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폭력적인 글 쓰지 않기



우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 받는 표현들 가운데는 상당히 폭력적인 내용들이 많다. 글의 의도 자체가 누군 가에게 폭력을 가하기 위해서 쓰여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너무 익숙해 버려서 쓰는 이조차 이 표현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게 된 경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전쟁이나 재난과 관련된 폭력적인 단어들을 우리는 은연중에 너무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언론은 물론 개인이 글을 쓸 때에도 더 더 자극적인 표현을 우선시하다 보니 이런 풍조가 자연스럽게 생겨버렸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전쟁과 폭력에 물든 표현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주 경미한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슨 무슨 사단, 무슨 무슨 군단 같은 군사 용어로 시작하여, 핵폭탄, 융단 폭격, 포화를 퍼붓다, 확인 사살 등 직접적인 전쟁과 관련된 용어들은 물론, 쓰나미 같은 재난 용어 역시 일상 속에서 자주 목격된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전 국민이 거대한 군사 작전 중에 있는 것 마냥,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폭력적인 표현들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표현들을 별다른 생각 없이 자주 사용했었고, 특히 무언가 헤드라인을 뽑아 낸다 거나, 더 자극적인 표현을 필요로 할 때는 자연스럽게 이런 폭력적인 표현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한 별 의미 없이 그냥 재미나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이렇게 글을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이유로는 실제 전쟁이나 폭력에 피해를 받았던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이들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 작은 표현과 단어 하나 때문에도 그 끔찍했던 순간을 고통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쓰나미'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아주 쉽게 무언가 대규모를 표현해야 할 때 쓰나미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쓰나미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규모의 의미 뿐만 아니라 그 규모가 앗아간 고통과 피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 않은가. 과연 쓰나미를 겪은 이들이 '아, 진짜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네'라는 표현에 '하하하'라고 웃을 수 있을까.


이건 단순한 예다. 그리고 매우 구체적인 예다. 모든 표현을 쓸 때 마다 이 단어가 누군 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고민해 보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글 쓰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에게 폭력에 가까운 행위가 될지도 모르니).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알 만한 전쟁, 재난, 폭력과 관련된 표현을, 굳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 글에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언급한 것처럼 그런 의도를 가졌을 때는 예외의 경우겠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굳이 더 자극적으로 쓰려고 혹은 그냥 그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쓸 때 이 부분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좀 더 염두에 두면 좋겠다. 대단한 글 쓰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글을 쓰는 한 사람 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의 글과 말이 얼마나 많은 폭력성을 담고 있는 지를 돌아보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나부터 더 노력해야지.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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