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2007)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라면 단순히 스티브 부세미가 나온다는 것.
미국인디영화계의 재주꾼인 그가 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니, 네덜란드 감독인 테오 반 고흐를 기리기위해,
그가 이미 만들었던 영화 중 3편을 헐리웃의 배우를 출연시켜 다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이 영화 <인터뷰>였다. (초반 레스토랑에서 싸인을 받던 동양남자의 이름이 '테오'였던것은
일종의 오마쥬인듯)
포스터만 보았을 때는 당췌 무슨 영화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도
결국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었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확실히 인디적인 느낌과 탄탄한 시나리오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나 집중력을 갖을 수 있는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스포일러 있음)
극 중 피에르 피터스(스티브 부세미)는 정치부 기자로서 원치 않게 화려한 주목을 받은 여자 배우인
카티야(시에나 밀러)를 인터뷰 하게 이른다. 서로 전혀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뒤틀려지게 되는데, 어쩌다가 둘은 카티야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집안에서 이 둘은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오해하고, 속고 속이는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카티야의 집 안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끌어가는데, 말 많이 하는 영화를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 편이지만, 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겉으로 내뱉는 말만을 믿을 수는 없는 것들이라 대화 내내 흥미로운 긴장감이 계속된다. 더 나아가 이 두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속이는 것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믿음을 주었다가 의심을 갖게 했다가, 결국 속이고 마는데,
나도 처음에는 피에르의 딸이 약으로 사망했고, 동생의 여자친구가 잔혹하게 죽은 얘기가, 약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카티야의 행동과 맞물리면서 약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나중에 카티야가
자신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했을 때, 가슴 축소 수술을 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로 들만큼 얘기가 맞아 들어가는가 했으나, 결과는 보시는 것 처럼 다 아니였다 ^^
(사실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지만,
시에나 밀러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인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의심을 절로 하지 않게 되었었다).
결국 전혀 다른(어쩌면 상반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직업을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설정을 통해, 선입견이라는 것과 이를 절묘히 이용한 가식과 위선,
그리고 오해와 신뢰, 신뢰의 실종이 오고가는 과정을 통해, 아주 미묘한 입장의 차이와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스티브 부세미의 영화야 여러 편 보았었고 그의 연기력이야 따로 더 말할 것 없겠지만,
감독으로서의 연출력도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물론 이 부분에서는 원작을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겠지만).
시에나 밀러라는 배우는 배우로서보다 영화처럼 셀러브리티로서 연애프로에서 등장하는 모습으로
더욱 익숙한데,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카티야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나아가 스티브 부세미와 80분 넘게 계속 되는 연기 속에서도 전혀 빛을 잃지 않는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워낙에 아름다운 스타로 극중에 등장해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매력을 심하게 풍기고 있다.
오랜만에 별 다른 효과없이 시나리오와 치열한 대사연기 만으로 희열을 느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1. 테오 반 고흐 감독에게 바친다는 말은 물론 엔딩 크래딧 처음에 등장하는데,
엔딩 크래딧 거의 마지막에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로버트 알트만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등장하더라.
2. 이 영화는 분명히 스티브 부세미보다는 시에나 밀러에게 결과적으로 더 득이 되는 영화가 될 듯 하다
3. '무슨 얼굴이 그 따위로 생겼어!' 이 대사는 분명히 원작에는 없는 부세미 영화에만 등장하는
대사일거다 ㅋ
4.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카티야의 남자친구 목소리는 제임스 프랑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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