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내 이름은 브루스 (My Name is Bruce, 2007)

브루스 캠벨의 자화상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보인 수많은 신작들 사이에서 유난히 흥미를 끄는 구작이 있었다면 (2007년 작이니 어쨋든 구작;;) 바로 이 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호러 영화의 팬이라면,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브루스 캠벨'이라는 이름을 모를리 없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오롯이 그 만의 브루스 캠벨 영화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느냐(이 영화에는 특히나 '즐긴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그렇지 못하느냐는 바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여히 따져봤을 때 이 영화는 B급 영화에 추억을 되살린 <플래닛 테러>나 <드래그 미 투 헬>보다 만듦새나 짜임새 부분에서 많이 뒤쳐지고, 일부 유머는 B급 영화라 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는데(물론 그 지점이 유머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브루스 캠벨이라는 인물과 결합시킨다면 그럭저럭 볼 만한 코믹 영화가 된다. 그야말로 '깔깔' 대며 웃을 수 있는 B급 호러 무비 말이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런데 이 영화가 마냥 웃기고 모자라 보이기만 하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웃기는 것도 브루스 캠벨이어서 이지만 짠해 지는 것도 다 브루스 캠벨이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굉장히 자전적인데, 일단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어쨋든) 현역에 있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것도 자신 스스로가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묘한 짠~한 감정이 올라온다. 영화 속 브루스 캠벨은 한 때 유명했던 B급 영화배우로 지금은 완전히 퇴물취급을 받고 싸구려 트레일러에서 생활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도 '무비 스타'라는 거품을 안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브루스 캠벨은 <이블 데드> 이후 수 많은 영화들에 출연하기도 했었지만 그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화제가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까메오 출연으로 화제가 된 적이 오히려 많았었다(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는 모두 까메오로 출연하고 있다). 극 중 퇴물로 그려지는 B급 영화배우 브루스 캠벨과 실제 브루스 캠벨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기 까지한 이런 묘사는 그의 팬이라면 가슴 한 켠이 짠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자신을 연출하고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이런 부분을 아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쾌한 한 편 '내 처지가 참 씁쓸하다'라고 회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이런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조명하는 것에 즐기는 듯한 (해탈한 듯한!) 경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적절히 이용하고 드러내면서 '브루스 캠벨'이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간다. 그의 전작들에 장면이나 캐릭터를 인용하는 한편, 그의 오랜 팬들이라면 반길 만한 설정들과 까메오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씁쓸한 현재를 보여주거나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실 공포영화로서나 아니면 B급 호러영화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빵빵 터트려 주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so so에 가까운 것이 사실. 어딘선가 이 영화 리뷰를 읽으면서 '브루스 캠벨이 전기톱을 쓰지 않은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라는 평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 전기톱이 '짜잔!'하고 등장했을 때 영화 속 팬보이의 모습처럼 마지막에 브루스가 중국에서 온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톱을 최종 무기로 사용하길 바랬었지만, 브루스는 허무할 정도로 단 칼에 '그건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는 한 편으론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그 스스로 더 이상 <이블 데드>에 얽매여서는 배우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일종의 고백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그 허접함과 말도 안되는 설정들, 뻔히 보이는 유머코드는 귀엽기 까지 하다. <이블 데드>의 '애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의무감에 봐줘야할 영화가 아닐까 ^^


1. 영화 속 컨트리 송은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 못지 않게 중독성이 강합니다.

2. 샘 레이미의 동생이기도 한 테드 레이미와 댄 힉스 등의 모습도 반갑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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