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 초기, 나는 무슨 글을 하나 포스팅 하게 되면 (주로 영화 리뷰였겠지만), 관련 된 글들을 검색으로 일일이 찾아 아주 심한 견해의 괴리를 보이는 글을 제외하고는 댓글과 트랙백을 남기는 작업을 매번 함께 진행했었다. 물론 일일이 댓글을 달고 트랙백을 거는 작업의 의도가 처음에는 별로 순수하지 못했다. 특히나 트랙백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진정으로 그 글을 이해하고 동의해서 (혹은 흥미로워서) 트랙백을 남긴 다기 보다는 그저 유입량이 많은 블로그의 글에 내 글을 엮어서, 내 블로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켜 볼까 하는 꼼수가 반영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보면 아마도 블로그를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이런 단계를 겪고 있는 이들은, '뭐야 내가 하고 있는 이 노력들이 겨우 꼼수란 말이야'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트랙백을 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자 가장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요즘도 아닌 최근도 아닌 제법 오랜 기간 전부터, 개인적으로 이런 활동을 너무도 소홀히 해왔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일단은 이웃 블로거 분들과 관심있는 글들을 읽는 횟수가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본다 하더라도 댓글이나 트랙백을 보내는 횟수가 정말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다른 분들이 쓴 좋은 글들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어보았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글을 업로드 하는 기능 외에는 별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바쁘다는 핑계가 동원될 수 있겠고, 아이폰과 함께 하는 모바일 라이프가 시작되면서부터 더더욱 겨우 읽는 것에 만족하는 패턴이 익숙해지게 되었는데, 어찌되었든 냉정하게 보았을 때 '할 수 없는 일'이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에 가깝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워서 금새 적응되어 버려 나중에는 고치려고 해도 '억지'라는 것을 동원하지 않으면 어렵게 되곤 한다. 요즘 나에겐 다른 이의 글을 겨우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내 블로그에 남긴 댓글 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답변을 못하는 경우마저 생겼다. 물론 어느 것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몇가지는 소홀해질 수 밖에는 없다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 블로그에 꼬박꼬박 관련 글을 트랙백으로 보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울컥울컥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부터 쿨한 설정으로 대한 블로그라면 상관없겠지만, 어쨋든 다정다감을 목표로 악플에도 웃으며 반응하려고 했던 블로그여서인지, 요즘 같이 댓글과 트랙백 기능을 거의 사용 못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남겨본다.


2010.03.04 pm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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