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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리 앤 줄리아' 중)

위드블로그 바로알기 _ 블로그 리뷰, 지속 못할 이유가 없다

두서없이 시작하자면, 한 명의 블로거로서 그리고 위드블로그라는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최근 사회적으로까지 이슈가 되었던 한 파워블로거의 공동구매 사건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언론을 비롯해 평소 블로고스피어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모두 달려들어서 마치 이번 사건의 파워블로거와 모든 리뷰 블로거를 동일시하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을 보고는, 한 명의 블로거로서 그리고 위드블로그의 운영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억울한 심정으로 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단 '파워블로거'라는 일종의 브랜드에 대한 것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는 사실 블로거가 되고 나서, 그리고 어느 정도 독자가 생겨 여기저기서 연말에 순위에 들기도 하고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파워블로거'라고 불렀을 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그건 실제로 내 블로거가 일반적으로 '파워블로거'라고 불리우는 이들에 비해 영향력 측면에서 몹시도 부족했던 것은 물론이요, '파워'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과 거추장스러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른 분야는 몰라도 아마도 대부분은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을 블로그에까지 '파워'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에 대해 단순히 거부감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위드블로그 마이 페이지의 모습)

어쨋든 포털이 만들고 언론이 부추기고 블로거가 스스로 힘을 보탠 이 파워블로거라는 굴레는 (이 파워블로거라는 것은 분명히 어떠한 굴레 혹은 나선과도 같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할 수록 뒤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더 어려워만 지는 나선), 블로고스피어에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자 문화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요즘에도 새롭게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들을 매일매일 만나게 되는데, 그 가운데는 '언젠가는 파워블로거가 될거에요!' '파워블로거 되기!' 등 블로깅의 목표가 '파워블로거'가 되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 자체가 모두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미 팽배한 문화가, 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많이 앗아간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그 때만 해도 (그 때는 나도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했었다) 글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하루를 기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좀 더 차곡차곡 정리하고자 하는 이들이 주로 블로그라는 툴을 이용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컨텐츠는 인터넷 세상에 소중한 자료가 되었고, 방문자수가 많아진 블로그들은 점점 영향력을 갖게 되고 더 많은 곳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블로깅의 진정한 재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파워블로거가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수익도 올리며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도 좋지만, 블로깅이라는 것의 참 재미는 수익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컨텐츠 적인 측면의 것들이 아닐까. 이런 것들로 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블로거들은 쉽게 말해 돈맛을 보게 되더라도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장치를 갖을 가능성이 높지만, 애초부터 수익 위주의 파워블로거를 목표로 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를 이루었을 때 걷잡을 수 없이 휘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돈이 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물론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블로깅이 뭐가 어때서?라고 묻는 다면 할말이 없다는 것. 내 대답을 얘기하자면 뭐가 어떻다는 것보다는 그것 말고도 많은 재미가 있는 것이 블로깅인데, 너무 외적 요소에 몰두하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 안타까운 것이다. 제 3자가 이번 사건을 보고는 '아, 블로그는 모두 수익을 얻는 데에만 눈이 멀었구나' '블로깅의 대부분의 목적이 수익이나 공동구매로 인한 수수료 취득에 있구나'라고 오해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블로깅과 블로그의 미래와 가야할 길이 오로지 '파워블로거'인 것처럼 생태계를 조성한 모든 이들과 블로거 스스로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다)

두서없이 시작하다보니 본론에서 너무 '파워블로거'의 이야기로 벗어났는데,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제 3자의 오해를 미약하게나마 바로잡고,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꾸준히 자신만의 블로깅을 해오고 있던 대다수의 블로거들이 이번 일로 인해 장기적으로 피해를 받거나 기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야 (제품 제공을 받았을 경우) 리뷰를 작성할 때 제품 제공 사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대적으로 형성된 것을 보며 씁쓸한 마음과 뿌듯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왜냐하면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그 동안 리뷰 서비스나 대행사 (혹은 광고주로부터 직접)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 마치 본인이 직접 구매해서 한 것처럼 제공 여부를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고, 위드블로그의 경우 서비스를 처음 오픈할 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이 부분을 반드시 공지하도록 서비스 정책적으로 공지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기회를 통해 마치 그동안 아무도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인냥 새롭게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씁쓸함이 들었고, 전혀 블로고스피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세상에 나온 공정위의 정책도 여기에 한 몫 거들었다.



