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

보이지 않던 반대편의 50%에 대해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50/50'를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정말 그 뿐이었다. 이 영화가 암으로 인해 생존확률 50%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도,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이자 세스 로건의 실제 친구이기도 한 윌 라이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으니. 죽음을 앞두거나 직면한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갖는다. 어느 덧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 일탈이나 커다란 혼란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 혹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약한 속으로는 공포와 슬픔을 겪는 이야기일텐데, 이 영화 '50/50'는 굳이 비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에 코미디적 요소까지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부분 '코미디'로 분류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개인사가 얽혀있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이유인지 그다지 코미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죽음을 직면한 친구 곁에 코믹한 친구가 있을 뿐, 영화의 근본과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50/50'은 죽음을 직면한 한 남자(반대로 얘기하자면 삶을 직면하게 된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친구들이 이를 함께 겪어가는 내용을 비교적 무겁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 Mandate Pictures . All rights reserved


극중 애덤 (조셉 고든 레빗)이 암 선고를 받은 뒤 겪게 되는 과정들은 앞서 말했듯 결코 특별하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그럴리 없다고 인정하지 못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나서는 자신은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하지만, 어느덧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는 (불안해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도 아무렇지 않다고 믿고 싶었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아무렇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순간도 역시 등장한다. 이렇듯 별로 새로울 것은 없는 전형적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50/50'에서 조셉 고든 레빗이 연기한 애덤에게는 이러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가지 복잡한 심리상태와 자주 표현되거나 혹은 숨기고 싶어하는 감정들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바로 이러한 진정성있는 심리 상태가 느껴졌다. 전형적이되 애덤의 이야기가 '뭐, 영화니까'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실화라는 것과는 무관하게) JGL의 눈빛과 표정 하나 하나는 그럴 수 있다는, 더 나아가 '그래, 맞아'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로 인해 '50/50'은 설사 전형적인 틀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 영화라 하더라도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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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시선은 바로 애덤 주변 인물들의 묘사다. 연인, 친구, 가족, 상담사 등 애덤이 암에 걸리기 전 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과 이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와 변화에 대해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일단 친구인 카일(세스 로건)에 있어서는 세스 로건 스스로가 실제 그 인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둔 채 묘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친구인 카일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덤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적극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묘사한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즉, 애덤의 불안함 만큼이나 걱정과 슬픔을 겪는 주변인들의 비중을 대등할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 내면의 이야기를 매우 미미하게 가져갔음에도 이 영화가 죽음을 직면하게 된 애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애덤과 그 주변이 함께 겪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이야 말로 '50/50'의 가장 큰 매력이자 영민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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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50/50'은 죽음을 맞닥들이게 된 주인공 애덤의 심리를 진정성있게 묘사하는 동시에(50), 애덤의 친구와 가족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역시 진정성있고 의연하게 그리고 있는(50) 작품이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50%의 희망과 이로 인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관계 속 반대편의 50%를 볼 수 있게 해준, 새롭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1. 브라이드 달라스 하워드는 이 영화에서 마치 썸머 처럼 나오더군요. 아, 썸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렇게 조셉 고든 레빗이 멀쩡하게 나오는 영화에서 썸머가 곁에 없으니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더군요 ㅎ


2. 삽입된 곡들의 센스가 다 좋았어요.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는 이 영화에서도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3. 안나 캔드릭은 전작 '인 디 에어'와 비슷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초년생 이미지가 굳어지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ㅎ


4. 아주 소소한 얘기로, 극중 애덤에게 전화가 걸려오는데 아이폰 기본 벨소리의 익숙한 멜로디 하나 때문에 급 공감대가 형성되더군요 ㅋㅋ JGL과 나도 같은 시대를 살고있다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정도였어요 ㅋ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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