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지트 (The Visit, 2015)

샤말란의 완벽한 코믹호러스릴러



M.나이트 샤말란이 돌아왔다. 다들 샤말란을 이야기 할 때 '식스센스'를 가장 많이 언급하기는 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언브레이커블'이나 '싸인' 쪽에 가깝다. 많이들 샤말란의 이후 작품들에 대해 대부분 아쉬워 하는 것이 중론인데, 특히 호불호가 갈렸던 (그렇다기 보다 대부분 별로라고 했던) '해프닝'은 인상 깊게 본 편이지만, 나 역시도 '라스트 에어벤더'나 '애프터 어스'는 큰 실망을 했던 작품이었다. 이 두 작품에서 실망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샤말란과는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다. 샤말란은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을 배경으로 미묘한 심리와 그 안에서 서서히 조여드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잘 다루는 감독인데,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좀 과한 배경과 스케일이었다. 그럼에도 샤말란을 (아직까지)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의 신작은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조금 먼저 선보인 '더 비지트 (The Visit)'를 놓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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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명확한 컨셉 영화이지 장르영화다. 샤말란은 마치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의 타이틀서부터 이 영화가 명확한 장르영화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전형적인 룰 안에서 충실히 룰을 따르며 자신의 장기를 펼쳐낸다. 이런 장르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더 비지트'는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깝다. 한정 된 (혹은 고립된) 공간, 한정 된 인물, 정해진 시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 (그로 인한 핸드 헬드 촬영방식까지), 고전 공포영화에 딱 어울리는 영화 음악까지. 공포 스릴러 영화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샤말란은 오히려 이 전형적 요소들을 더 고전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깔끔하고 무엇보다 몹시 재미있다. '더 비지트'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땐 두 가지의 다른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아역 배우들이 실제로 재미있는 장면과 대사들을 연출하는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쾌감의 재미다. 전자의 경우 남동생으로 나온 아역 배우는 자칭 랩 뮤지션을 꿈꾸고 있는데, 이 캐릭터가 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안에서 펼치는 랩 뮤지션으로서의 자세가 촌스럽지 않고 제법 수준있는 재미를 준다. 확실히 대중적인 측면에 있어서 이 캐릭터의 성격이 없었다면 '더 비지트'는 더 심심하거나 조금 더 평범한 공포 스릴러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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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재미 포인트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 공포의 요소가 커가면 커질 수록 웃음이 동반된 재미가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B급 정서랄까. 로드리게즈의 영화처럼 의도 된 잔인함 혹은 촌스러움을 볼 때 처럼, 혹은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이 준 재미처럼 공포가 가중 될 수록 그 의도 된 장면이 끝나고 난 뒤에 땀이 한 번 스윽 지나가면서 시원한 쾌감이 느껴지는 특유의 재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비지트'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한 거의 모든 무서운 설정과 행동, 장면들은 거의 모두 다 이런 성격의 재미를 담고 있어서 하나 같이 눈을 질끈 감는 동시에 웃음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 이건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마 이런 류의 공포 영화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무슨 경험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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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지트'는 이 장르 영화 속에 가족 드라마까지 삽입하였는데, 나는 오히려 조금의 감동 포인트도 없이 완전한 컨셉 장르 영화로 남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가족 드라마의 테마 역시 전체적인 장르 영화의 완성도를 해칠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고, 한 편으론 이 테마가 매우 중요한 테마로 낮은 곳에 깔려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내러티브가 가능해진 측면이 있어 오히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더 풍성해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영화의 호불호나 샤말란 감독에 대한 선호도를 떠나, 단순히 러닝 타임에 가장 충실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현재 고르라면 주저 없이 '더 비지트'를 추천하고 싶다. 아,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재밌다는 표현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많이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다. 깜짝 놀래키고, 가슴 떨리고, 반전도 있고. 단지 그것들이 장르라는 놀이터 안에서 충실히 활용되고 있다 뿐이지, 무섭다. 깔끔하게 한 번 또 보고 싶다.



