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th Academy Awards

이번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골든 글로브나, 미감독조합 시상식의 결과 등을 통해
미리 쉽게 점쳐볼 수 있었던 시상식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이변들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시상식이었으나, 그래도 이변은 있었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가
각각 여러부분을 나누어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남우주연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주요부분을 수상하지 못하였다.

일단 이변의 첫 번째 조짐을 보여준 것은 예상 외의 복병 <본 얼티메이텀>이었다.



물론 기술상이고 음악편집상이나 음향효과상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던 바였지만,
이 두 가지 부분을 모두 수상할지는 몰랐었고, 더군다나 더더욱 예상하지 않았던 편집상까지
가져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번 시상식의 숨겨진 승자라고나 할까



작품상과 감독상에서는 사실상 이변은 없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경쟁작이었던 <데어 윌 비 블러드>와
이변이 일어난다면 가장 유력했을 <주노>를 재치고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코엔 형제 역시 드디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들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감독인데, 코엔 형제를 만난 것이 불운이었던 듯 싶다.






뭐 누구도 다른 수상자를 염두하지 않았던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
그 역시도 워낙에 압도적인 지지여서 그런지, 첫 번째 아카데미 수상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담담한 모습이었다. 사실 압도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의 수상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하비에르 바르뎀의 경우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변.
남우조연상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전문가들과 매체들이 예상했던
<어웨이 프롬 허>의 줄리 크리스티를 재치고 <라비 앙 로즈>의 마리온 꼬띨라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여우주연상 역시 이변이 일어난다면 <주노>의 엘렌 페이지에게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프랑스 영화에서 열연을 펼친 외국 배우에게 아카데미가 주연상을 안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어웨이 프롬 허>는 못보고, <라비 앙 로즈>는 보았지만,
<라비 앙 로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그녀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반대하지는 못하리라.



또 하나의 이변이라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
우리나라 관객들이 흔히들 케이트 블란쳇(블랑쉐)과 많이들 해깔려 하는 틸다 스윈튼은, 흥미롭게도
그녀와 함께 후보로 올라 수상을 하였다. 이 역시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으로 분한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이 점쳐졌던 부분이었는데(더군다나 여우주연상에도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었었기 때문에),
그녀의 수상은 하나의 작은 이변이었다. 그 동안 참 여러 영화에서 다양하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온 틸다 스윈튼이었기에, 개인적으론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지만, 그녀의 수상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내가 뽑은 오늘 아케데미의 승리자! 원스의 그와 그녀!
사실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다 이글로바가 주제가상 후보로서 'Falling Slowly'를 공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마치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그들의 공연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펼쳐질 줄이라고는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공연 만으로도 흥분된 상태였는데, 주제가상 마저 수상을
하다니!! <마법에 걸린 사랑>이 3개나 후보에 올리기도 했지만, 미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디즈니식 곡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마법에 걸린 사랑>이 수상하지 않을까 했지만, 원스가 수상자로 불려지고
눈물을 글썽이는 글렌 한사드를 보니까 나도 절로 눈물이 글썽거렸다.
예전 할리 베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스필버그가 드디어 감독상을 받았을 때, 포레스트 휘태커가
수상했을 때도 감동적이었지만, <원스>가 수상했을 때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인냥 이 편에서 응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르케타가 미처 수상소감을 다 하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었는데, 나중에 다시 그녀를 불러
소감을 말하게 하는 장면은, 아카데미를 여러번 보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 만큼 아카데미와 미국영화계가 이 작은 영화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코엔 형제의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탄 것도 좋았고, 나의 <원스>가 주제가 상을 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뻤으며, <주노>가 이변을 못 일으킨 것이 조금 아쉬웠던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p.s - OCN은 81회 부터는 진행자를 바꿔야 할듯.
        이무영씨는 너무 자주 틀려서 더 말할 것도 없고, 정지영씨 역시 논란을 잠재우며 컴백하기엔
        실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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