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t Chili Peppers - I'm With You (2011)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새앨범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수 많은 밴드가 내 훼이보릿 리스트를 거쳐갔지만 그 가운데 RHCP와 몇몇 밴드 만이 10년 넘게 잊혀질 줄 모르고 가장 뜨거운 곳에서 항상 나를 기다리는데, RHCP는 그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밴드다. 그 가운데서도 밴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존 프루시안테 (John Frusciante)는 레닷을 떠나서도 완전 사랑할 정도로 (그의 솔로 앨범들을 국내, 아마존, 일본 등을 통해 어렵사리 수집하는 과정 속에 사랑은 더욱 싹 텃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Stadium Arcadium' 앨범 이후 오래 기다렸던 새 앨범이 드디어 나온다는 소식에도 뛸 듯 기뻐하기 보다는 충격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바로 프루시안테 때문이었다. 아니 얼마나 기다렸던 레닷의 신보였는데 프루시안테가 없다니! 존 프루시안테 없는 레닷이라니! 솔직히 선뜻 인정이 되지 않는 소식이었다.
그런 충격을 잠시 잊게 되었을 때 쯤 내 손에는 어느새 'I'm with you'가 들려있었다.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커다란 진화의 움직임은 없으나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음악이며 프루시안테의 공백이 생각보다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음악이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는' 이다).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레닷 만의 사운드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색깔이 여전하며, 리듬과 속도, 멜로디컬함과 어쿠스틱부터 펑키함까지. 그들의 이전 앨범들이 담고 있던 그들의 다양한 색깔을 이번 앨범에서 역시 한 발 나아간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오랜 팬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전체적으로 모두 한 발 더 나아간 성숙한 느낌은 있지만, 강력한 한 방이나 발랄함은 조금 약해진 듯 하다. 30년 가까이 활동한 밴드만이 갖을 수 있는 사운드의 퀄리티는 대단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BSSM'나 'Califonication' 때 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완전히 레닷 만의 재기 발랄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에 있어서 그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던 상당 부분을 성숙함과 노련함이 차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런 경향은 'By the way' 앨범부터 조금씩 시작되기도 했고.
플리의 베이스라인은 더욱 멜로디컬해졌고, 채드의 드럼은 여전히 얇게 채로 썬 듯 치밀한 섬세함을 담고 있으며, 앤서니의 보컬에서는 아직 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더 빠른 곡의 소화도 가능해보인다.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 (Josh Klinghoffer)의 기타는 확실히 레닷의 세션 기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우려보다는 훨씬 잘 밴드에 녹아들고 있다. 특별히 존 프루시안테의 사운드를 기억하는 이가 아니라면 기타리스트가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좋던 나쁘던 조시 클링호퍼는 자연스럽게 칠리 페퍼스의 일원이 되었다 (얼핏보면 생긴 것도 프루시안테와 비슷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처럼 존 프루시안테를 레닷보다도 더 좋아하는 이에게는 확연한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단 기타 외적인 면에서 보자면 앤서니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프루시안테만의 매력적인 가성 코러스의 빈자리가 전체적인 사운드측면에서 간절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을 보자면 프루시안테의 코러스가 하나 같이 매력을 발하는 곡들이었다는 것을 그가 없는 이번 앨범을 들으며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코러스는 간간히 들을 수 있지만 프루시안테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하다.
존 프루시안테의 열혈 팬 입장에서 그가 떠난 레닷의 새 앨범이라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더 좋을 수 있었는데'하는 식의 평가이다. 여전히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이며,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사랑을 확인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프루시안테와 레닷이 서로 원수지고 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그들의 재결합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막 밴드에 합류한 조시 클링호퍼에게는 미안하지만, 존 프루시안테가 다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에서 기타 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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