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용의 부활 (hree Kingdoms: Resurrection Of The Dragon, 2008)

개인적으로 '삼국지'는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이다. 어린 시절 만화서부터 나중에 각 소설가 버전으로
각각 읽어본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어린시절과 중,고등학교 시절 김용의 '영웅문'과 더불어 나의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의미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봉을 앞 둔 오우삼 감독의 <적벽>과 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영화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일단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삼국지라는 이야기 자체가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라 3편도 아닌, 영화 1편으로는 도저히 압축이 불가능한
이야기일터. 그래서 아무래도 영화화는 전체 삼국지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하나의 사건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영화화를 해 나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사건이라기 보다는 상산의 조자룡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를 빗대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자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삼국지'의 팬이라면 아마도 재미있다기 보다는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으며, 팬이 아니더라도 조자룡의 인생에 적극 공감되기에는 너무나 평면적이었던
캐릭터의 묘사로 그리 인상적이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자룡의 젊은 시절부터 마지막에 이르기까지를 비교적 '후딱' 묘사하고 있다.
'후딱'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100분의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조자룡에서 생의 마감을
앞둔 노인 조자룡으로 옮겨가는 것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삼국지의 기본 설정과 이야기들을 가져오고는 있지만, 그대로 '삼국지'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정도로 허구의 캐릭터들과 새로 창조해낸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이 같이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한 것일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내는 방법은 원작 그대로
영화화하는 것이 '삼국지'의 경우에는 맞지 않을까 싶다.

가장 특이한 점은 조자룡 외에 '나평안'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비중있게 등장시킨 것인데, 홍금보가 연기한
이 나평안이란 인물은 마치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를 시기하던 살리에르를 연상시킬 만큼,
조자룡에게 열등감과 질투심을 갖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나평안이라는 인물의 묘사는 사실상
매우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관객은 그가 두 번쯤 등장했을 때 이미 그의 마지막 행동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된다. 뭐 이게 영화상으로 대단한 반전이라던가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뻔히 보이는 캐릭터로
인해 결과적으로 스토리 구성에 있어 헛점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정도면 제목에 '삼국지'를 포함시키기 보다는 그냥 '용의 부활'정도로 제목을 짓고,
영화 처음이나 마지막에 '삼국지의 이야기를 가져왔다'정도로 수식하는 것 정도의 영화가 됬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삼국지'라는 이름을 쓰고, 조자룡이라는 인물을 주연으로 가져오긴 했지만, 삼국지 팬 입장으로서
보기에는 그야말로 '가져온 것'이상의 느낌은 전달 받을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유덕화는 조자룡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젊은 시절과 노년의 얼굴 모두 멋지지만, 그건
조자룡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유덕화라서 멋진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관우'역할로 등장한 '적룡' 형님 때문이었는데, 만약 삼국지가 또 다른 버전으로 영화화 되고,
이 영화와는 다르게 관우가 비중있게 그려진다면, 적룡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초록색 도포와 긴 수염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조자룡이 주연이라 이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매기 큐가 연기한 '조영'이라는 캐릭터는 소설과는 다른 허구의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반증하듯
상당히 영화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홍금보의 얼굴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연기로 인해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삼국지라는 이야기를 빌려와, 그 속에 조자룡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주연으로
등장시켜,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영화였지만, 삼국지 팬에게도 일반 관객에게도
인상깊게 남을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이야기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1. 오호대장을 한 명씩 소개할 때는 마치 게임처럼 주무기를 이미지화하여 보여주는데 조금 이질감이 있었다.

2. 사실 이 영화는 그리 기대하지 않았기에 <적벽>이 더욱 기다려진다.

3. 아무리 조자룡이 주인공이라지만, 제갈량의 포스가 너무 약하다.

4. 마초, 황충 지.못.미

5. 삼국지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 디자인에 익숙해서 그런지, 조자룡의 저 투구는 어울리지 않았다.

6. 이 영화는 국내제작사인 태원이 함께 제작한 영화인데, 그래서 인지 마치 국내 사극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막으로 그 인물의 이름을 보여주는 부가자막이 있었다.
 엔딩 크래딧을 보니 CG작업은 전부 국내에서 맡아서 작업을 했더라.

7. 만약 영화 속 처럼 조운이 아두를 업고 싸웠다면, 아두는 필시 죽었을 것이다 ;;



 
글 / ashitaka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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