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2004년에 발표한 ‘리틀 러너’를
통해 좋은 평가를 얻었었던 캐나다 출신 마이클 맥고완 감독의 2008년 작 ‘원 위크’는 ‘당신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이다.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겪게 되는 마지막
시간들을 그리고 있다. 이런 주제라면 1997년 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노킹 온..’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이 같이 시한부 주인공을 중심으로 마지막을 그린 영화들은 여럿 있어왔다. 이들은 대부분은 죽음이라는 것과 마지막이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영화를 더욱 더 극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곤 하는데, 로즈 맥고완 감독의 ‘원 위크’는 확실히 이런
영화들과는 그 지향점을 달리하는 영화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의 주인공들처럼
‘원 위크’의 주인공 ‘벤 (조슈아 잭슨)’ 역시 암 선고를 받고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여정을 떠나게 된다. 벤이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여정은 모험의 성격이 더욱 짙다는 것과 죽음의 그림자가 별로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벤은 오토바이 한 대를 구입해서 그저 서쪽으로, 서쪽으로 여정을 떠나는데, 여기에는 분명 삶을
정리하는 측면의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정리’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배움’의 측면이 더욱 부각된다. 삶의 마지막에 떠난 여행에서
벤은 여러 사람들과 캐나다 곳곳의 장소를 경험하면서 그 동안 배우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체험하게 되며, 이것으로 자신의 삶을
문득문득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벤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그리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들이며, 벤은 이들에게 그 동안 몰랐던 (혹은 알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진리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벤의 이런 여정은 마치 생 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닮았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 마지막
여정에 거의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주 유쾌할 정도는 아니지만, 담담한 음악과 역시 담담하게 그 자리에서
벤을 반겨주는 캐나다의 멋진 풍광들, 그리고 마치 삶의 학생이 된 듯 조금씩 배워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이를 감싸고 있는 평화로운
포크 음악들은, 죽음의 어두운 느낌보다는 삶의 희망이 담긴 따듯한 로드무비로 그려진다. ‘원 위크’는 분명히 반어법으로 쓰여진
영화이지만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은연 중에 느껴지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 편의 로드무비로서 손색이
없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로드무비’라는 장르는 새로울 것이 없는 장르가 된지 오래되었음에도 ‘원 위크’는 다시 한 번 로드무비의
미덕을 되새겨 볼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DVD Menu
DVD Quality
DVD의 스펙은 저 예산 영화답게 그리
화려한 편은 아니다. 화질의 경우 장면에 따라 조금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노이즈가 많고 좀 더 필름 라이크 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영화 음악 때문이 아니라 영상의 질감 면에서도 영화 ‘원스’를 떠올려 볼 수 있겠다).
만약 블루레이급 화질로 보았다면 캐나다의
수려한 풍광을 더욱 선명하게 즐길 수 있긴 했겠지만, 전체적으로 따듯하고 평화로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감소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끔 이런 소소한 영화들을 리뷰 할 때 겪는 일이지만, 최상급이 아닌 화질이 오히려 감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돌비 5.1/2.0 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 역시 잔잔한 작품 덕분에 그리 사운드 적인 활용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영화 음악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시종일관 귀를 편안하게 하는 포크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엔진소리가 실감나게 전달되거나 하는 식의 사운드 활용은 없으며(만약 그랬다면 더욱
불편했을 듯 하다) 대사나 멀티 채널의 활용도나 전부 평균적인 수준이다.
DVD Special Features
1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원 위크’
DVD는 본편과 함께 몇 가지 부가영상을 수록하고 있는데, 'The Making of “One Week”’는
일반적인 메이킹 영상으로서 감독과 스텝,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장의 이야기와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 영화가 얼마나 ‘캐나다’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 잘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이 메이킹 영상과 그 속에 담긴 인터뷰들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캐나다를 위한 영화’로 만들어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메이킹 영상은 물론이고 다른 부가영상들도 보다 보면 거의 대부분이 캐나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을 정도인데, 아마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더 특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Interview with
Director Michael McGowan’은
감독인 마이클 맥고완의 단독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쩌면 너무 뻔한 시작점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는 이야기와 주인공인 벤이 모험을 떠나게 되는 이유 그리고 캐나다의 거대 조형물 등
주요 명소들을 방문하게 되는 이유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 주연 배우인 조슈아 잭슨과 리앤 발라반의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흥미로운 건 감독의 인터뷰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 벤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만큼 감독의 생각과
의지가 캐릭터에 잘 녹아 든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Q&A with
Joshua Jackson and Director Michael McGowan’에서는 토론토 극장에서 열린 한
영화제 자리에서 갖은 관객과의 대화를 담고 있는데, 시종일관 웃고 즐기는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 밖에 포토 갤러리와 예고편이
수록되었다.
캐나다의 멋진 풍광, 편안한 음악 그리고
길 위에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교훈까지. 로드무비들이 매번 그렇지만, ‘원 위크’ 역시 보기 전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작품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막상 보고 나니 또 한 번 나 자신이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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