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공단 (Factory Complex, 2014)

자본주의의 유령을 쫓다



위로'공단'이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 (Factory Complex, 2014)'은 '그 많던 구로공단의 여공들은 다 어디 갔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영화는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실제 당사자인 여공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대우와 그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들려줄 때까지만 해도 보통의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들과 그렇듯이, 이 사건을 통해 피해를 받거나 고통 받은 이들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를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기업과 근로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은 단지 몇 몇 노동과 관련 된 사건에 포인트를 둔 작품이 아니었다. '위로공단'이 꺼내 든 노동에 관한 이야기는 동일방직 사건에 대한 이야기 이후 YH무역 농성사건, 구로동맹파업에 이어 비교적 최근 문제였던 기륭전자 사태까지 다루는 것은 물론, 2014년 캄보디아에서 벌어졌던 노동자들의 유혈사태까지 이야기를 확장 한 뒤, 비교적 매우 밀접한 노동 문제였던 대형마트, 스튜어디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에 관한 이야기까지 포괄하는 광범위의 노동 아니, 자본주의의 근간에 대해 묻는 문제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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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위로공단'의 구조는 여러 가지 노동과 관련된 사건들과 그 당사자들의 인터뷰들을 늘어놓는 방식이다. 늘어 놓았다는 건, 이 다른 사건들 간의 연결 고리를 영화가 굳이 직접적으로 맺으려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임흥순 감독은 이 영화적 연결 고리를 만들지 않는 대신, 별도의 연기자가 연기한 인서트 컷들을 추가시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임흥순 감독은 영화 감독인 동시에 미술가이기에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미술가적 연출이 돋보인 구성이었는데, 만약 이 연결 고리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한 편의 영화라기 보다는 노동에 관한 다큐멘터리 혹은 자료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가감없는 인터뷰를 담아내면서 (여기서 가감이 없다는 건 감독이 일부러 끔찍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내용만 담거나 혹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등 일방적인 경향의 인터뷰로 영화의 성격을 규정 짓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전반적으로는 다른 가공의 컷들을 통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 고발 다큐가 진실을 알리고 행동하기를 권하는 것과는 달리, 쉽게 답할 수 없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한 번쯤은 꼭 고민해 보도록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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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공단'이 던진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던 건 결코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가치는 언제부터 이토록 타락했나?'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한 행위 이상을 노동에서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목적 외에 노동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등 단순히 권력을 쥔 회사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탄압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계가 분명할 수 밖에는 없는 노동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질문에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최근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한 뒤 오랜 시간 다닌 소중한 직장을 관두는 개인적 일이 있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노동의 순수한 가치를 믿고자 하는 입장에서, 결국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노동 외에는 가치를 찾는 것에 실패 했기 때문에, 견디고 견디는 것을 반복하다가 결국 이 같은 선택을 한 최근이었다. 현실적인 질문으로 돌아갔을 때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으로 회사를 다니고 노동을 하는 것이 결코 잘못되었거나 불순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사실상의 유일한 목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사회라면, 결국 이 영화 속에 등장한 여러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은 또 다시 반복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도 스스로가 내린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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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영화 내내 떠도는 유령 같은 두 소녀의 이미지는 희망스럽기 보다는 공포스럽게 또 애처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쩌면 유령처럼 떠돌 수 밖에는 없는 삶 속에 놓여 버린 것은 아닐까. 일한다는 것에서 돈을 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까.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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