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춤 (Dancing Cat, 2011)

비로소 바라보게 된 고양이의 삶



개봉 전 부터 애묘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을 드디어 보았다. 참고로 나는 현재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고 그저 몇 년 전에 키웠던 우리 고양이 '일루'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정도지만, 그 이후로도 여러 관심사의 첫 번째 손가락으로 자주 '고양이'를 꼽게 되어버린 또 한 명의 고양이 가족이랄까. 그러다보니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도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명랑하라 고양이' 두 권 모두 이미 인상 깊게 읽었던 것은 물론인데, 이와 관련하여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인디스토리 영화라는 점도 한 몫을!). 그렇게 보게 된 '고양이 춤'은 제목 그대로 밝고 행복한 영화였다.



ⓒ 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사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미 원작인 책을 모두 읽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 부분 책의 내용과 동일한 내용 그리고 영상(사진)으로 구성된 작품에 조금은 중복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그 동안 길고양이나 반려동물 혹은 유기동물들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나 영화에 빗대어 보았을 때, 죽음, 사고, 고발 등의 자극적이고 영화적인 요소가 부족해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느꼈던 생각은 '그래 좋긴 한데 난 이미 책을 읽었던 터라 크게 새롭지는 않구나' 라는 정도였는데, 리뷰를 쓰려고 생각을 조금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약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이렇게 가슴 졸이며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라는 말 대신 거의 대부분이 '도둑 고양이'라는 말로 고양이들을 부르곤 했었다. 하지만 요새는 정말 부정적인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길고양이'라는 말로 거리의 고양이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도둑 고양이'라는 단어가 전해주듯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기만 하는 것으로 인식을 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인간들에 의해서 오히려 많은 불편을 겪고 버림 받는 등의 사연들과 함께, 인간이 더욱 보듬어야할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도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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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영화 속 내용만 봐도 아직도 이 도시와 인간들이 사는 세상 속 고양이의 삶은, 내리는 비조차 쉽게 피할 곳 없고, 어린 새끼들을 마음껏 키우기도 매우 열악한 곳 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 춤'이 담고 있는 분위기는 이런 과정 속에서도 작은 희망과 행복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달리 얘기하자면 자의든 타의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길고양이의 삶을 이렇듯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조금이나마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거나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그냥 멀찍이서 묘생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는 성숙함을 배우게 되었달까? 이런 일종의 여유로운 시선을 갖게 되고나서야 비로소 묘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시선을 이 작품 '고양이 춤'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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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가 사는 홍대근처 집 앞에도 정말 길고양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저도 가끔 타이밍이 맡으면 소세지 같은 거 사다가 주고 멀찍이서 잘 먹나 보기도 하고, 아니면 부담될 까봐 그냥 안녕 하고 돌아오기도 하죠. 제가 길고양이를 만나는 방식은 이래요. 고양이들한테 스트레스나 부담주지 않고 그냥 멀리서 바라봐 주는거죠.


2. 1시간 넘게 고양이 얘기를 보다보니 역시나 예전 키웠던 우리 '일루'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정말 저랑 우여곡절이 많았던 녀석이었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입양을 보냈으나 그 분과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은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ㅠ 일루야~ ㅠㅠ



보고 싶구나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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