결했었더라면!). 액션 시퀀스는 생각보다 많이 심심한 편이었지만 지루한 편은 아니었고, 앤드류 스탠튼 치고는 이야기가 밋밋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엔딩에 가서는 역시 '픽사'다운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다. 사실 그 엔딩 생각을 못하고서는 '엇, 이거 너무 심심한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앤드류 스탠튼이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존 카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엔딩 부분이 그의 대한 매력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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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터'는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면 분명 더 재밌어질 수 있는 여지가 확실한 영화라는 점에서, 부디 속편이 나와서 이런 아쉬운 점들을 스스로 극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할텐데.



1. 크래딧에 사만다 모튼이 있길래 어디 나왔나 했는데 역시나 '솔라'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더군요. 윌리엄 데포의 목소리 연기도 있었고. 좋았어요.


2. 그러고보니 TTSS에 나왔던 배우가 둘이나 나오는군요.


3.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글로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들이고 (주로 느끼는 것), 반대의 경우는 글로 쓰기 쉬운 부분들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아쉽다'가 된 것 같은데, 결론은 전 재미있게 봤다 입니다 ^^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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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인 80년대 후반. 그 때는 부모님이 퇴근해서 집에 오실 때 마다 무슨 비디오를 빌려올지가 가장 기대되는 날들이었다. 아직도 내 인생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들은 모두 당시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영화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무엇보다 스필버그 영화와 홍콩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영화가 단연 최고의 인기였고, 우리 집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주윤발 주연의 <영웅본색> <첩혈쌍웅>과 장국영, 왕조현의 <천녀유혼>같은 영화도 무척이나 많이 보았지만, 단일 배우로 꼽자면 단연 성룡 영화를 가장 많이 보았던 것 같다. 특히나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 <용형호제>등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들은 이른바 지금까지도 ‘성룡’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후의 명작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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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가장 친숙한 이미지는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의 영화사 로고였다)


지금처럼 영화 시작 전부터 어느 영화사가 제작하고 또 배급했나 로고를 유심히 살피지 않던 어린 시절에도 강하게 인식된 영화가 로고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골든 하베스트사의 그 유명한 문양이었다. ‘뚱, 뚱, 뚱, 뚱, 뚜뚜 두 뚜~’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골든 하베스트의 이미지는 정말 당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생각하기로는 골든 하베스트를 하나의 영화사로 인식하기보다는, 그냥 성룡 영화의 시작엔 당연히 나오는 하나의 인트로 정도로 인식했었던 것 같다. 

