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타카
2007. 12. 3. 14:58
2007. 12. 3. 14:58
좋아해, (好きだ,)
절제와 여백, 그리고 빛의 영화.
17세의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반년 전에 떠나 보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방과 후 강변에서 언제나 같은 소절만 연주하는 친구 요스케(에이타)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유는
언젠가부터 그 소절을 흥얼거리며 다닌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잡힐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7년 후,
음반회사의 영업을 하고 있던 요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역시 음악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유(나가사쿠 히로미)는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4/1_24_24_12_blog108173_attach_2_259.jpg?original)
<좋아해>는 결론적으로 매우 절제된 표현과 영상으로 만들어진 차분한 작품이다.
‘17년간 하지 못했던 말….좋아해’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애틋한 마음을 극 절제된 대사와 여백을 살린 영상으로, 이야기보다는 이미지가
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재미나 감동보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고 솔직한 감정,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와 닿는 ‘좋아해’라는 말처럼,
요즘 들어 우리가 너무 잊고 살고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 혹은 모두가 소년, 소녀 시절에 겪었던
그 순수한 떨림에 관해 숨김없이 그려내고 있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 못하는 이야기임에도
슬프다기보다는, 그저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해지는 그런 추억과도 같은 영화이다.
![](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4/1_24_24_12_blog108173_attach_2_260.jpg?original)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모든 것들이 절제 되어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17년간 좋아한단 말도 못 건넨 것처럼 대사는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대신, 자연 그대로를 담은 영상으로
이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나 날씨에 따라 파랗고 어둡고, 흐리곤 하는 하늘의 모습이 다양하게 담겼는데,
하늘의 빛깔에 따라 주인공들의 심리변화를 엿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좋아해>를 보게 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꼈던 것은 바로 조명과 빛에 관한 영화의 표현 방법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역광을 이용한 촬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과반수 이상의 컷들이 인물들의 뒤에서
빛을 비춰 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이 어둡게 그려지고 있다.
![](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5/1_24_24_12_blog108173_attach_2_202.jpg?original)
또한 역광 이외에도 대부분의 장면이 자연광을 그대로 살린 실제와 거의 흡사한 조명을 택하고 있는데,
어두운 밤 장면에서 라던지, 다른 특별한 조명이 없는 실내에서 등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영화적인 조명에 의한 빛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래서 완전히 어두운 밤에
자판기의 불빛만으로 비춰지는 장면이나, 해가 거의 질 무렵의 어슴프레한 빛 등은
살짝 적응이 되지 않기도 한다. 특히 이런 자연광과 인위적인 조명을 거의 쓰지 않아
돋보인 대표적인 장면들로는, 두 소년, 소녀 주인공이 풀 밭에 앉아 있을 때 머리 위로
큰 구름이 지나가며 그늘이 졌다가 개는 장면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주인공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이 되어 동이 틀 때의 그 빛은 우리가 실 생활에서는 흔히 겪는 조명들이지만,
영화 속에서 이렇게 효과적으로 표현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5/1_24_24_12_blog108173_attach_2_203.jpg?original)
그리고 여백을 표현하는 방법. CF감독 출신답게 이시카와 히로시 감독은 영화 속에 영상들을
상당히 여백을 많이 주는 방법으로 연출했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는 인물들보다 여백이 비중을
더 높이 담아 내면서 좀 더 감성적이고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클로즈업 시에는
매우 타이트한 카메라 워크로 인물을 잡아내기도 하며 극과 극의 연출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촬영 방식은 영화의 절제된 감정과 어울려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여기에 칸노 요코가 담당한
애틋한 음악 또한 이 여백을 채우려고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여백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돕는
매개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6/1_24_24_12_blog108173_attach_2_248.jpg?original)
여백의 파란 하늘과 빛처럼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 <좋아해>였다.
2007.01.23
글 / ashit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