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피스 (Short Peace, 2013)

전통과 미래가 만난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와 '스팀보이'를 연출한 오오토모 카츠히로를 중심으로, 모리모토 코지, 모리타 슈헤이 등이 참여한 옴니버스 단편 애니메이션 '쇼트피스 (Short Peace, 2013)'는 일본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오히려 4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각 감독 마다의 색깔과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추세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 ㈜도키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1. 구십구 


폭풍우가 치던 밤, 한 나그네가 비를 비해 밤을 보내기 위해 우연히 들어간 작고 오래된 사당에서 벌어지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이 작품은 '쇼트피스' 전체의 짧은 오프닝 영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대극과 SF의 묘한 결합을 한 번 더 발전시키고 있는 작품이었다. 캐릭터는 물론 배경과 색까지 온통 일본 전통의 색과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여기에 SF적인 상상력을 더해 마치 '애니 매트릭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작화의 경우 손으로 그린 느낌이라기 보다는 컴퓨터로 만들어진, 아니 게임 속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단편이라는 구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인 동시에, 화려한 색과 단순한 아이디어가 빛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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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요진


'쇼트피스'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마지막 작품인 '무기여 잘있거라'까지 포함하여) 상당히 일본적이고 전통의 느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작품 '화요진'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여기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화면의 구성 자체가 마치 일본의 오래된 전통 그림을 보는 듯한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쇼트의 전환이나 카메라의 이동 역시 이 구도를 해치치 않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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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보


세 번째 작품인 '감보'는 아주 전통적인 색체와 약간의 SF적인 요소가 결합된 묘한 작품이었다. 전통 설화에나 나올 법한 괴물의 존재와 백곰으로 표현되는 샤머니즘 적인 요소, 그리고 이것들이 SF적으로 결합된 설정까지. '쇼트피스'에 수록된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고 조금은 잔인한 표현을 담고 있다. '감보'도 그렇지만 첫 번째 '구십구'를 제외하면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시작과 끝이 확실히 진행된다기 보다는, 마치 장편의 한 부분을 잘라 꺼내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단편을 보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 (특히 이전)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이 작품 '감보'와 다음 작품 '무기여 잘있거라'의 경우 이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장편으로도 꼭 한 번 보고 싶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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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기여 잘있거라


세 편의 시대극이 끝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단편이 시작된다.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부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무기여 잘있거라'는 밀리터리 적인 요소로 일단 흥미를 끈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밀도가 높은 메카닉과 설정들이 흥미로운데,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차형 무인 병기와 벌이는 전투 장면은 SF영화의 한 시퀀스를 보는 듯 하다. 무기여 잘있거라' 역시 시대와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앞선 세 편과 전반적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묵시록적인 분위기와 일본의 현실 혹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배경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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