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4 (The Fantastic Four, 2015)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 것인가
마블의 영화들이 하나 둘 씩 성공하고 '어벤져스'로 대변되는 유니버스의 구조가 대중화 되면서,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거나 오래 전에 영화화 되었던 작품들이 다시 리부트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게 되었는데, '판타스틱 4' 역시 새로운 감독과 배우들로 리부트 되었다. '판타스틱 4'는 팀 스토리가 연출을 맡아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판타스틱 4'와 '실버서퍼의 위협'을 내놓았는데, 제시카 알바, 크리스 에반스 (이 때만 해도 크리스 에반스는 그리 주목 받지 못했었다) 등이 주연을 맡아 속편까지 나오긴 했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타스틱 4'의 리부트는 기대될 수 밖에는 없는 프로젝트였는데, 일단 연출을 맡은 이가 '크로니클'을 연출한 조쉬 트랭크라는 점이 첫 번째였고 최근 핫 한 케이트 마라, 마일즈 밀러, 마이클 B.조던, 제이미 벨 등이 새롭게 팀을 이룬다는 점이 두 번째 포인트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관람 전 시사회나 여러 평가들은 하나 같이 좋지 않은 평들 뿐이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인가' 하는 아쉬움을 미리 갖게 했었다. 워낙 기대치를 낮춘 탓인지는 몰라도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로 최악인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론이 바뀔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 20th Fox. All rights reserved
일단 리부트 답게 새롭게 정한 작품의 방향성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설령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지루해 할 확률이 높다해도)히어로 물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히어로가 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조쉬 트랭크의 '판타스틱 4'는 거의 대부분의 분량을 여기에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4명의 젊은 남녀가 어떻게 판타스틱 4가 되었는 지를 주목한다. 홀로 영웅인 다른 영화들 과는 달리 4명이 팀으로 존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히스토리는 길지 않지만, 네 명이서 (혹은 세 명)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이 평소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어떤 갈등이나 관계에 있었는 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하려 한다. 이 부분은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히어로 물이라면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이야기인 동시에, 처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면 화려한 액션 연출 보다도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크로니클'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질 정도로 나쁘지 않은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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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건 이들이 사고로 인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후, 그 능력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과 주변의 시선에 대한 묘사였다. 역시 히어로 물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이자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특수 능력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저주에 가까운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부분일텐데, '판타스틱 4'는 상대적으로 이 능력을 치료해야 하는 것의 측면으로 바라보면서 조금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과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
아주 짜임새 있거나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방향성 측면에서는 옳았고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던 이 전반부의 내용은 아쉽지만 단 한 순간에 허무하게 깨져버리고 만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감을 느낄 때 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영화는 너무 갑자기 마치 극 중 차원 이동처럼 엄청난 거리를 점프하여 '자, 이제 우리는 판타스틱 4야!'라고 선언해 버렸고, 여기에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끌고 올 때까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던 캐릭터들이 너무 한 순간에 약속이나 한 듯이 하나가 되기로 한 점은, 납득이 안된다기 보다도 중간에 장면이 삭제되었나? 싶을 정도였다. 혹여 대중적으로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리부트 답게 캐릭터들의 생성 과정에 대한 성격과 납득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생각보다 별로 볼거리가 없었던 작품에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잘 나가다가 스스로 한 번에 포기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치 영화가 중간에 끝난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 수 밖에는 없었다. 실제로 '어? 여기서 끝이야?' 싶을 정도로 이 영화가 선택한 클라이맥스는 중간 정도의 임팩트 밖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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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트랭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처음 이 리부트가 결정되면서부터 한 편이 아닌 시리즈의 연속성을 스튜디오는 고려했을 텐데, 그것이 감독에겐 이도저도 아닌 독이 된 듯 했다. 캐릭터의 탄생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이뤄내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 같은 화려한 볼거리도 사실 보여주지 못한 채 너무 영화 스스로 '우린 1편 입니다. 자, 이제 속편을 기대하세요'라고 처음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과연 속편은 계속 될 수 있을까?
1. 케이트 마라도 그렇고, 마일즈 텔러도 그렇고 배우들이 좋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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