성룡에게 있어 이 작품 <폴리스 스토리>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폴리스 스토리>이전까지 성룡이라는 배우는 <취권>과 <사형도수>등으로 대표되는 쿵푸 사극 속의 이미지나 <쾌찬차>로 대표되는 홍금보, 원표와 함께한 코믹 액션 영화의 이미지가 강했었으나, <폴리스 스토리>가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하나의 브랜드처럼 되어버린 ‘성룡’ 영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홍금보, 원표 없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도 성공하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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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성룡이 헐리우드 진출을 위해 단독 주연 작품 몇 작품을 만들었지만, 실패를 거두고 난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컸는데, 성룡은 단순히 주연만 맡은 것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 스턴트, 무술지도, 그리고 주제가 까지도 직접 부르는 등 1인 다역을 선보이면서, 그간 자신이 주연을 맡아온 영화들과는 색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히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폴리스 스토리>라는 것이 재밌기만 한(물론 아주 재미있는) 코믹 액션 영화 정도로 남아있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게 되니,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여러 가지 영화적인 재미와 더불어 감동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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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작인 <폴리스 스토리 (警察故事)>는 제목과도 같이 경찰인 주인공 ‘진가구’가 경찰로서 악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이다. 그런데 악당이 아주 극악무도 하다기 보다는 법을 악용해 합법적으로 범죄를 일으킨다. 경찰인 진가구는 여기에 억울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를 합법적으로 응징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뻔히 악당을 범죄 현장에서 잡아넣었지만 그들은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에서 요리조리 빠져나가 무죄 판결을 받게 되고, 그 와중에 동료 경찰관이 이들과 결탁한 것을 알게 되지만, 동료 경찰은 곧 악당들에게 살해되고 이 살인죄마저 뒤집어쓰게 되어 경찰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진가구는 자기 발로 경찰서로 돌아가 억울함을 호소해보지만 불리한 증거 때문에 결국 상사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상사를 인질로 잡은 채 빠져나와 스스로 범죄의 증거물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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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스토리>에서 흥미로운 설정 중에 하나는 바로 경찰 내의 모습이다. 이런 설정은 2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동표가 연기한 ‘표숙’으로 대표되는 경찰서 내의 이른바 ‘윗사람’들은 겉으로는 딱딱하고 권위를 내 세우는 듯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법보다는 인정이 앞서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캐릭터가 동표가 연기한 ‘표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상사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은 느낌으로 진가구를 대하며,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료로서 진가구의 성격과 성향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어 힘들이지 않고도 경찰조직 내의 상하구조를 유연하게 컨트롤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납치를 당했음에도 스스로 진가구에게 증거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상사의 모습에서도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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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에는 반드시 높은 담이나 문을 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성룡의 스턴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범죄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다 말았는데 계속 이어가보자면, 결과적으로 경찰 조직 내에서도 이 범죄조직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진가구를 사실상 그냥 보내주고 만다. 결국 진가구가 마지막 백화점에서의 치열한 격투 끝에 범죄의 증거와 더불어 일당의 우두머리인 ‘주도’를 잡게 되는데, 보통 같으면 잡는 것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방식보다는 시종일관 법으로도 범죄를 해결할 수 없어 억눌리고 답답한 정서를 마지막에 시원하게 풀어내고야 만다. 마지막 진가구가 주도의 변호사와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릴 때, 사실상 그를 아무도 말리지 않은 것은 모두들 진가구를 이해하고 있고 또한 동의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잡히고 나서도 뻔뻔하게 법을 논하는 변호사에게 시원하게 한 방 날릴 때의 쾌감은, 단순히 액션에서 오는 쾌감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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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가장 큰 스턴트 장면이었던 백화점 샹들리에 씬)

<폴리스 스토리>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백화점에서 샹들리에를 타고 내려오는 스턴트 장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당시 성룡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영화 한 편마다 초대형의 스턴트 장면이 꼭 하나씩 등장한다는 점인데, <폴리스 스토리>에서는 바로 이 백화점 샹들리에 장면이었으며, 영화 속에서 이 장면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등장한다(이 같은 방식은 이후 성룡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예전 어느 글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대형 스턴트 장면에서 성룡은 영화 속 인물인 ‘진가구’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배우인 ‘성룡’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적으로는 맞지 않게 몇 번씩 같은 장면을 스턴트 적인 면에서만 강조하여 반복하는 것이나, 스턴트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것은,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 ‘성룡’으로 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히려 영화적으로 촌스럽게 보이기보다는 성룡 영화에 대한 진정성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성룡 영화에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NG장면’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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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기까지한 모습에 임청하도 이 영화에서 고생을 참 많이했다)


<폴리스 스토리>의 엔딩 장면은 비디오 버전과 DVD버전이 다른데, 비디오 버전에서는 주도에게 분노의 주먹을 날린 뒤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연행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DVD버전에서는 백화점 안에서 분노하는 것으로 밖으로 나오기 전에 끝이 난다. 1편에 대해 다 못한 얘기를 좀 더 보태자면, 역시 임청하에 풋풋한 모습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장만옥의 경우는 3편 모두 출연하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아마도 개인적으로 내가 임청하를 보게 된 작품은 <폴리스 스토리>가 두 번째였던 것 같다(첫 번째는 <촉산>).

