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은 전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터 팬의 자세한 스토리는 몰라도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통해 보았었던 초록색 의상에 날아다니는 어린이라는 이미지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끝부분이 상당히 강조된 부츠와 자연스레 찢어진 듯 끝 부분이 삐쭉한 초록색 옷, 그리고 초록색 모자에 깃털 하나를 멋지게 장식한 모습의 피터팬의 이미지, 즉 디즈니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많은 이들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 물론 디즈니 식의 피터 팬의 이미지가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에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작의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는 P.J 호건의 피터 팬은, 디즈니의 그것과 180도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피터 팬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와 이미지를 전해준다. P.J 호건의 피터 팬이 다른 피터 팬들과 차별되는 점을 하나 씩 살펴보자.



먼저 P.J 호건의 피터 팬은 장난꾸러기 어린이라기 보다는 이제 막 소년에 들어선 모습을 하고 있다. ‘어린이‘와 ’소년‘의 차이는 사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인데, 원작에서는 이러한 어린이에서 소년이 되면서 겪는 미묘한 갈등과 변화 등을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작품 <피터 팬>에서는 이러한 갈등과 혼란을 겪는 피터 팬을 좀 더 자극하는 존재로서 웬디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여기저기서 평한 단편 적인 말들 가운데에는 ’원작에 가장 충실하였다‘ ’기존의 후크와는 달리 후크의 이미지가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매력적인 후크의 모습에 웬디가 반해 피터 팬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등의 얘기들이 있었는데, 물론 맨 마지막 얘기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만...나머지 것들은 크게 오버한 말들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코믹한 악당의 모습으로 주로 그려졌던 후크의 캐릭터는, 소녀가 된 웬디가 매력을 느낄 만큼 섹시한 이미지도 지녔으며, 악당이라기 보다는 피터 팬에 대한 질투심에 못 견디는 애처로운 이미지로 느껴졌다. 이 같은 느낌을 받은 데에는 웬디의 아버지 역할과 후크를 한 배우가 연기함으로서 갖게 되는 무의식적인 친근함도 조금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번 <피터 팬>에서 피터 팬 못지 않게 중요한 캐릭터는 바로 웬디인데, 웬디는 피터 팬보다 먼저 갈등을 겪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인 뒤, 피터 팬에게 이를 권하게 된다. 또한 피터 팬의 이미지와 같이 웬디 역시 어린꼬마 여자아이라기 보다는 소녀스러운 이미지에 더 가까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번 <피터 팬>에서 피터 팬 못지 않게 중요한 캐릭터는 바로 웬디인데, 웬디는 피터 팬보다 먼저 갈등을 겪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인 뒤, 피터 팬에게 이를 권하게 된다. 또한 피터 팬의 이미지와 같이 웬디 역시 어린꼬마 여자아이라기 보다는 소녀스러운 이미지에 더 가까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P.J호건의 <피터 팬>에서 특별히 눈여겨 보아야 할 캐릭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팅커벨이다. 이번 <피터 팬>에서는 팅커벨에게 상당히 많은 량의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데, 팅커벨 역할에 캐스팅 된 배우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8명의 여인들>과 <스위밍 풀> 같은 작품들을 통해 프랑소와 오종의 페르소나로 자리잡은 뤼디빈 사니에르가 팅커벨 역할을 맡고 있다. 팅커벨 캐릭터 역시 기존 작고 귀엽고 예쁜 이미지와는 달리 섹시함도 지녔고, 무엇보다 웬디에 대한 강한 질투심으로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팅커벨 하면 요정스러운 신비로움과 귀여움일텐데, 뤼디빈 사니에르의 캐스팅은 이 같이 질투심과 신비로움, 귀여움을 관객에게 어필하기에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본래 팅커벨의 캐릭터는 CG로 대부분을 작업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텝들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 하는 것과 같이 뤼디빈의 귀엽고 앙증맞은 수백가지의 표정연기는 도저히 CG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뤼디빈에 가세는 영화 외적으로도 후크 역할의 제이슨 아이작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예 배우들로 이루어진 캐스팅에 화제거리를 불러 일으키기에도 충분하였다(참고로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게 된 이유 40%는 원작에 가장 충실하다는 이유였고 나머지 60%는 오로지 뤼디빈 사니에르가 출연했다는 점 하나였다).



