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밥이란, 악보 위주의 연주보다는 즉흥적인 솔로와 애드립이 강조된 스타일을 말한다. 정형화된 폼에서 벗어나 각자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 비밥이 상징하는 것은 그러한 자유로운 정신인 것이다 .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우보이 비밥]은 우주 액션 활극인 동시에, 상당히 음악적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비밥(Bebop)'이란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듯, 정형화된 악보 위주의 연주보다는 연주자의 즉흥적 솔로가 주를 이루는 자유스러운 음악 스타일이다. 이러한 음악적 스타일은 자유를 표방하는 주인공들과 어울려, 또 하나의 ’Bebop Style'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스타일을 탄생시킨 이는 칸노 요코 인데, 그녀는 [카우보이 비밥]사운드 트랙을 맡은 이후, 일본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전통적 사운드에서 현대적 사운드까지 또한, 재즈, 스윙, 보사노바, 락, 일렉트로닉, 오페라, 클래식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를 ‘비밥’이라는 이름 아래 녹여버린 그녀의 재주는, 카우보이 비밥 O.S.T를 단순한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넘어선 수작으로 널리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카우보이 비밥 사운드 트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마크로스 플러스]와 [에스카플로네], [Wolf's Rain]등의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담당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기도 한다. 칸노 요코는 애니메이션 사운드 트랙을 작곡할 때 반드시 작품을 본 후에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녀의 음악이 너무나도 완벽한 탓에 음악이 먼저 나온 뒤, 장면을 음악에 맞춰 수정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그녀의 음악은 음악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완성도와 전율을 전해주지만, 영상과 결합했을 때에는 엄청나게 증폭된 감동의 전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카우보이 비밥]을 보면서 감동에 몸서리 쳤었던 장면들을, 흐르던 음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Tank!
'I think it's time we blow this scene get everybody the stuff together, OK, 3,2,1 Let's Jam!' 이 문장은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을 알리는 'Tank!'의 시작부분 나레이션이다. 흡사 007시리즈의 오프닝 크레딧 만큼이나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한 빠른 전개의 영상과 어울리는 곡으로써, 빅밴드의 연주로 들려주는 리듬은 무척이나 흥겹다. ‘따단따단 따단따단 따단’하며 시작되는 부분은 매번 들어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효과를 준다.공연에 대한 자료들을 보다보면 언젠가는 칸노 요코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날이 되어서 그 주옥같은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갖게 된다.
4장의 시디 외에 케이스 겉면에 포함된 작은 미니 시디를 한 장 더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애드가 부르는 ‘Tank!'와 아인이 부르는 'Tank!'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아인이 부르는 'Tank!'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The Real Folk Blues
주인공 스파이크의 주제곡이자 카우보이 비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 중 한 곡인 ‘The Real Folk Blues'(참고로 필자의 18번...). 순전히 개인적인 필자의 얘기를 양해없이 조금만 더 보태보자면, 매번 들어도 매번 감동하는 대표적인 곡이자, 오만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Favorite Song'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그러하듯이, 정말 가사의 내용이 ’예술‘로서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그것을 들려준다. 가사의 잠깐 잠깐을 소개해보자면, ’진정한 기쁨이 알고 싶을 뿐, 빛나는 물건을 전부 황금이라 할 순 없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는 동전의 앞뒤와도 같아‘, ’얼마나 더 살아야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진정한 슬픔이 알고 싶을 뿐, 진흙탕에 잠긴 인생도 나쁘진 않아, 단 한번으로 끝난다면...‘.
아....또 눈물이 흐른다.
Rain
'session #5 타락천사들의 발라드‘에서 비셔스와의 일전을 치루기 위해 오래된 성당 건물을 찾은 스파이크의, 펄럭이던 바바리 옷깃 뒤로 흐르던 곡. 바로 ’Rain'이다. 성당이라는 장소와 맞아 떨어지는 어린 성가대 인 듯한 아이들의 합창소리로 시작되는 곡은, 한 세션만으로도 걸작이 된 ‘타락천사들의 발라드’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 해내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전주는 묘한 긴장감마저 돌게 한다.
