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와 리타 (Chico & Rita, 2010)
세월을 흐르는 쿠바음악의 선율
'치코와 리타 (Chico & Rita, 2010)'는 관능적인 동시에 쿠바 음악의 한 시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에디트 피아프의 일생을 다룬 '라비앙 로즈'와 같은 뮤지션의 전기영화였다. '치코와 리타'를 누군 가의 전기영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라비앙 로즈'가 그랬던 것처럼 오랜 세월을 흐르며 계속되는 사랑과 음악의 이야기는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러브 스토리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치코와 리타'는 매우 전형적이고 오랜 세월을 짧은 러닝 타임 내에 담고 있기에 관객이 공감대를 얻기 힘든 속도로 진행되며, 그 러브 스토리의 마지막은 감동보다는 살짝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기도 하다 (다른 부분으로 보완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마지막이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치코와 리타'에는 이 러브 스토리를 시종일관 감싸고 있는 음악이 있다. 쿠바 음악 특유의 리듬과 애환이 담긴 멜로디는 영화 속 치코와 리타의 곡절 많은 세월을 쉬지 않고 지켜본다.
ⓒ Isle of Man Film. All rights reserved
'치코와 리타'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었지만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인데, 애니메이션의 기법 측면에서 디테일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쿠바 하바나의 거리 풍경이나 인물들의 움직임들에 있어서 실사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정도로 사실적인 느낌이드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인지 시종일관, 만약 이 영화를 실사영화로 만들었으면 또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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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코와 리타'가 이처럼 전형적이다 못해 조금은 너무하다고까지 느낄 수 있는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음에도 나름의 매력을 갖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음악,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음악은 쿠바 음악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중의 한명인 베보 발데스가 맡았는데, 감독은 이 영화를 베보에게 헌정하고 있는 것처럼 '치코와 리타'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베보 발데스와 연결지을 수 있는 점들이 많은 작품일 듯 하다. 영화 초반 쿠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악들과 이후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지는 재즈 선율들 모두, 이 당시의 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또 다른 흥미거리로 다가온다. 지명이나 공연장, 뮤지션들의 이름들은 대부분 실명으로 등장하기 때문인데, 불쑥불쑥 등장하는 전설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치코와 리타'는 두 사람의 남녀 주인공을 내세워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1940~50년대 활동하던 쿠바 뮤지션들과 음악에 대해 헌정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이후 재평가되기까지 음악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바치는,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얼마나 가깝게 음악이 존재하고 있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집 안 CD장에서 쿠바 뮤지션의 앨범 한 장을 꺼내듣게 되는 바로 그런 영화였다.
1. 리타가 뉴욕으로 가서 스타가 되었을 때 스캔들이 나는 장면에서 한 남자와 차에 동승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짧게 나왔지만 옆에 탄 남자는 마론 브란도 같더군요 ㅎ
2. 무려 30곡이나 수록된 사운드트랙이 국내에도 지난해 5월 발매가 되었었군요!
http://hyangmusic.com/View.php?cate_code=WOST&code=3768&album_mode=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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