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Atomos
그의 여덟 번째 소리

이미 앞서서 두 장의 싱글 앨범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서태지의 정규 앨범이 7월 1일 발매되었다. 서태지가 싱글이라는 개념으로 본격적인 음반 발매를 시도하면서 음반의 가격이나 수록곡에 대한 논쟁 혹은 질타 들이 많이 있어왔는데, 이번 정규 앨범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그리고 더 추가되어)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음악 외적인 논쟁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조금 보태보기로 하고, 일단 드디어 '정규 앨범'에 모습을 갖춘 그의 여덟 번째 소리 'Atomos'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번 정규 앨범에는 총 12곡이 수록되었고, 그 중 8곡은 기존 두 장의 싱글을 통해 선보였던 곡들을 새롭게 믹싱과 재녹음 작업을 더해 수록하였고, 2곡은 기존 싱글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리믹스 버전이, 그리고 나머지 2곡은 신곡이 수록되었다. 기존에 수록된 곡들에 대한 각각의 평들은 이미 싱글 발매 당시에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추가로 더할 말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곡들은 다를 것이 없지만 음반 소개에 따르면 새롭게 믹싱작업을 하고 악기와 보컬까지 재녹음을 거쳤다고 하는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일반 음악팬들 입장에서 이 믹싱과 재녹음 작업에 결과물을 몸으로 체험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즉 딱 들어봤을 때 기존 싱글들과 확연히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는 없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예전에 발매된 앨범들이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발매되는 경우는 세월의 거리 만큼 달라진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반면, 이번 서태지의 정규 앨범 같은 경우는 싱글 앨범이 발매된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그리고 싱글 앨범 자체도 사운드 퀄리티 측면에서 서태지답게 엄청나게 신경 쓴 앨범이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 차이를 쉽게 실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전 이승환이 새앨범을 발매할 때 곡을 만들고 쓰는 작업만큼이나 앨범에 사운드를 담아내는 과정에 엄청난 비용과 정성을 쏟는 다며, 질 낮은 MP3나 스트리밍이 음악 감상에 주가 된 현실에서는 뮤지션 자신의 자기만족 외에는 헛수고가 되고 마는 현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음반을 수백, 수천장씩 모으는 음악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앨범이 더 좋은 퀄리티로 재녹음 되었다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새롭게 발매된다는 사실은 분명 매력적인 유혹이다. 실제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같은 앨범을 중복으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며, 현재 발매 예정인 비틀즈의 리마스터링 앨범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태지의 이번 정규 앨범의 성격은 약간 미묘한 측면이있다. 싱글에 수록된 버전의 사운드 퀄리티와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의 퀄리티의 차이가 일반적인 음악 감상 환경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을 온전히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고가의 시스템 환경이라던가 더 나아가 아예 스튜디오에서 싱글과 정규 앨범을 비교해서 들어본다면 아마도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지 않을까도 싶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저질의 MP3로 듣는다던가, 스트리밍 사이트 혹은 미니홈피의 배경음악, 더 나아가 핸드폰 벨소리 등으로 사용되는 것이 위주이다 보니 이런 뮤지션 본인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퀄리티 적인 장점이 빛을 발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일단 기존 곡들의 향상된 사운드 퀄리티는 재쳐두고 가장 기대가 되었던 건 역시 이번 앨범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던 2곡의 신곡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서태지는 다른 어떤 뮤지션들보다 새 앨범 발매시 '어떤 곡일까?'하는 궁금증이 큰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일단 이번 앨범의 경우는 앞서 싱글 발매 방식을 통해 앨범의 성격이나 곡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예전 앨범들보다는 궁금증이 덜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었고, 발매일 매장으로 달려가 구매한 따끈따끈한 신보에 수록된 2곡의 신곡 'Replica'와 '아침의 눈'을 들어볼 수 있었다. 'Replica'를 처음 들었던 느낌은 상당히 '가요'같다는 느낌이었다. 나쁜 뜻으로 가요같다는 것이 아니라(언제부턴가 가요 같다는 것이 나쁜 뜻으로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무언가 약간은 서태지스럽지 않으면서 일반적이라고나 할까. 전반적인 진행이나 보컬이나 상당히 평범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좀 더 들어봐야 알일이고, 이 곡은 어디까지나 12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 중 한 곡이니 이런 점을 감안해야 될 듯 하다.