임청하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인 ‘동방불패’를 생각한다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성룡에게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어린 임청하의 모습은 새롭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임청하는 NG 컷에서 알 수 있듯이, 후반 백화점에서의 액션 씬을 직접 소화하는 과정에서 고생을 겪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시 비교적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여배우가 저리도 열심히 스턴트 연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했다(슬로우 비디오로 묘사되기 때문에 임청하에 고통스런 일그러진 표정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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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과 장만옥의 이 오토바이 유머 시퀀스는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업그레이드해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1편과 2편은 그대로 이어지는 하나의 영화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1편 이후에 <용형호제>나 <프로젝트 A 2>같은 작품이 있은 뒤 1988년 만들어진 2편이기는 하지만, 1편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과 1편의 등장인물들이 그대로 2편에도 등장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나중에 3편에 대해 얘기할 때 또 언급하겠지만, <폴리스 스토리 3>은 성룡이 아닌 당계례가 감독을 맡았다는 점과 말레이시아 해외 로케이션 등 내용적으로나 영화적으로도 스케일이 더 커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1,2편 보다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뭐랄까 1편에서 자신 만의 스타일은 이런 거다 라고 맛을 보여주었다면, 2편<폴리스 스토리 : 구룡의 눈 (警察故事續集: Police Story Part II)>에서는 앞서 언급한 영화들을 거치면서 좀 더 자신 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영화화 하는데 매끄러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편이 약간 거친 것에 비해 2편에서는 능수능란함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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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 영화에는 유난히 의자와 탁자를 이용한 액션 장면이 많이 나온다)


2편을 다시 보니 <스파이더 맨>같은 일종의 히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도 일당을 일방 타진한 진가구는 경찰의 마스코트가 되어 대외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1편 마지막에서 잡혔던 주도는 결국 법을 악용해 다시금 풀려나 진가구를 본격적으로 노리게 된다. 이 와중에서 진가구의 여자 친구인 아미(장만옥)를 괴롭히고 위협하게 되는데, 진가구는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찰로서가 아니라 아미의 남자친구로서 주도 일당을 찾아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 내에서는 진가구를 나무라고 진가구는 그럴 바에는 경찰직을 내놓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히고 아미에게로 돌아온다. 그래서 오랜만에 아미와 한가로운 데이트를 즐기며 경찰을 관두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마치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 맨 2>에서 메리 제인을 위해 스파이더 맨 생활을 접고 행복함을 느끼는('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던 장면. 개인적으로 <스파이더 맨 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피터 파커가 그러하였듯 진가구도 다시금 악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로 복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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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돌아온 진가구는 주도 일당이 아닌 쇼핑센터 폭탄 테러를 통해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테러 집단과 맞서게 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편에서 사실상 혼자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에 비해, 2편에서는 팀을 이뤄 작전을 수행하는 설정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진가구가 홀로 해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팀을 이뤄 도청을 하고, 미행을 하고, 위장을 해 접근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 등은 분량 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제 와 다시 보니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었다(특히나 전화 발신자를 추적하는 경찰의 최첨단(?)시스템과, 미행 도중에서 벌어지는 도주 스킬(지하철을 타려다 안타고, 안타려다 막판에 타는 것으로 미행을 따돌리는)은 마치 <본 슈프리머시>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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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 공원 액션 장면은, 성룡 영화에 명장면 중 하나이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인상적인 격투 시퀀스가 2번 등장하는데, 그 첫 번째는 공원에서 벌어지는 주도 일당과의 격투 장면이다. 성룡의 액션은 마치 격투 게임과도 같은 1:1 만의 대결에서 보다는 1대 다수의 대결에서 더욱 빛나고, 주변에 구조물이 많고 집기가 많은 곳에서 더욱 빛이 나는데, 이런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준 전투 시퀀스 중 하나가 바로 공원에서의 결투 장면이 아닐까 한다. 공원에 있는 시소나 미끄럼틀 등 다양한 구조물을 모두 이용하여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적을 피하는 성룡의 모습이나, 일반적인 권법 외에 무기까지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한 액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성룡은 1대 다수로 주로 싸우는 장면이 많아 그렇기도 하지만, 무결점의 파이터라기 보다는 때리는 만큼이나 상당히 많이 맞는 파이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공원에서의 격투 장면에서도 피를 흘릴 정도로 많이 맞는 가운데 모두를 소탕하는 성룡의 액션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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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공삼각!! 이 대결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두 번째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바로 영화의 마지막인 공장 건물에서 벌어지는 액션을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1대 다수의 결투 외에 1:1 대결의 묘미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바로 영화 속에서 ‘아빠, 아빠, 아빠’만을 말하던 농아 역할의 베니(중국 이름 여강권)와의 대결이 그것인데, 이 1:1 대결은 성룡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결투 씬들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인상적인 합을 보여준다. 태권도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술을 익힌 스턴트 맨이자 배우인 여강권과 성룡과의 액션 장면은 일단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데, 특히 여강권이 보여주는 영공삼각(공중에서 세 번 발로 차는)동작이 기억에 남는다. 여강권이라는 배우 자체가 태권도를 가장 먼저 배운 배우이기 때문에 화려한 발차기 기술이 적극 도입되었고, 결국 화려한 액션 장면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이 대결의 백미는 ‘콩알탄’과 흡사한 폭약을 던지는 장면이었는데, 나중에 진가구가 폭탄을 들고 ‘아빠, 아빠, 아빠’하며 복수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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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강권은 2편 뿐 아니라, 1편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하였고, <프로젝트 A 2>에도 출연하였다)