Adieu / Memory
극 중 페이는 동료들에게 조차 자신을 내색하거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는 그럴 겨를이 없을 정도로 쏘아 붙이는(?)스타일이다. 그런 그녀의 슬픈 내면을 대변해 주는 것들이 바로 이 두 곡이다. 클래식 적인 피아노 연주의 두 곡은 슬픈 선율과 가사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함께 한없이 슬퍼지게 만든다.
Wo Qui Non Coin
'session #24 하드 럭 우먼‘에서 마치 애드의 목소리 인 듯한 음성으로 들려지는 귀여운 노래이다. 음성은 귀엽지만 비밥 호를 떠나 자신의 길을 떠나는 두 카우 걸을 뒤로 흐르던 곡인지라 무척이나 슬프게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보사노바 풍의 리듬은 귀여운 음성과 어울려 ’Adios, Cowgirl'이라는 인사말을 더 감동적이게 한다.
Blue
아마도 ‘Blue'가 흐르던 [카우보이 비밥]의 마지막 장면은 필자가 본 애니메이션 사상, 아니 영화를 통틀어서도 가장 슬픈 엔딩 장면 중 한 장면인 것 같다. ’빵‘하는 손짓과 함께 계단위에 그대로 쓰러져버린 스파이크의 위로 흐르던 ’Blue'의 선율은 정말로 눈물을 펑펑 쏟게 할 만큼 감동적인 것이었다. 뭐라 더 할말이 없음은 그때의 감동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을 느껴, 자유로움을 깨달아야 해, 꼭, 날 꿈에서 깨우지 마, 정말 모든 것을 알 것만 같아, 나는 자유로워, 검정도 흰색도 없는 블루 속에서...’,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해졌어, 인생은 한낱 꿈일 뿐, 영원히 끝나지 않는...난 날아오르고 있어’
Cowboy Bebop CD-BOX(O.S.T. Limited Edition)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을 소개하는 김에, 사운드 트랙 중 한 가지를 소개하겠다. 사실 소개라기보다는 어쩌면 자랑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로서는 이 박스세트를 구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렵게 고가를 주고 구한 터라 정말로 애착이 가는 시디 박스 세트 중 하나다. 자 그럼, 그 귀하기 귀한 박스세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모자를 눌러 쓴 스파이크의 얼굴이 그려진 베이지 색 겉 케이스를 열면, 폼 나게 생긴 흰색 케이스가 나온다. 시리즈 중에는 볼 수 없던 정장 차림에 스파이크와 애드, 제트, 페이, 그리고 아인 까지...마치 시리즈의 타이틀 장면을 보는 듯한 커다란 텍스트로 프린트 된 케이스를 열면 제법 두툼한 책자와 색 색깔의 시디 4장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걸 볼 수 있다. 1~3번째 시디에는 시리즈 내에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 중간 중간 Dialogue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곡들 외에 'Space Lion', 'Don't Bother None', 'Green Bird'등 모든 곡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4번째 시디에는 라이브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Tank!', 'The Real Folk Blues', ’Rush'등의 곡을 실감나는 라이브 버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아까 제쳐 놓았던 두툼한 책자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담겨있는데, 물론 일본반이라 모두 일본어로 기록되어 있다. 사운드트랙을 맡은 칸노 요코를 중심으로 그녀의 음악과 음반으로 출시가 된 사운드트랙들의 디스코그래피, 박스세트에 수록된 시디의 수록 곡 리스트, 몇몇 주요 곡들의 가사 까지도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칸노 요코와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에 관한 글들과 'Seatbelts Live 2001'공연에 관련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공연에 대한 자료들을 보다보면 언젠가는 칸노 요코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날이 되어서 그 주옥같은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갖게 된다.
4장의 시디 외에 케이스 겉면에 포함된 작은 미니 시디를 한 장 더 수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애드가 부르는 ‘Tank!'와 아인이 부르는 'Tank!'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아인이 부르는 'Tank!'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글 / ashitaka
200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