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유를 몰랐던 이들의 진혼곡



2003년 작 '지구를 지켜라'를 인상 깊게 보았던 이들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기다렸을 장준환 감독의 신작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이하 화이)를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화이'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가운데 잔인함마저 가득한, 장준환 감독 만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그런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 납치된 아이를 납치범들이 어른이 되도록 키워낸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능한 구조였는데, 여기에 몇 가지 이야기의 구조를 더해 장준환 감독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쏟아냈다.



ⓒ 나우필름(주).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텐데, 하나는 영화의 인물이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많음을 왜 선택했느냐 일 것이다. 일단 단순하게 보았을 때 '화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각자의 이야기는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인물들은 화이에게 다섯 명의 아빠가 있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느껴질 만큼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 비중이 모두 적은 편이 아니라 일정 수준이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쉽사리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많은 캐릭터들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분명 이 점은 집중 도를 흐릴 수 있는 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비중과 수준이 필요 적정 선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허무하다 거나 전체 전개를 흐리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다섯 명의 아빠라는 설정처럼, 때로 나오며 각자의 주특기가 있는 캐릭터로 인해 부가 적인 재미 요소가 있었고, 주변 인물들 역시 이름 있는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어 각각을 인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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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물을 굳이 등장 시켰을까 하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정서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이'의 이야기 구조라면 화이 (여진구)가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을 키워준 납치범 아빠들과 적으로 대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1:1의 대결 구도 (정확히 말하자면 1:5가 될 수도 있지만)에 집중하여, 화이의 분노와 이 이야기의 끝을 주목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준환의 '화이'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기본 이야기에 몇 가지 곁 가지 이야기를 추가했고, 각각의 캐릭터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부여했다. 그 얘긴 즉,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화이라는 한 인물이 겪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등장하는 모두가 같은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마도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 정서를 느꼈겠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인물은 그 스스로 죽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어떻게 든 문제를 해결하고 살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죽음이 순순히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분위기가 시종일관 느껴졌다. 단순히 죽기 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저 세기말 적인 분위기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이'에서는 왜 인물들이 죽기 만을 기다리는 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는 영화 후반에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왜?'라는 물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에 대해 결국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이들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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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어린 아들을 납치 당한 부부는 왜 자신들에게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끝내 알거나 인정할 수 없었을 터이고, 괴물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이도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이 괴물을 떨쳐낼 수 있을지 그 방법과 이유를 몰랐기에 결국 영화 속 이야기 같은 행동들이 벌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무서운 범죄자 정도로만 묘사되었던 극 중 김윤석이 연기한 인물의 이야기는, 영화의 메시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왜 나는 남들처럼 못하는지' 왜 나는 저렇게 될 수 없는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결국 세상이 답해 주지 못하면서 그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한 채 자신 만의 왜곡된 방법으로 살아 남을 수 밖에는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화이에게로 전이되어 슬픈 진혼곡으로 마무리 된다.


그 절절함. 이미 절절하고 치열한 단계를 다 거쳐 무뎌진 인물의 이야기와 현재 그 치열함 속에 놓인 인물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순간이, 이 작품 '화이'의 클래이맥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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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진구의 연기는 제대로 처음 보았는데 괜찮았어요. 교복을 수트로 오해할 만큼 멋지더군요 ㅎ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이 영화를 볼 수 없었다는게 함정.


2. 김윤석은 정말 무서워요.


3. 개봉 첫 날 무대인사도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아래 직찍. 조진웅 씨는 생각보다 슬림하셔서 깜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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