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부모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미안함



'몬스터 주식회사'와 '업'을 연출하고 '월-E' 등 여러 픽사 작품에 각본 및 원작으로 참여했던 피트 닥터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을 보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관람이 조금 늦은 탓에 주변의 관람 평을 먼저 듣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중론은 '픽사가 돌아왔다'라는 정도였다.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오히려 디즈니의 작품은 더 나아지고, 픽사의 작품들은 좀 시들해진 경향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픽사 하면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보기 전 부터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면 오랜만에(?) 픽사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서 인지 아니면, 실제로 조금 심심해서인지 내게는 '업'이나 '월-E' 같은 작품 정도의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철저하게 부모의 마음에서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것이다. 보는 내내 피트 닥터의 심정이 느껴질 정도로, '인사이드 아웃'은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진심어린 (혹은 미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바라보는 시선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인사이드 아웃'은 잘 알려졌다시피 주인공 소녀인 '라일리'를 구성하고 있는 감정들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캐릭터화 되어 라일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흥미롭게 이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이 대 설정 자체가 흥미로울 수 밖에는 없는데, 이 설정을 단순히 흥미요소로만 다루고 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뇌과학적 요소를 담고 있어 교육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처음 다섯 가지 감정이 등장한다는 시놉시스를 알게 되었을 땐, 구조적인 측면에서 말그대로 감정들이 라일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실제 영화의 구조는 조금 달랐다. 감정들이 라일리를 완성하는 구성 요소로서 존재한다기 보다는, 정확히 이야기해서 라일리를 키워내는 일종의 부모 같은 존재로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이채로운 점이었다. 그러니까 만약 라일리 자체의 구성 요소로서 존재했다면, 라일리와 만차가지로 미숙하고, 성장하고 하는 것들을 겪어야 하는데, 영화 속 감정들은 특히 기쁨이를 중심으로 마치 이 감정들이 라일리를 키워내는 듯한 제3자의 입장 (부모의 입장)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부모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다 보고나서 장난 처럼, 아마 이 작품은 감독인 피트 닥터가 자녀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사를 한 것에 대해 뒤늦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거나 혹은 그렇게 이사한 이후 심하게 슬퍼하는 자녀를 보고 그 마음을 이해하고자 미안한 마음에 써내려간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피트 닥터의 딸이 11살인 시절 사춘기를 겪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이자, 딸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뒤죽박죽 해져버린 감정을 생각하였고, 그로 인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바이다. 즉, 여기서 핵심은 자신의 경험 (자신이 겪은 사춘기)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딸이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이야기라는 점인데,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인사이드 아웃'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가장 중요한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딸을 딸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그렇게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고 보니 이제야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딸의 마음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것만으로도 '인사이드 아웃'은 정말 따뜻하고,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전체적으로는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인사이드 아웃'은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마치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추억 강제 소환이랄까? 마리텔에 김영만 아저씨가 많은 어른이 된 코딱지들을 눈물 짓게 했던 것처럼, 라일리의 기억과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른이 된 관객들로 하여금, 내 기억 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잊혀져 버렸던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 추억, 먹는 것, 장난감 등등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극 중 빙봉 캐릭터가 주는 감흥은 특별할 수 밖에는 없는데, 어린 시절 자체를 상징하는 빙봉 캐릭터는 굳이 어른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고등학생만 되더라도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 어린 시절의 나를, 그 만큼 순수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빙봉의 그 눈빛은 마치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이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울컥했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인사이드 아웃'은 어린 자녀들 보여주러 극장에 같이 갔던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훔치며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를 한 없이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품을 완성하고 가장 기뻐했던 이는 감독인 피트 닥터가 아니었을까.



1. 본편 전에 상영된 단편 '라바'도 재미있었어요. 전 끝까지 실화가 아닐까 기대했었다는 ㅋ (다 끝나면 크래딧과 함께 실제 어떤 화산섬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던 ㅎ)


2. 아래 피규어 세트는 일본 갔을 때,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분명 좋아하게 될꺼야'라는 생각으로 덜컥 샀던 아이템이었는데, 역시나 후회는 없네요. 첨 살 때는 몰랐던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제 달리 보인다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에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