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느 지점에 이르면 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취미가 많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취미가 너무 없는 것도 물론 문제이겠지만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래서 몇 년전인가,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몇 가지 취미를 정리하는 기간을 둔 적이 있었다. 어찌보면 내게 있어 취미란 일반적인 '취미'의 범주를 일부 넘어선 것으로 느껴진다. 스스로 짐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드시 버려야할 욕심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요새 특히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일이 바빠지면서 점점 내가 원하는 만큼의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한가지 점은 요 근래, 그 어떤 해보다도 블루레이나 DVD, 음반들을 사두고는 뜯지도 못하고 한참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컨텐츠를 즐기는 것 보다 소장하는 것 (구매하는 것)에 더 포커스가 가 있다는 것이다.

소장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내게 있어 소장이란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 우선될 때 더욱 의미를 갖는 행동이기 때문에 전자가 결핍된 경우는 분명 문제라고 여겨진다. 이런 일이 잦아지는 것도 있고, 이것 과는 별개로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시간 부족으로 결국 극장 상영을 놓친다던가 보고 싶은 챔스리그를 잠과 바꾸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지 잠을 줄이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었다.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은 분명 세상 그 어느 일보다 달콤한 순간 중 하나이지만, 이 달콤함을 조금만 참아내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일터. 아직도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할 땐 일순위로 잠을 줄이는 편이긴 하지만, 이 방법은 분명 한계가 있다(그리고 한 때 불면증을 겪었던 나로서는 요즘 졸음을 못이겨 밤에 집에서 블루레이 한 편 보기 쉽지 않은 현실을 한 편으론 이기려고도 또 한편으론 즐기는 면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휴식이라는 이름 하에 그냥 흘러가버리는 시간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사실 시간은 이럴 때 가장 빨리 흐른다. 맘놓고 휴식할 때보다, 열중해서 일을 할 때보다 어중간하게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쉴 때 시간은 가장 빨리 간다. 그리고 이 시간이 가장 아깝다. 그래서 앞으로는 비록 시간을 너무 치열하게 몰아써서 나중에 시간이 남을지라도, 일단은 더 치열하게 한정된 시간을 앞서서 몰아써보기로 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터특한 삶의 지혜 중 하나라면, 이렇게 치열하게 시간을 쓸 때서야 비로소 나는 미약하나마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치열함은 주기적으로 내 삶의 목표가 되곤 한다. 더 나은 사람이라면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 없이 한 두 번의 시행착오 만으로 치열함을 몸에 익힐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나로서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갱신이라도 ㅎ해줘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번엔 좋아하는 취미를 포기하는 대신 다시금 치열함을 택했다.


2010.02.16.pm 11:03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 댓글과 트랙백  (0) 2010.03.04
#2 오랜만에 우리집 리뉴얼  (2) 2010.02.26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8) 2009.10.19
일본으로 갑니다~  (5) 2009.10.14
블로그 자랑 3종세트!  (35) 2009.09.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