1.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방영했던 코미디 프로인 임하룡, 이홍렬씨가 연기한 '귀곡산장'이 떠올랐어요. 왠지 그런 컨셉으로 보면 더 재밌는 영화 ㅋㅋㅋ '망태망태망망태 망구망구망망구 ㅋ'


2. 어디 이래서 자식 있는 분들 명절 때나 방학 때 시골 부모님 집에 애들 보낼 수가 있을지 ㅋㅋ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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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2015] 부산국제영화제 _ 첫째날 : 10월 6일


*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것이 10시 50분쯤. 바로 센텀시티역으로 출발하여 영화의 전당에 도착. 일단 10월 6일날 볼 영화 3편에 대한 티켓만 찾아서 잠시 영화제의 분위기를 느껴본 뒤, 아점을 먹으려고 했더니 마땅한 곳이 근처에 바로 없어서 할 수 없이 스타벅스에 들러 샌드위치로 가볍게 요기.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할애해 방문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영화로 '디판'을 관람.




 ⓒ 2015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ll rights reserved



1. 디판 (Dheepan, 2015)

감독 : 자크 오디아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은 '예언자 (Un Prophète , A Prophet 2009)'와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De rouille et d'os, 2012)'을 인상 깊게 보았던 터라 이번 그의 신작 '디판'도 주목하는 신작이었다. 올해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으로 더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두 남녀와 한 아이의 삶을 다룬다. '디판 (Dheepan)'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이 프랑스로 망명하기 위해 선택한 가짜 신분의 이름인데, 그렇게 디판은 처음 만난 여자와 어린 소녀를 아내와 딸로 위장하여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크 오디아르는 유려한 연출력을 통해 영화의 말미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사건 없이도 시종일관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히려 일어날 법한 위험이나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는 가짜 신분과 가짜의 삶을 불안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 세 명의 인물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을 억누르고 가엽게 바라본다. 영화의 마지막은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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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 비지트 (The Visit, 2015)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샤말란 영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샤말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난 말 많은 '해프닝 (The Happening, 2008)'도 인상 깊게 보긴 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더 비지트 (The Visit, 2015)'는 좀 더 대중적으로 반응을 이끌어 낼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였다. '더 비지트'는 공포/스릴러 영화의 클리셰를 거의 다 가져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정된 공간, 핸드 헬드 촬영, 1인칭 시점 촬영, 페이크 다큐, 정해진 시간, 다양한 복선 등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반복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더 비지트'는 새로운 충격 보다는 작정하고 기존 방식의 장점들을 모두 가져와서 깔끔하게 끝나는 영화를 지향하는 쪽에 가깝다. 알고도 당하는 것처럼 저 다음엔 저렇게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무섭고, 심지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도 중간쯤 예상이 되었는데 그래도 실망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무서운 스릴러 영화는 의외로 귀엽고, 코믹하기까지 하다. 소름돋는 공포가 아니라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시원하게 웃게 되는 조금은 변태(?)같은 공포 영화랄까? 오히려 드라마 적인 요소가 조금 있는데, 이것이 없었더라면 더 깔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또 나만 좋아하는 샤말란 영화가 되려나?





3. 여름의 조각들 (Summer Hours, 2008)

감독 :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 작품도 올리비에 아사야스 이름만 보고 급하게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알고 보니 2008년 작이었고 본 듯 했으나 본 적은 없는 그런 영화였다. 추천한 이의 말처럼 정말 우리나라 가족의 모습과 유사한 모습과 갈등이 흥미로웠고, 유산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동시에 조금은 별개로 프랑스라는 나라가 얼마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사이드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삼대의 세대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어느 한 세대에 치중되거나 특히 전통을 중시한 나머지 손자 세대를 그저 가볍고 의미 없는 존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어짐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포용하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오래 전 작품이 아님에도 풋풋함 마저 느껴지는 줄리엣 비노쉬도 인상적이었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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