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워 Z (World War Z, 2013)
진정성 있는 재난 영화
그냥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정도로만 알고 보게 된 '월드 워 Z'는 일단 좀비 영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네버랜드를 찾아서' 등을 연출한 마크 포스터의 작품이기도 했다. 정말 큰 기대 없이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월드 워 Z'는 흔한 재난 영화들 사이에서도 제법 괜찮은 진정성을 담은 영화였다. 그리고 거기에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는, 자신이 배우로서 갖고 있는 아우라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었다.
ⓒ Plan B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좀비 영화라기 보단 재난 영화에 속할 것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한 가족이 대 재난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이고, 그 재난의 종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화 이기 때문이다. 물론 좀비라는 특성이 아주 활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장면은 그 특성으로 인해 가능한 장면들도 있었을 만큼), 좀비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내러티브였기에 오히려 이 영화는 좀 더 집중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를 다시 보며 재난 영화로서의 성격을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는데, '월드 워 Z' 역시 일반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재난을 다루는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누군가 얘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롤렌드 애머리히의 영화들 보다는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좀비, 액션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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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좋았던 건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제리 레인의 한계였다. 보통 이런 재난 블록버스터의 경우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최고의 액션 영웅이던 주인공이 재난으로 인해 다시 호출되어 어쩔 수 없이(?) 재난을 모두 돌파하는 내용인데, 결과로만 보자면 이 영화 속 제리 레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액션의 측면에서 한정적인 능력으로 그려진 것이 더 현실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다 보니 액션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좀 줄었고, 가족의 이야기가 더 전면에 나서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 영화가 다른 재난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만약 제리 레인이 람보나 제이슨 본처럼 엄청난 액션 영웅이라 좀비들을 격퇴하는 모습과 여기에 앞장서는 것으로 그려졌다면 아마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특수부대와 제리 레인이 함께 등장할 때를 보면 제리의 역할은 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이후 혼자 좀비들과 상대하게 되었을 때도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전개 방식이라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 것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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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런 방식의 엔딩을 좋아하기도 한데 (많은 분들이 엔딩 때문에 싫어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비전은 정확히 거기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즉 과한 욕심을 부려서 그 이후의 해결에 관한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영화는 딱 제리 레인 가족의 이야기 해결에서 멈춘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전 지구적 재앙의 시작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제리의 가족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더 큰 진정성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연을 맡은 브래드 피트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즉, 대 재앙과 맞서는 더 큰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단 한 가족의 작은 이야기를 더 와 닿게 묘사해야 하는 기능을,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의 진정성과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 워 Z'는 브래드 피트의 필모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반대로 브래드 피트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작품이 가능했을까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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