'아침의 눈'은 그에 비해 훨씬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아, 그전에 음반 쇼핑몰들을 보니 수록곡들을 늘어놓고는 '아침의 눈'에 타이틀 곡이라고 표시를 해두었던데, 서태지의 정확한 의도를 듣지는 못했지만 일반적으로 싱글이 선행되고 음반이 발표되는 시스템에서 보았을 때, 정규 앨범을 통해 공개된 2곡 중 하나가 타이틀 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싱글을 통해 공개되었던 'MOAI'가 서태지의 여덟 번째 앨범에 타이틀 곡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앨범을 여덟 번째 정규 앨범으로 보지 않고 또 하나의 싱글 앨범같이 보게 된다면 많은 아쉬움이 들 것 같다. 일단 새롭게 공개된 2곡의 신곡이 기존 발표되었던 싱글 곡들보다는 임팩트나 감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개인적으로), 이는 어쩌면 그럴 수 밖에는 없는 것이 이 정규 앨범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곡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싱글 공개 되었던 곡들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12곡이 담긴 정규 앨범에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리 나쁜 구성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MOAI'나 'Bermuda [Triangle]', 'Human Dream'같은 곡은 서태지답게 새로운 사운드와 감성을 엿볼 수 있었던 멋진 곡들이었으며, 'T'ikt'ak'과 'Coma'역시 3번과 6번 트랙으로서 손색이 없는 곡이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온전한 정규앨범으로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싱글에 수록되었던 B-Side 곡들까지 정규 앨범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이다. 이렇게 됨으로서 싱글 만의 가치는 패키지나 또 하나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만을 갖게 되어버렸으며, 예전에 특히 거세었던 가격 논쟁으로 미뤄봤을 때 한 장의 음반을 3장으로 나누어 판매했다는 얘기를 들을 만한 빌미를 주게 되어버린 것 같다. 본래 싱글과 정규 앨범의 경우 싱글에 수록되었던 곡들이 정규 앨범에 그대로 수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B-Side곡들 마저 수록되면서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이 2곡 뿐이었다는 점은 분명 그를 공격하려고 만반에 준비를 하고 있는 안티팬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새로운 리믹스 버전 곡들을 수록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한 때 댄스음악에서 무분별하게 트랙 늘리기를 위해 진행되었던 작업들 때문에 '리믹스'라는 것에 대한 신뢰도가 심각하게 떨어져있기는 하지만, 서태지가 내놓는 리믹스라면 이런 우려를 갖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해서인지, 차라리 또 다른 편곡의 리믹스 곡들을 담았더라면(신곡을 담을 것이 아니었다면) 하는 팬으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서태지의 오랜 팬된 입장에서 보았을 때 사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태지'여서 더 큰 질타를 받게 되는 일들이 분명 있었다. 안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그랬고, 팬 된 입장에서도 '서태지니까' 하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던 경우가 많았었다. 그것이 어쩌면 서태지라는 아티스트의 숙명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객관적인 시각으로 욕할 것은 욕하고 칭찬 할 것은 칭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러붙어서 좋다 나쁘다, 별로다 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다 관심과 유명세 때문일테니까.

여튼 분명 앞선 싱글들과 연관지었을 때 아쉬운 점이 있는 정규앨범이었다.
음악 자체로서는 '역시 서태지!'였지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 본문에 사용된 앨범 자켓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이며, 리뷰를 위해 인용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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