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ork

Drawing Restraint 9


1 Gratitude  
2 Pearl  
3 Ambergris March  
4 Bath  
5 Hunter Vessel  
6 Shimenawa  
7 Vessel Shimenawa  
8 Storm  
9 Holographic Entrypoint  
10 Cetacea  
11 Antarctic Return  


시작도 마지막도, 어느 것도 될 수 있는 특별한 작업.

뷔욕 (Bjork). 그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일단 제쳐두자. 그녀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아는 사람도 잘 모르는, 그런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음악팬들에게 주목받게 된 것은, 평론가들과 팬들 모두에게 인정받았던 명반 'Homogenic'과 'Post' 앨범부터였고, 그 외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아마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자신에 입으로 내뱉었던 도그마 선언을 뒤집고 만든 영화라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 ‘어둠속의 댄서’부터였을 것이다.

영화 탓에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에도 초대받고, 또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 출연하여 전 세계 팬들 앞에서 생중계로 노래하기도 했었지만(어둠에 그늘 속에서 연명해 오던 뷔욕 팬들에게 있어, 그녀의 라이브를 TV 생중계로 보게 될 날을 꿈꿨던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한 번도 주류에 속했던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신비스런 아이슬랜드 얼음 요정으로 시작하여, 트릭키(Tricky),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등 트립 합(Trip-hop)이 한창 유행할 때에는 트립 합 뮤지션으로, 또 테크노가 유행할 때는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 어둠 속의 댄서가 선보였을 때에는 유럽에서 온 뮤지션 출신의 영화배우로 불렸었지만, 그것은 매체에서 편의대로 나눠 낸 이름들일뿐, 뷔욕 스스로는 항상 그대로일 뿐이었다.

이번에 발매된 앨범 'Drawing Restraint 9'은 엄연히 말하자면 사운드트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극영화가 아닌 비주얼과 그래픽이 주가 된 아트 웍 이라 기존의 사운드트랙을 떠올리게 되면 큰 오산이다. 'Drawing Restraint 9'은 그녀의 남편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한 메튜 바니 (Matthew Barney)가 연출한 작품이다. 이러한 이유로 ‘뷔욕 부부의 첫 번째 공동 작업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사운드트랙의 장점이자 특징은 영화의 장면과 음악이 매치되면서 잠재되어 있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는데, 영화 'Drawing Restraint 9'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극영화도 아닐뿐더러 국내에서는 그 영상을 접하기도 매우 어려워 사실상 100% 앨범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다. 더더군다나 앨범을 듣다 보면 가능한 한 곡 자체로서의 움직임을 자제하고 사운드트랙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선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러한 부족함은 더욱 크게 느껴지게 된다.

뷔욕의 앨범은 'Vespertine'을 기점으로 점점 더 포스터 모던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전작 'Medulla'에서는 마치 'Vespertine'의 B-Side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비록 완벽한 정규 앨범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연장선에 마지막에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예전 뷔욕 앨범의 전부를 이루던 것은 바로 현(絃)과 비트 였다. 물론 최근의 앨범들도 이러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비트의 활용 폭은 더욱 넓어졌고, 현의 사용은 극도로 자제되어 가고 있으며 그 자리를 하프나 벨 같은 다른 요소가 채워가고 있다. 현의 사용이 줄어가면서 자연히 멜로디 적인 요소 또한 자취를 감춰간 대신, 대체제로 사용된 하프의 음색은 비트와 어울려 더욱 더 이지적이고 외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번 사운드트랙이 이러한 연장선에 마지막에 있다는 얘기는, 앞으로 나올 앨범들에는 이러한 시도가 더욱 더 광범위해지거나, 반대로 현의 사용이 다시금 부활한 작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Drawing Restraint 9'은 일본에서 로케이션 하였고, 주제도 일본 역사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과 발맞춰, 악기의 사용이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일본적인 것이 사실이다. 사실 뷔욕과 일본의 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님으로 그녀에 팬들에게 새롭게 거부감으로 작용할만한 요소는 되지 않을 듯싶다. 사운드트랙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려는 노력답게 그녀의 보컬은 극도로 자제되어, 목소리를 전해들을 수 있는 트랙은 기껏해야 한 두 트랙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그녀의 특별한 보컬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해온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뷔욕 앨범 가운데 가장 난해하며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가장 결핍된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매될 새 정규 앨범과의 연결 고리가 되어 줄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다시 말해, 새 앨범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추측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앨범들의 성격을 보았을 때 'Drawing Restraint 9'을 거치지 않고 'Medulla'에서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100% 새 앨범을 즐길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사실 모든 루트를 다 밟아왔다 하더라도 그녀의 앨범을 완벽하게 소화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뷔요커(Bjorker)'들은 이러한 음악에도 크게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항상 그녀의 새로운 창조물에 목말라 있는 뷔요커들에게 이번 앨범은, 어느 정도 해갈에 시원함 또한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글 / ashitaka
200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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