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Percy Jackson & The Olympians: The Lightning Thief, 2010)
소년 그리스 신화


몇몇 관객들이 '피터 잭슨과 번개 도둑'으로 오해하고 있는(ㅋ) 이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소년을 주인공으로, 현대판으로 그려낸 성장 판타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라면 '유치찬란'과 '아동취향'이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였었는데, 본래 아동취향에도 쉽게 동화되곤 하는 나로서는 큰 걱정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리포터'의 아류라는 평들과 손발이 너무 오그라든다는 의견들과는 달리(이런 식이라면 소년이 주인공인 모든 판타지는 해리포터의 아류가 된다. 이 작품은 해리포터 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포인트를 둔 작품이라 해야겠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과 의외로 볼만한 볼거리들로 장식된 괜찮은 판타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놓쳤다면 조금 실망할 뻔도 했다.



Fox 2000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퍼시 잭슨....>의 줄거리는 거의 따로 요약할 것 없이 그리스 신화의 기본 골격을 떠올려보면 그대로 적용이 가능할 정도다. 기본으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과 배경을 깔고 그 위에 소년의 판타지를 가미해, 다른 판타지 소설들이 그러하듯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로 풀어나간다. 따지고보면 <퍼시 잭슨...> 역시 무리하게 해리포터를 따라가려다가 큰 실수를 범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무리함이란 영화를 시리즈로 이끌어가려는 움직임을 이야기하는데, <퍼시 잭슨...>역시 시리즈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 무궁무진한 편이다. 이 작품 <번개 도둑>만 예로 들어봐도, 처음 퍼시 잭슨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캠프에 들어가게 되는 것만으로도 1편의 영화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2시간 짜리 영화라면 1시간 정도는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퍼시 잭슨의 이야기를 그리고, 천천히 이상한 조짐들을 푼 뒤 엄마가 납치되고 본인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을 하이라이트로 그려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크리스 콜럼버스는 이 이야기를 하나의 영화로 풀어내는대에 만족했고,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으로 재미있는 요소만 남긴 채 크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퍼시 잭슨...>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바로 이 깔끔함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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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무 빠른 진행으로 인해 이른바 말이 안되는 설정이나 소년의 감성에 기대다보니 살짝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만약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시리즈로 길게 늘여트리는 것과 현실감각), 단연 이 편이 더 나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이고 소년이 주인공이며 이런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 하나인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참고로 크리스 콜럼버스는 '해리포터 1,2'편의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의 또 하나 기막히는 장점은 놀라울 정도의 조연 배우들의 캐스팅이다. 과연 저런 배우들을 어떻게 다 한 작품에 (냉정하게 얘기해서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판타지 작품에) 캐스팅 할 수 있는지가 더욱 놀랍기만 했다. 오프닝 크래딧에 배우들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나열될 때마다 '와' '어, 또??' 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제우스 역의 숀 빈을 비롯해 메두사 역의 우마 서먼, 피어스 브로스넌, 캐서린 키너, 로자리오 도슨, 스티브 쿠건, 조 판톨리아노 등의 출연은 마치 인디 영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캐스팅으로서, 이런 기대하지 않았던 판타지 작품에서의 만남은 사실 의외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것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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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쩃든 크리스 콜럼버스의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은 단순히 '해리포터' 아류로 불리며 사그라들기엔 제법 매력있는 작품이다. 평소 이런 판타지 세계에 가감없이 빠져들고 리얼함을 강요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기까지 하다.


1. 여러 말이 안되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그 중 최고는 신들의 감각마저 무디게 하는 인간의 고약한 냄새가 아닐까 싶네요. 그렇게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주인공을 신들이 못찾는 이유가, 인간의 고약한 냄새 때문이라니 ㄷㄷ

2. 짧은 추가 장면이 있습니다. (나가다가 다 서서 보시던데, 이럴 땐 차라리 그냥 나갑시다들)

3. 코엑스 서태지 M관에서 보았는데 후반 하이라이트 장면을 비롯해 몇번 사운드가 들락날락 하더군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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