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웡 하우 페페루 티브르스키 4세. 정말 길고도 그 출신을 알 수 없는 장황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성별을 여자라고 칭하긴 하였지만, 그마저도 100% 확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션 #24 하드 럭 우먼'에서 에드의 아버지 조차 아들이었는지 딸이 었는지 구분을 못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에드는 세션 #9에 가서야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엄청난 해킹 능력을 지닌 해커로 '래디컬 에드워드'로 불린다. 폐허가 되어 버린 지구에서 아무것에도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를 누비는 에드의 모습은 비밥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여자와 아이를 가장 싫어하는 스파이크는 반겼을리 없지만..)



에드의 해킹 능력은 이후 여러 미션에서 현상범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한국어 더빙보다는 일본어 특유의 어감을 느낄 수 있는 원어를 선호하는 편인데, 에드의 목소리는 그 대표적인 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목소리가 생각없고(?)장난끼 넘치는 에드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심하게(?) 웃는 얼굴로 등장하는 에드이기에, 비밥 호를 떠나며 갑판에 'Good Bye'라고 써놓은 장면과 노트북을 머리에 이고 이전까지의 표정 중 가장 어두운 표정으로 비밥 호를 바라보는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하였다.

에드와 항상 함께 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 바로 아인(Ein)이다. 품종은 웰쉬코기이며 체형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짧은 다리, 꼬리가 없는 엉덩이가 특징이다. 제작사인 선라이즈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인은 그저 평범한 강아지가 아니라 어떤 연구기관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개발했다는 비합법적 '데이터 독(Data Dog)'이라고 한다. '데이터 독'이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전화나 컴퓨터까지도 다룰 수 있는 지능을 가진 개 라고 한다. 뭐 이러한 말들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아인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누가 짝지어 준 것도 아니지만, 에드와 콤비를 이루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었는듯 완벽한 쿵짝을 이룬다(참고로 얘기하지만 아인은 절대 에드가 데려온 강아지가 아니다).




그 여자는 그의 과거에서 살아온 환상이다.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덩어리... 그리고 그 여자가 그의 현실에 모습을 나타낼 때, 현실이라고 믿고 있던 세계가 환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환상의 이름은 줄리아. 경력불명, 연령미상, 그가 잊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그녀의 향기, 그녀의 미소, 그녀의 눈물은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가 버리고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저 이름뿐이 된 여자. 하지만 어쩌면 그 이름마저 환상이 아닐까. 이제 와선 그도 알 수 없다. 비가 내리던 날 사라진 여자. 동지라고 부르던 친구를 배신하고, 스스로를 키워줬던 조직에서 도망한 사람.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과거와 여자의 환상을 지우기 위하여 첫 번째의 죽음을 맞이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웠을, 기억의 건너편으로 사라진 진실을 무의식적으로 갈구해 오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환상이야말로 그가 잃어버린 현실이고 유일하게 여자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리고 또 다시 비가 내리는 날의 오후, 그는 운명과 만난다. (Sunrise)



줄리아에 대해선 비셔스 만큼이나 언급된 바가 없다. 스파이크와 비셔스 사이에 연관되었다는 것과, 그들의 조직인 레드 드래곤과도 연관이 되었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그녀의 중요성을 [카우보이 비밥]을 논함에 있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스파이크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까지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여인이 바로 줄리아 였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어둠을 사랑한다. 어둠에서 태어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가는 존재. 출생이나 연령 등 모든 과거가 의문에 싸여 있고, 누구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그 이름은 비셔스. 화성을 거점으로 하는 중국계 마피아 중에서도 최대조직인 '레드 드래곤'에 소속된 젊은 간부. 일찍이 스파이크와 콤비를 맺고 조직을 발전시켜, 내부에서 조차 '강철의 쌍벽'이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자. 그러나 스파이크가 행방불명이 된 뒤부터 그 안에 있던 흉악성은 한층 더해져 간다. 언제나 피 튀기는 싸움을 즐겨 그가 가는 곳에는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최근 '레드 드래곤'상부는 거대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간부들과 대립관계에 놓인 그는 결국 독립하게 된다. 용병으로서 행성간 전쟁에도 참가한 과거를 지닌 그가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는 항상 그의 어깨에 머물러 있는 검은 공작이다. 그는 총을 싫어하며, 칼의 예리함을 사랑해마지 않는다. (Sunrise)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던가, 정의에 편에서 싸우는 주인공들에게는 항상, 그에 필적하는 악당들이 있기 마련이다. 스파이크(물론 스파이크를 영웅이라던가 정의를 수호하는 주인공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아웃사이더일 뿐)에게도 그의 엄청난 카리스마에 필적할 만한 적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가 바로 비셔스이다. 비셔스의 카리스마는 결코 스파이크에게 눌리는 것이 아니었으며, 최근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들이 나름대로의 아픔과 고뇌 때문에 악역에 서는 경향과는 달리 오로지 조직에 대한 복수와 스파이크를 제거하려는 의도만을 가졌음에도 많은 추종자들을 양산시키기에 이르렀다.

또한 권총이 난무하는 우주 공간에서도 홀연히 검을 쓰는 그의 자태는, 카우보이 비밥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세션 #5 타락천사들의 발라드'에서 보여주었던 고성당에서 벌어진 스파이크와의 대결장면에서 서로 총과 칼을 서로에 몸에 겨누는 장면은, 여느 영화의 대결장면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또한 마지막 세션인 '리얼 포크 블루스'에서 보여준 대결장면에서도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명작의 마지막 결투 씬으로 걸 맞는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가 남겼던 명언 중에 한 가지를 마지막으로 되내어 본다.

'천국에서 쫓겨난 천사는 악마가 되기 마련이지'

글 / ashitaka
2003.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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