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윤하라는 뮤지션이 '비밀번호 486'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때는 그녀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일본에서 활동을 했던 한 어린 가수가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고 다른 또래의 가수들과는 다르게 '뮤지션'적인 측면을 강조한 가수이구나 하는 정도가 전부. 사실 '1,2,3'가 수록된 그녀의 이번 새앨범을 전부 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뭐라뭐라 말할 입장은 못되지만, 오늘 새벽 '음악여행 라라라'를 통해 만나본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비밀번호 486' 시절은 물론, 최근 가요 순위프로에 출연해서 노래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소라의 '청혼'으로 시작한 이번 라라라는 1회 출연자였던 이승열의 'Nobody' 부터 실력파 뮤지션들이 인기있는 히트곡(약간은 그 뮤지션의 이미지와 이질감마저 느껴지는)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부르는 것이 하나의 코너처럼 굳어져 버렸는데, 윤하의 선택은 소녀시대의 'Gee'였다. 이승열의 경우처럼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는 아니었지만, 어쿠스틱 버전으로 또 다른 느낌의 Gee를 들려주었다. 사실 윤하가 부르는 Gee는 이미 제법 홍보가 된 터라 이 곡을 듣기 위해 TV앞에서 기다렸던 이들도 많을텐데 이런 기대감에 비하면 조금 심심했던 것 같다. 스타일 측면에서 이미 외국인 일반인이 부른 버전이 더 익숙한 터라 완전한 새로움 보다는 윤하만의 예쁨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달까. 귀여운 가사들을 역시 소녀인 윤하가 부르는 것도 썩 잘 어울렸다.




음악여행 라라라 _ 윤하 - Gee


개인적으로 Gee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녀의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인 '1,2,3'였다. 뭐 이미 순위프로와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어온 곡이지만, 그 간 들었던 1,2,3와는 사뭇 다르게 들릴 정도로 윤하가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순위프로에 등장해 잔뜩 세팅되어 있는 무대와 들려주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써야 하는 분위기에서는 자연스러운 노래와 연주가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관객이 없고 좀 더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라라라'의 공간은 윤하를 좀 더 자연스럽게 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이 곡 '1,2,3'는 끊어먹는 후렴구의 맛과 재미있는 선율이 맛깔나는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거의 처음 이 곡의 이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하의 표정을 보니 전혀 부담없이 이 선율 속에서 자연스럽게 춤추듯 즐기는 걸 절로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뮤지션이던 노래하거나 연주할 때 완전히 빠져드는 이른바 무아지경의 순간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듣는 이로서 매우 황홀한 일일텐데, 이 날 라라라에서의 윤하가 그랬다. 완전히 무아지경까지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간 들었던 1,2,3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음악여행 라라라 _ 윤하 : 1,2,3


그래서인지 이 라라라 버전의 1,2,3를 계속 듣고 보게 된다. 장난치듯 즐기는 그녀의 노래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나도 신이 나니 말이다.


1. 질문 : 혹시 윤하의 이번 앨범 구매하신 분들 계시면 '1,2,3'의 곡 설명에 원곡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 곡은 분명 잭슨5의 'ABC'를 인용한 것이거든요(만약 안했다고 발뺌하면 실망할듯). 아마도 언급이 있겠지만 혹시나해서 ㅎ

2. 말 나오김에 제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잭슨 5의 'ABC'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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