P.J 호건의 <피터 팬>이 ‘원작에 가장 출시했다‘, ’기존의 피터 팬과는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도 했지만, 기존 우리가 상상해 오던 장면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머릿 속으로만 그려왔던 ’네버랜드‘의 모습은, 지금까지 영화와 책 등의 매체 등으로 표현된 네버랜드의 이미지 가운데 가장 신비롭고 아름답고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 영상을 담고 있다. 특히 그 영롱한 하늘 빛과 구름들, 그리고 어둠이 내린 파란 배경은 머릿 속에서 상상해 왔던 것 이상으로 신비로운 이미지를 그려낸다. 네버랜드의 꿈같은 이미지를 만나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본 보람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예전에 피터 팬을 읽고 보았던 기억을 아무리 되새겨봐도, 피터 팬의 자세한 엔딩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껏해야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피터 팬>을 통해 이 같은 궁금증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하지만 진실한 피터 팬의 스토리를 알고 보니 <피터 팬>은 결코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되었다. 웬디가 한동안 행복함에 젖어 가족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네버랜드의 다른 모든 친구들이 네버랜드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을때에도 유독 피터 팬만은 네버랜드에 혼자 남으면서 까지도 돌아가기를 거부했었다. 피터 팬은 돌아갈 가족이 없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네버랜드의 친구들도 가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궁금증은 사실 영화 속 스토리만으로는 모두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원작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는 아마도 왜 그리도 피터 팬이 돌아가기를 거부했는지 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피터 팬>이 슬프게 느껴진데에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영향이 가장 컸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다시 몰래 찾아와 웬디와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터 팬의 모습은, 남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듯한 눈빛을 풍겼다. 아마도 보통의 이런 류의 영화의 엔딩이라면, 혹 피터 팬이 웬디와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러워 할지는 모르지만, 다시 네버랜드로 떠날 때에는 힘찬 음악과 함께, 무언가 새로운 희망과 모험을 찾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피터 팬>에서는 그러한 희망적 분위기 대신 웬디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는 피터 팬의 뒷모습은 몹시도 쓸쓸하고 외로워보였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일 수 있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넓게 보자면, 기존의 <피터 팬>이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고 동심을 간직한 피터 팬을 동경의 대상과 꿈의 이미지로 그렸다면, P.J 호건의 <피터 팬>은 되려 세월이 지나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어른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소중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즉 어른이 되지 않는 순수한 어린이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좋은 어른이 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보았을 때 P.J 호건의 <피터 팬>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피터 팬으로 한동안 기억될 것 같다.



화질과 사운드를 먼저 살펴보자면, 16: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신작 타이틀인 것을 감안하자면 평범한 화질을 보여준다. 특히 콘트라스트비나 어두운 장면에서의 사물의 표현력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네버랜드의 환상적인 하늘을 비출땐 잠시 화질의 부족함을 잊을 수 있지만, 좀 더 좋은 화질로 보았으면 더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도 분명 남는다. 사운드는 채널의 분리도도 괜찮고 액션 씬에서의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흐를 때의 음장감도 만족할만했다. 그리고 <피터 팬>이라는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소재답게 영어 더빙외에 한국어 더빙도 지원하고 있는데, 후크나 다른 어른 역할의 성우들의 연기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피터팬이나 웬디 등 어린 캐릭터를 연기한 어린이 성우들의 연기는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1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진 <피터 팬>타이틀은 여러 가지 볼만한 서플먼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우선 모든 서플먼트에 한글자막 처리가 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제작사가 콜럼비아라는 것에 기인한 만족일지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서플먼트들이 다양한 메뉴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눈에 띠는 것은 본편과는 다른 엔딩을 수록한 ‘Alternate Ending'이다. 어른이 된 웬디를 피터팬이 다시 찾아와 그 딸과 함께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본편의 엔딩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어 여러 가지 삭제장면과 NG장면들, 배우들과 스텝들의 인터뷰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 메이킹 다큐, 그리고 여러 편의 예고편도 수록하고 있다.

글 / 아시타카

200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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