(공정위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 중 발췌. '후원 표시를 하는 순간 그 포스트는 '광고'로 분류됨' 이라는 말이 아쉽다. '후원'이라는 '도와주고, 지지한다는'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본다면 저렇게 간단하게 정리할 수는 없을 터)

이번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광고주로부터 무엇인가를 제공받아 쓰는 추천글의 경우 무조건 '광고'라고 단순히 규정짓고 있다.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광고로 규정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 동안 위드블로그를 운영해왔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몹시도 아쉬울 수 밖에는 없다. 일단 첫 째로, 위드블로그를 통해 제공되는 리뷰는 일방적인 '추천글'이 아니다. 이러이러해서 이 정도의 리워드를 제공할 테니 이런 식으로 써주셔야만 합니다 라기 보다는, 최대한 리뷰어 선정시 다양한 경험과 솔직한 체험을 통한 리뷰가 나올 수 있도록 꼼꼼하게 선정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추천글' 이상의 리뷰 컨텐츠를 만들려고 애써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광고주로부터 물건을 무상으로 제공받거나, 음식점으로 부터 식사를 무료로 제공받거나 할 경우 리뷰어 스스로가 '잘 써주어야 겠다' 라는 생각을 태생적으로 받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런 부분에 은근히 기대기보다는 최대한 자유로움을 제공하려고 무던히 노력해왔다고도 말하고 싶다.

두 번째로 가장 아쉬운 점은 단순히 '광고'로 규정지어버린 점이다. 표면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일정의 사례금을 제공받고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이나,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는 광고로 보일 수 있겠고, 실제로 광고인 경우도 많지만, 그 동안 이 서비스를 운영하며 가졌던 철학은 '광고'에 적합한 대행툴을 만들겠다는 것보다도 '진심으로' 광고주와 블로거 사이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좋은 서포트 관계를 만들어가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했었다. 즉, 단순히 블로거를 광고주의 광고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 제품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서비스든, 영화든, 음반이든... 관심있어 하고 지원을 받지 않아도 포스팅을 하고자하는 의지가 충분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기회를 제공하여 서포트 하는 개념의 상생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미약하지만 계속 한 발씩 성장하고 있기도 했었기에 '무상 제공 = 광고'라는 공식은 아쉬움과 더불어 허탈함이 느껴질 수 밖에는 없는 점이었다.



(위드블로그 혼자해서는 의미가 없다. 대승적으로 생태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포스팅을 주로 해오던 영화 블로거에게 시사회 초대의 기회를 주고, 음식점 리뷰를 주로 하던 맛집 블로거에게 무료 식사 초대를 하고, 평소 IT제품을 꼼꼼히 써보고 포스팅하던 얼리어답터에게 무상으로 제품을 먼저 제공하고, 서평을 꾸준히 작성해오던 블로거에게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모든 포스팅에 당연히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과연, 단순히 '광고'라는 개념으로 모두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광고의 개념이 전혀 없는 관계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여기에는 서포트와 그로 인한 건강한 마케팅 효과라는 조금 다른 개념의 측면이 더 많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계속해왔던 이런 식의 블로그 리뷰라면 지속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이런 방식을 대승적으로 더 장려하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이번 '위드블로그 바로알기 캠페인 2탄 - 위드블로그 배너를 달아주세요'에 참여해주신 블로거분들의 리뷰들을 읽어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캠페인에 참여해주신 블로거분들의 글 보러 가기
http://withblog.net/campaign/1314/post


어떤 분은 짧게, 어떤 분은 길게 각자 자신만의 느낌을 정리해 주셨는데 읽으며 뿌듯한 글도 있었고, 설명할 기회가 부족했구나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도 있었으며, 다른 시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글도 있었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 (혹은 상품)를 가지고 각기 다른 의견과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블로그 리뷰가 아닐까. 혹자는 위드블로그에서 생산되는 글들이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의 리뷰에 비해 조금은 아마추어틱하다는 의견들을 주시기도 했는데, 나는 그래서 더 이 리뷰들이 좋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정성을 가지고 이런 리뷰와 블로거, 블로그를 발굴하기 위해 서비스적으로 '위드블로그'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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