이 장면에서 등장한 여강권은 1편에도 자동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스턴트 연기자로 참여했었고, 2편에서는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프로젝트 A 2탄>에도 출연하였다. DVD의 서플먼트에는 유일하게 여강권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는데, 나이를 먹은 지금에도 무술로 단련하고 있는 모습과, 스턴트맨이기 보다는 연기가 하고 싶다는 바램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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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성룡 영화에는 모두 등장하다시피하던 '화성'과 '다이표'. 얼굴만 봐도 반갑다)


당시 성룡 영화하면 성룡이 직접 만든 스턴트 팀인 ‘성가반 (JC Stunt Club)’과 함께 항상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화성’과 ‘다이표’를 들 수 있겠다. ‘화성’은 <폴리스 스토리>1,2편에서는 경찰청 내 동료 경찰로 등장하고 있고, 3편에서는 경찰이 아닌 악당 중 한 명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했다. ‘다이표’의 경우는 <폴리스 스토리 2>에서 진가구를 배신하는 정보원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은 당시 성룡 영화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던 배우들로서 마치 골든 하베스트 로고와 같이 성룡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미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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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마와 증강,나열 등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2편에는 또 다른 까메오 연기자가 등장하는데 바로 <천녀유혼>의 ‘연적하’역으로 유명한 ‘우마’다. <폴리스 스토리 2>에서는 경찰관 역으로 잠시 등장한다. <폴리스 스토리 3>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일단 두 명의 악당 역할을 맡은 ‘원화’와 ‘증강’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일단 비교적 최근작인 <쿵푸 허슬>에도 출연했었던 원화는 1970년대부터 홍콩 영화계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배우로서, 쿵푸에도 특히 조예가 깊은 배우다. 또한 ‘증강’은 개인적으로는 <영웅본색>에서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는데, <폴리스 스토리 3>에서도 혼전 중에 양복을 입고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영웅본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손가락>의 주인공인 나열 (Lieh Lo)을 들 수 있는데, 성룡의 또 다른 작품인 <미라클>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나열은(그의 화려한 쇼브라더스 경력은 여기서는 거론하지 않겠다), 여기서 군의 장군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그리고 2편에서 동료 경찰들 가운데 한 명으로 <판관포청천>의 ‘전조’로 유명한 ‘하가경’이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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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과 동표의 콤비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성룡과 함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등장하는 배우 중에 대표적인 두 배우를 꼽으라면 동표와 장만옥을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폴리스 스토리>하면 성룡 만큼이나 동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느 때는 친구처럼, 어느 때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어느 때는 삼촌과 조카처럼, 성룡과 콤비를 이루어 여러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동표의 모습은 비단 <폴리스 스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성룡의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동표라는 배우 외에 ‘표숙’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폴리스 스토리>에서 동표의 이미지는 깊이 각인되어 있다. 특히 여우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는 표정이라던가, 깜짝 놀라는 표정, 민망함을 넘기는 표정 연기 등은 보는 사람을 절로 행복하게 만든다(참고로
동표는 2006년 2월 22일 우리 곁은 떠났다 ㅜㅜ, 그의 관을 가장 앞에서 운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성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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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만옥의 볼살 통통한 모습은 <폴리스 스토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먼저 밝히자면 나는 장만옥의 왕팬이다. 모든 여배우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장만옥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폴리스 스토리>시리즈는 내게는 더욱 특별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의 모습은 그야말로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풋풋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이후 장만옥이 보여준 선 굵은 깊은 연기와 비교해보자면 <폴리스 스토리>에서 장만옥이 보여준 가볍고(?), 밝은 모습은 오히려 더욱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편, 2편, 3편으로 계속되면서 점차 젖살이 빠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만옥의 얼굴에 가까워져 가는 그녀의 변화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폴리스 스토리 3>

