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 vol.3] 무법자 조시 웨일즈 (The Outlaw Josey Wales, 1976)

줄거리

남북 전쟁이 북군의 승리로 끝이 날 무렵 미주리 주의 산골에서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조시 웨일즈에게 재앙이 닥친다. 북군의 끄나풀이 되어 강도질을 일삼는 테릴의 무리들이 조시의 집을 덮쳐 아들을 죽이고 아내를 겁탈한 후 역시 살해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조시는 싸늘한 킬러가 되어 남부군 잔당에 합류하는데 당시 리더였던 플레처가 배반을 하여 동료들을 모두 잃고 조시는 부상당한 제이미만 데리고 인디언 보호거주지로 향한다. 테릴은 조시 웨일즈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붙여 만나는 사람만다 조시 웨일즈를 죽이려 든다. 이 와중에 제이미는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조시 혼자 인디언 구역에 은신한다.

조시는 그 곳에서 떠돌이 인디언 노인 와티를 만나 남부군 저항군이 아직 멕시코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와 함께 멕시코로 향한다. 조시는 가는 도중 산타 리오라는 마을에서 인디언 코만치족과 무기 거래를 하는 도적 집단인 코만체로 무리들에게 강도를 당한 사라와 그녀의 딸 로라를 구해 사라의 죽은 아들의 집으로 온다. 한편 코만치족은 자신들이 거래하던 코만체로가 조시에게 죽음을 당하자 복수를 하려하는데 조시는 단신의 몸으로 그 부족을 찾아가 생과 사를 건 협상에 성공한다. 조시는 사라의 딸 로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복수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테릴을 찾아 떠나려 하는데 조시의 뒤를 쫓던 테릴이 먼저 그 집으로 쳐들어오고 전투가 벌어지는데...



1976년작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역시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작품이다.
물론 자신이 직접 설립한 멜파소 프로덕션에서 제작을 맡기도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목 처럼 '무법자 조시 웨일즈(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극을 이끌어가는 서부영화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둠 속의 벨이 울릴 때>를 얘기할 때에도, 그간 마카로니 웨스턴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첫 번째 감독 작품으로는 상당히 의외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 작품 <무법자 조시 웨일즈>역시 제목만 보면, 그간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보여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또 하나의 서부 영화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를 찬찬히 보다보면
이 영화에는 역시 기존의 서부영화들과는 또 다른 점들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단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는 그가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사격 솜씨를 갖고 있는 건맨의 이미지가 맞다. 하지만 기존 서부영화의 주인공들이 아웃사이더로 시작하여
끝날 때도 훌쩍 홀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 속 조시 웨일즈는 시작은 비슷하였으나
전개 방법도 그렇고 마무리도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가족을 잃고 본의가 아니라 타의로 무법자가
되어 버린 조시는 자신을 쫓는 배신자 플래쳐와 테릴의 무리에게서 도망쳐가는 과정에서, 역시 본의 아니게
점점 무리를 이루게 된다. '개나 소나 다 따라오는 군'하는 영화 속 조시의 대사처럼, 인디언 할아버지와,
인디언 처녀, 그리고 한 모녀까지...그야말로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되어버린 조시에게 다시 일종의 가족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정말 개와 소도 따라온다;;;).

이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서부 영화에서, 특히나 그 상징과도 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서 서부극의 주인공이 홀로 행동하는 '무법자'가 아니라, 동료를 얻게 되고 동료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은, 서부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치 <킹덤 오브 헤븐>에서 발리안과 살라딘의 평화협정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조시와 코만치족의
두목 곰 10마리와의 대화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무법자가 등장하는 서부영화였다면 아마도
조시가 또 기가 막힌 총 솜씨를 발휘하며 코만치족을 모두 소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겠지만,
조시는 혈혈단신으로 코만치족 무리를 만나 일종의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이를 성공시킨다.
이 밖에도 영화의 말미 부분에 결국 자신을 찾아낸 테릴과 일당들에게 홀로 남겨졌을 때에도, 자신만의
힘이 아닌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무찌른다는 설정은(특히나 그 동료들이 모두 힘없는 노인과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기존 서부영화의 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한 남자가 가정을 잃고 다시 새로운 가정을
얻게 되는 과정을 다룬 '가족의 탄생'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 끝났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된 플래처와의 대화에서도, 둘이 서로 총을 뽑지 않고
사죄와 용서만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은, 악당을 단번에 번개같은 솜씨로 처치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훌훌 떠나는 서부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중 의외로 유머가 섞인 장면들을 찾아볼 수가 있었는데,
일단 주인공 조시는 침을 뱉는 버릇이 있는데, 이 설정은 '조시 웨일즈'라는 캐릭터에 개성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유머러스한 장치로도 활용되고 있다.
육포를 즐겨먹어서인지 검붉고도 덩어리지게 뱉는 그의 침은, 총 솜씨 만큼이나 그 정확도가 대단한데,
마음에 안드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뱉고, 심지어 자신을 귀찮게 따라오는 개에게도 정확히 양 미간사이에
뱉어내며 코믹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들게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집을 막 청소한다고 빗자루를
들고 분주하게 나서는 할머니앞에서, 평소 같이 침을 뱉으려던 조시가 차마 미안해서 바닥에 침을 뱉지 못하고
그대로 삼켜버리는 장면은(특유의 그 찡그린 표정으로 말이다), 이 영화가 유머러스함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단순히 마카로니 웨스턴에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미지만을 다시 소모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지례 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기존 서부영화의 틀에서 살짝 벗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걸작 서부영화였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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