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e Young - So Sudden (EP)
깊은 멜랑꼴리의 늪
파스텔에서 발매하는 여성 뮤지션 앨범에는 어느 정도의 기대치와 만족감이 항상 함께 하는데, 희영 (Hee Young)'의 EP 'So Sudden'은 지난번 박준혁의 앨범이 예상 외였던 것 경우와는 또 다른, 기대보다 더 깊은 음악을 담고 있었다. 사실 희영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된 것은 이번 EP를 통해서가 처음이었는데, '브루클린에서한국으로 날아든'이라는 수식어가 예상케 하듯 기존의 국내 뮤지션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와 성격의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앨범 리뷰의 부제를 '깊은 멜랑꼴리의 늪'이라고 했을 만큼, 내게 있어 'So Sudden'은 한참 동안이나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이었다. 그 늪은 우울함, 멜랑꼴리, 서정성, 아련함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는 것이었는데, 짧은 EP임에도 거의 정규 앨범에 맘먹는 깊이라고나 할까. 사운드는 세련됬고 정서는 가슴을 파고든다.
이번 EP는 총 다섯 곡과 한국어로 다시 부른 두 곡 이렇게 총 7곡이 수록되었다. 도약하는 기운의 첫 곡 'Are You Still Waiting'은 박자 맞춰 깔리는 박수 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휘파람 소리처럼, 부담 없이 바람흐르듯 솔솔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심플하지만 사운드의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기도 하다. 이번 EP의 동명 타이틀 곡이기도 한 'So Sudden'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들으면 들을 수록 한 없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곡이다. 숨소리가 더해진 희영의 보컬의 매력이 한껏 도드라진 동시에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스트링까지 곁들여진 이 곡은 마치 데미안 라이스의 곡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정서를 얻을 수 있는 감정의 굴곡과 극적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한 코러스라인은 이 곡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이며, 후반부로 갈 수록 극적으로 흐르며 그 간절함이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구성은, 담담하고 매마른 듯한 희영의 보이스와 대조를 이루며 더 큰 감정의 흔들림을 이끌어 낸다.
한 동안 수 많은 다른 앨범들을 재치고 내 귀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희영의 'So Sudden'. 이런 멜랑꼴리의 늪이라면 언제든지 흠뻑 빠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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