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 프루프 (Death Proof, 2007)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름으로 그 작품을 다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타란티노만큼 이른바 '타란티노' 영화하면 기대되는 무언가가 있고,
그 결과 흡족한 결과를 주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점점 확장, 진화시켜가고 있는 타란티노는
죽이 잘맞는 로버트 로드리게즈를 만나면서 점점 더 스스로가 즐길만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데쓰 프루프' 1막을 책임지는 화끈한 세 명의 언니들!
 
알려진 바와 같이 원래 이 영화 '데쓰 프루프'는 단독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로드리게즈의 영화 '플래닛 테러'와 동시상영으로 계획된 '그라인드 하우스'프로젝트의 한 작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이 두 영화아닌 두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되지 못하였다.
그래도 12월에 개봉될 예정이라니 다행이다!
 
<킬빌>이후 많은 사람들이 타란티노 하면 '액션'을 떠올리지만
역시 그의 최고의 장기는 잡담이다.
<데스 프루프>에서도 사실 1막과 2막(편의상)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은
주인공 언니들의 잡담 및 만담으로 이루워져있다.



'이 차를 타면 절대 죽지 않아'
 
하지만 이 지리할 것만 같은 잡담은 잘 들어보면 그 안에 수많은 조크와
패러디들이 등장한다. 또한 비디오 키드다운 타란티노의 영화관련 뒷 이야기 조크나
예전 영화에 대한 향수어린 이야기들이 쉴세없이 섞여있기 때문에,
이른바 많이 아는 사람일 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수 많은 대화들 가운데 정황적으로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것은
눈치 챌 수 있었지만, 그 인물이라던가, 그 영화에 대해 사전적인 인지가 없는터라
더 대화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적이 많았다.
쉽게 예를 들자면 영화 속에 커트 러셀이 맡은 스턴트맨 마이크가 이야기하는
이전 추억의 영화들을 모두 보았다면, 그가 그런 대사를 했을 때
단순히 감으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1막의 언니들이 화끈했다면, 2막의 언니들은 그야말로 대차다!
 
1막과 2막은 얼핏 보면 그대로 분위기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차를 탄 언니들이 등장하고,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이 언니들의 만남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스턴트맨 마이크가 은근슬쩍 등장하며, 이 언니들과 엮인다는 구성인데,
1막의 마지막이 충격적이고 제법 호러스러웠다면,
2막은 타란티노가 영화 속에서 여러번 대사를 통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마도 그가 어린 시절 미친듯이 좋아했을 자동차 추격장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그 어느 영화보다 통쾌한 엔딩을 선사한다.
(정말 'THE END' 자막이 등장했을 때 이렇게까지 통쾌한 영화는 없었다!)
 
자동차 추격장면은 분명 너무나도 고전적이고 오리지널에 충실한 방법으로 구성되고
촬영되었음에도 그 어느 체이스씬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화끈함과 스릴이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2막의 사실상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조이'역할을 맡은
'조이 벨'의 스턴트 연기 덕분이라고 하겠다.



커트 러셀을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되어 반가웠지만, 영화 속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안습 ㅜㅜ
 
오프닝 크레딧을 보면 로자리오 도슨,,,등등 나오다가 '조이'하고는 'Her Self'라는 자막이
특별히 나온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극중 스턴트맨으로 나오는 조이 역할은
실제 킬빌의 우마 서먼 대역으로 유명한 스턴트배우 '조이 벨'의 대한 찬사인것이다.
 
<킬빌>이 자신이 좋아하는 쇼브라더스 영화와 웨스턴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대한 오마쥬였다면,
<데쓰 프루프>의 2막의 해당하는 시퀀스는 누가 뭐래도 '조이 벨', 그녀를 위한 영화이다.
마지막 자동차 추격씬이 단순한 추격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데에는 절대적으로
그녀의 무모하리만치 위험천만한 스턴트연기가 큰 역할을 하였다.
정말 보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을 정도의 자동차 스턴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역시 아직까지는(혹은 영원히),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는 황홀한 CG장면도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아날로그 스턴트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니아적이고 인디적인 요소들을 잔뜩 끌어내어 대중에게 풀어놓았던 타란티노는
<데쓰 프루프>를 통해, '조이 벨'이라는 스턴트 연기자를 통해 아날로그 스턴트에 대한
향수와 위대함을 널리 칭송하고 있는 것이다.



조이 벨! 그녀의 스턴트 연기에 모두 기립박수를!!!!
 
자동차 추격씬으로 점점 아드레날린을 증폭시키다가
극으로 몰고 갔을 때 여지없이, 후회없이 단숨에 끝내버리는 엔딩은 정말 통쾌 그 자체다!
아무래도 영화라는 것이, 마지막 장면의 느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는 없을 텐데,
그렇기 때문인지 나중에라도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면 다른건 다 기억나지 않더라도
'통쾌'라는 그 단어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거 같다.
마지막 엔딩 시퀀스만이라도 또 보기 위해서 극장을 또 찾아야 될지도 모르겠다.
아, 물론 엔딩 시퀀스가 워낙에 시원통쾌하다는 것이지, 나머지 부분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타란티노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한 영화가 바로 <데쓰 프루프>이기 때문이다.
 
p.s / <플래닛 테러>! 로드리게즈!!!


 
글 / ashit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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