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리뷰] 장면과 대사들로 다시보는 <마법에 걸린 사랑> 블루레이
2007년작으로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월트디즈니의 실사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 (Enchanted)>은, 픽사나 드림웍스 등에 왕좌를 내준 뒤 이렇다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던 제작사 월트디즈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역시도 '와! 재밌다!'를 넘어서는 디즈니의 야심과 반성이 엿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블루레이로 다시금 찬찬히 감상해보니 역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새로워 진' 혹은 '변해야 할' 디즈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블루레이 리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장면과 대사에 집중하여 이야기해볼 작정!
개인적으로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월트디즈니 였기에 후기 작품들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선입견이 짙은 설정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고 예쁜 동물들은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덩치 큰 육식동물(혹은 공룡)들은 무조건 악당으로 설정되는 점이나, <슈렉>에서 이미 잘 비틀어 주었듯이 못 생긴 것은 곧 저주라는 공식을 은연 중에 심어버린 이야기 들은, 어른들이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보는 것이기에 더 큰 위험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보수적인 구조를 완전히 다 바꾸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에서는 '더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되겠다'라는 변화에 대한 디즈니의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하면 다른 스튜디오는 하나도 모르고 오직 '= 디즈니'이던 시절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 입지가 픽사나 드림웍스에 비해 상당히 위축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두에 애니메이션 부분은 최대한 기존 클래식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구성을 취하고 있다. 백마탄 왕자와 공주, 성, 마녀, 동물친구들, 뮤지컬 시퀀스는 디즈니를 구성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왕자가 공주를 보자마자 '결혼합시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은 이런 디즈니스러움을 노골적으로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 서두에는 이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러던 이야기는 주인공인 지젤 (에이미 아담스)이 현실 세계인 뉴욕으로 오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뉴욕으로 온 만화 속 주인공 지젤은 사람들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역시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장신구를 뺏어간 할아버지에게 하는 그녀 최대의 나쁜 표현은 고작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정도다. 그런데 이 대사를 할 때도 잘 보면 조금 머뭇거리고 부자연스러워 하는 지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지젤은 한 번도 누구에게 나쁜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으로 오자마자 그는 누군가에게 나쁜 말을 해야만 할 상황에 닥치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라는 본인 최대의 악담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건, '별로 안 좋은 분이군요' 라는 말조차 부자연스러웠던 지젤이 뉴욕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점점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처음 로버트 (패트릭 뎀시)의 집에 와, 욕실에서 샤워를 끝낸 지젤은 이 신비로운 샤워 시설에 감탄하며 '마법 같아요'라고 한다. 이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지젤이 대표하는 바가 '디즈니'이고 뉴욕으로 표현되는 현실의 모습은 역시 현재 애니메이션 계의 현실이라고 볼 때, 현대의 애니메이션들이 추구하는 바와 갖고 있는 가치들은 디즈니 입장에서 보아도 마법처럼 매력적이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 같은 요소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이것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여도 될지 주저하는 디즈니의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점들이 많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런거 다 제쳐두더라도 <마법에 걸린 사랑>은 월트디즈니의 마법이 아직까지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디즈니가 추구해오던 가치관을 어떤 감각으로 그려내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디즈니 스스로 변화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한 작품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과 혼란을 겪는 듯한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의 성격이 달라 다 소개하지 못했지만, 주연을 맡은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그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화 속 지젤을 완벽하게 소화해 다시 한번 '에이미 아담스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인어공주>를 비롯해 디즈니의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의 수록곡들을 만들었던 Alan Menken이 만들어낸 음악은, '그래, 영화 속에서나마 이렇게 마냥 행복한 걸 굳이 거부할 필욘 없잖아'라는 생각과 더불어 뮤지컬 영화의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블루레이 캡쳐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LT DISNEY VIDEO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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