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는 그 장면 #6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언제부턴가 보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는 얘기를 할 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되어버린다는 얘기를 할 때 꼭 예로 드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였다.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보았을 때는 당연히 제이미 벨이 연기한 빌리에게 동화되어, 불우한 환경 속에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억눌린 한 소년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함께 웃고 울었었는데, 언제인가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된 '빌리 엘리어트'는 분명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처음 볼 때는 몰랐던 빌리 아버지의 현실이 와닿았기 때문이었는데, 아들을 위해 오랫동안 지켜온 신념을 꺽어야만 했던 그래서 동료들과 자신의 또 다른 아들에게마저 등을 돌릴 것을 각오해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이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려는 본래의 가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탄광촌에서 자라나 남자로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춤과 발레를 꿈꾸던 빌리가 아니라, 평생을 몸에 밴 신념과 가치관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던 빌리 아버지와 그의 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볼 땐 어려서인지 전혀 이들의 마음이 보이질 않았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결국 이 작품을 아버지를 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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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장면.
빌리의 아버지가 큰 결심을 하고 동료들을 배신하고서 빌리의 형에게 '우리는 끝이 났지만, 그래도 빌리에게는 길을 내어주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울부 짖으며 말하는 이 장면은, 정말로 말할 수 없이 눈물 겹다.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않고 이 장면을 바로 선택하여 보더라도 눈물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이 장면이 갖고 있는 그 삶의 무게는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동안 이 장면을 보고 마냥 울기만 했었다면, 이제는 이 장면을 보며 '가끔은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용기일 수 있다'라는 점을 되새기곤 한다. 

아...하지만 아버지와 빌리의 형이 서로를 꼭 움켜 안고 있는 저 등만 봐도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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