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ork _ Volta
 
 
1. Earth Intruders 
2. Wanderlust 
3. The Dull Flame Of Desire 
4. Innocence 
5. I See Who You Are 
6. Vertebrae By Vertebrae 
7. Pneumonia 
8. Hope 
9. Declare Independence 
10. My Juvenile
 
혁신적인 비트(Beats)로 돌아온 그녀.

지난 2005년,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그녀의 남편이기도 한 메튜 바니(Matthew Barney)가 연출한 작품
 ‘Drawing Restraint 9’의 동명 타이틀 사운드트랙 앨범을 낸 뒤, 한 동안 소식이 없었던
뷔욕(Bjork)의 신작 [Volta]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발표’보다는 ‘공개’가 더욱 어울릴 만큼
그녀의 앨범들은 매번 음악의 좋고 나쁨, 성공 여부를 떠나서 팬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이번 앨범 역시 아카펠라로만 이루어졌던 전작 [Medulla]와, 앞서 언급했던
사운드트랙이자 뷔욕의 골수 팬들에게조차 순간 멈칫하게 만들었던 앨범 [Drawing Restraint 9]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새 앨범이라,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음악, 어떤 소리를 가지고 돌아올까
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새 앨범 [Volta]는 가깝게는 [Drawing Restraint 9]부터 멀게는
 [Vespertine]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 위주의 앨범으로 대중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 가 했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뷔욕 팬들이 그녀에게 원하는 요소가
분명히 담긴 비교적 대중적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뷔욕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현(絃)과 비트(Beats)였다. 완전히 실험적인 것만
같았던 비트 속에서도 그녀는 일종의 패턴과 더불어 현악기를 배경으로 서정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으며,
그것이 신비로운 이미지와 맞물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시작했었다.
전작 [Post]와 [Homogenic]은 지금까지 그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동시에 가장 성공했던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서정적인 현의 사운드보다는 인간의 목소리, 미지의 소리, 알려지지 않은 악기들 등
‘소리’자체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발표된 앨범들에서는 실험적인 면이 더욱 강조되어
무언가 새로운 사운드를 접하게 되는 경험은 되었지만 [Post]와 [Homogenic]에서 느꼈던 감동은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앨범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뷔욕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초반 트랙들을 듣다 보면
절로 [Post]와 [Homogenic] 앨범을 떠올리게 될 정도로, 그녀치곤 대중적(?)인 멜로디와 비트,
그리고 최근 앨범에서는 들려주지 않았던 내 지르는 특유의 보컬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새 앨범을 통해 팝 씬에서 쉽게 소화하기 힘든
선구적인 비트를 정상에 올리는데 성공한 팀발랜드 (Timbaland)가 뷔욕과의 공동 프로듀스 작업을 통해
더 혁신적인 비트를 선사하고 있고, 역시 한 차원 다른 비트를 선보이는 마크 벨(Mark Bell) 역시
이 앨범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뷔욕과 팀발랜드,
마크 벨과의 공동 작업은 더 실험적이고 모호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실험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요소를 함께 품고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냄으로써,
그녀 나름대로 대중적인 기대와 자신의 실험적 욕구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첫 번째 싱글이자 첫 번째 트랙인 ‘Earth Intruders’는 팀발랜드가 프로듀서를 맡아
비트를 선사하고 있는데, 첫 번째 싱글인 만큼 이번 앨범을 통틀어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 적인 요소와 이른 바 훅(Hook)이 확실한 곡이다.
아프리카 토속 춤이 연상되는 비트와 더불어 특히 ‘Bachelorette’를 연상시키는 뷔욕의 보컬은
아마도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순간일 것이다.
두 번째 곡인 ‘Wanderlust’는 [Vespertine] 앨범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비트로, 사소한 소음들이나
노이즈를 이용하여 구간을 잘게 끊어 가는 마크 벨의 비트와 역시 갈라지듯 노래하는
뷔욕 특유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The Dull Flame of Desire’에서는
앤토니 앤 더 존슨스(Antony and the Johnsons)의 앤토니(Antony)가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데,
두 뮤지션의 조합만으로 보았을 때는 톰 요크(Thom Yorke)와 함께 했던 ‘I've Seen It All’이
얼핏 떠오를 법도 하지만, 앤토니의 조심스러우면서도 격정적인 보컬이
한 번 듣는 것만으로도 잊혀 지지 않을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곡이다.
그리고 이 곡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스토커 (Stalker)’에 등장했던 튜체프 (Fyodor Tyutchev)의
시를 가사로 쓰고 있기도 하다. 네 번째 곡 ‘Innocence’는 팀발랜드의 비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단 번에 알아챌 만큼, 듣기 불편한 사운드로 채워진 듯 하면서도 경쾌함과
그루브가 살아 있는 곡으로서 뷔욕의 귀여운 영어 발음을 듣는 소소한 재미도 놓칠 수 없는 곡이다.
중국 전통 악기인 비파가 사용된 ‘I See Who You Are’와 ‘Drawing Restraint 9’에서
브라스 섹션을 샘플링한 ‘Vertebrae by Vertebrae’, 뷔욕의 보컬과 호른의 브라스 세션으로만 구성된
‘Pneumonia’,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라면 실험적이고 노이즈 가득한
사운드가 담긴 ‘Declare Independence’, 그리고 클라비코드(Clavichord) 연주와 안토니의 보컬이
인상적인 ‘My Juvenile’에 이르기까지 총 10곡이 수록되었다.
이번 뷔욕의 새 앨범 [Volta]는 내로라 하는 비트 메이커인 팀바랜드와 마크 벨의 참여로 단순히
 소리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넘어서서, 실험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요소를 동시에 갖춘 음악을
만들게 되었으며, 다른 요소들에 의해 가려지고 소외되어 그로 인해 한 편으론 그리웠었던
그녀의 보컬을 다시 금 제대로 맛 볼 수 있게 해준 앨범이었다.
[Volta]는 한 걸음 더 진화한 그녀의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오히려 완벽하진 않아도 처음 뷔욕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요소들로의 일부 회귀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 앨범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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