에서 당시 <예스 마담>시리즈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양자경도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쿵푸와 스턴트 연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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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폴리스 스토리 3>은 일단 성룡이 직접 감독을 맡지 않고 <홍번구>등을 만들었던 당계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1편과 2편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과는 달리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되고, 공안과 군이 등장하는 등 스케일이 전편보다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확장이 오히려 전편들보다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는데(이렇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겠지만, 1,2편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마약이나 밀거래(장군이 등장하는 밀거래 설정은 마치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1,2편에서는 경찰만 총을 소지했던(물론 1편 빈민가에서 벌어진 액션에서는 악당도 총을 갖고 있긴 했다만)것에 비해 군이 등장한 터라 대형 화기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것도 좋지만, 역시나 성룡 하면 주먹 싸움이 제 맛이라 이런 설정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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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NG컷에서는 재미와 진정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헬리콥터와 기차가 동원된 스턴트 장면은 역시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기차에 헬기가 걸려 추격하게 되는 설정하면 <미션 임파서블>이 먼저 떠오르는데, <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 작이고, <폴리스 스토리 3>는 1992년 작이니 일단은 이 작품에서 더 먼저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물론 이 부분은 <미션 임파서블> TV시리즈의 에피소드에 등장했거나, 다른 영화에서 먼저 등장했다면 틀린 말이 되겠다). 이 헬기 스턴트도 그렇지만 성룡 영화에서 스턴트가 동원된 장면에서는 일반적인 카메라 구도와는 다른 구도를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인물에 아주 근접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아서 인물의 얼굴은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거리에서, 전체적인 구도로 잡으면서 영화적인 컷에 중점을 포인트를 두었다기 보다는 스턴트에 포인트를 맞춘 구도로서, 마치 ‘이거다 실제로 촬영한거다’ ‘스턴트 맨이 아니라 내가 직접 다 했다’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이 당시에도 성룡이 가끔 대역을 쓴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스턴트 장면을 본인이 직접 했다는 데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만 보았던 성룡 영화를 언제 한 번 다시보기 하면서 정리해봐야겠다 하는 막연함만 있었는데, 이번에야 겨우 첫 삽을 들게 되었다. 참고로 두 번째 <성룡영화 다시보기>작품은 <프로젝트 A>가 되겠다~




* 본문에 <폴리스 스토리 3>의 헬기와 기차 장면을 언급하면서 더 먼저인 영화를 찾지 못했었는데,
  DP에 호레이쇼 처키 님이 알려주신것 처럼, 리암 니슨 주연의 <다크 맨>에서 먼저 이 설정을 보여준바 있다.
  <다크 맨>은 1990년 작임.



글 / 아쉬타카 ( www.realfolkblu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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